김연아 노출사고와 어떤 보도지침

신동립 2009. 11. 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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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 153 > = 문자로 기록되거나 영상이 담아낸 것이 뉴스다. 미디어로 옮겨지지 않은 사안은 소문에 그치는 수가 많다. '김연아 가슴노출'이 최신 보기다.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연아(19)의 한쪽 가슴특정부위가 드러났다. 이 장면을 포착한 카메라는 많다. 일부 언론사는 무심코 혹은 일부러 이 사진들을 실시간에 가깝게 포털사이트로 전송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들을 부랴부랴 삭제해야 했다.

잠도 안 자고 김연아 소식을 검색하던 눈 밝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거세게 항의한 탓이다. 김연아를 순수의 결정체처럼 보호하려는 남녀들의 실체가 확인된 순간이다. 국내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며칠 후 외국 통신사도 '노출(nudity)'을 이유로 해당 사진을 취소한다고 알려왔다. 연예스타와 패션모델들의 적나라한 신체 일부 노출사진들을 턱턱 제공하는 관행과 사뭇 다르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예능 겸 체능이다. 그러나 김연아 만큼은 체육의 테두리 안에서 지키려는여론이 대세인 셈이다. 대학생 '시니어'이니 소녀 '주니어'도 아니건만 아직까지는 '국민 여동생'이라는 스테이터스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합의의 발로다.

김연아는 007 영화의 '본드 걸' 이미지를 차용, 섹시한 인상을 강조했다. 본드걸답다고 눈감아줄 수도 있을 법한 노출이다. 그럼에도 다들 정색을 한 채 눈을 부릅뜬다. < 2월18일 뉴시스 '김연아가 못생겼다면…' 참고 >

연기, 아니 경기에만 몰두한 김연아도 속상한 듯하다. 처음부터 이 옷이 못마땅했다고 고백했다. 수렵생활 원시인이 걸친 털가죽을 연상케 한 쇼트프로그램 중 '고인돌 패션'은 캐나다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다른 나라 사람이 지은 럭셔리 의상은 국내 각급 레드카펫 행사에서도 종종 오작동한다. 가슴과 드레스 윗부분 사이가 뜨면서 예상치 못한 노출상태로 어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도하는 여배우가 낯설지 않다.

프리 스케이팅으로 우승을 확정한 김연아는 매무새 단속을 철저히 했다. 양 어깨를 다 감싸는 안전한 홀터 넥 윗도리 차림으로 갈라쇼에 나섰다.

김연아의 의도하지 않은 노출은 취재기 형식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예능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담합'이다. 여자연예인의 신체노출은 언제나 핫 뉴스다. 합성사진일까봐 주저하는 경우만 빼고, 찍었거나 입수하는 족족 세상에 보고하는 것이 상식이다. 가수 남규리(24) 등등은 그래서 울었다. 동시에 지명도 상승이라는 보상으로 위로 받았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브리트니 스피어스(28)·패리스 힐튼(28)·린제이 로한(23) 트리오와 레이디 가가(23), 타라 레이드(34)는 고의성을 의심받는 상습 노출녀다. 2005년 칸 영화제 소피 마르소(43)의 왼쪽 가슴, 2004년 슈퍼볼 재닛 잭슨(43)의 오른쪽 가슴 노출은 '불량의상'에 따른 실수로 치부된다.

대중문화의 대명사 겸 준거는 할리우드다. 연예 상품과 소비자를 잇는 비공인중개사 격인 매스컴은 할리우드의 방식을 좇으며 선진을 추구하고 있다. 할리우드식 저널리즘이란 곧 파파라치다. 해당 유명인의 본업 외 행적에 더욱 집중한다.

스포츠판에서는 시기상조인가 보다. 프랑스 파리의 월드스타 김연아가 새삼 환기했다.

문화 에디터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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