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비운' 꼬리표 뗀 장수연 "빨리 2승 해야죠"

입력 2016. 4. 12. 07:02 수정 2016. 4. 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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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트라우마 이제 털어내".."LPGA 초청 설렌다"

"6년 전 트라우마 이제 털어내"…"LPGA 초청 설렌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정말 큰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장수연(22·롯데)은 남다른 사연을 지닌 선수다.

올해 투어 4년째인 장수연은 작년까지 상위권에 오를 때마다 "6년 전 그 사건은 잊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그는 "잊어버릴 수가 있나요? 맨날 이렇게들 말씀하시는데…"라면서 호탕하게 웃어넘겼지만, 사실은 그 '사건'은 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사건'은 2010년 현대건설 서경 여자오픈 때 일어났다. 촉망받는 여고생 국가대표 선수 장수연은 초청 선수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최종 라운드를 2타차 단독선두로 마쳤다. 시상식만 남은 줄 알았던 장수연은 경기위원회에 불려갔다.

15번홀에서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을 할 때 놔둔 캐디백이 공과 목표지점과 평행이었고 이는 규정 위반이니 2벌타를 부과하겠다는 통고를 받았다.

졸지에 이정은(28)과 동타가 된 장수연은 연장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캐디백을 그렇게 놔둔 게 고의도 아니었고 규정 위반 여부도 애매했다. 무리한 규정 적용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허무하게 우승 기회를 날린 장수연은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손쉽게 잡을 줄 알았던 투어 출전권조차 조건부로 받는 데 그쳤다.

장수연은 "그 사건 이후에 볼이 제대로 맞질 않았다"면서 "내 인생이 뭔가에 막혀버린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실감을 회고했다.

2년째부터 예전 실력이 살아났지만,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다. 4년 동안 73차례 대회를 치러 준우승만 3차례였다. 3위와 4위는 7번이었다.

마침내 첫 우승을 따낸 장수연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조급증에 허덕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하루빨리 우승해야 그 '사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우승 기회가 올 때마다 서두르다 망친 경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원래 다혈질인 성격도 한몫했다"는 장수연은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화를 주체하지 못해 말아먹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어렵사리 첫 우승을 이룬 장수연은 제일 먼저 아버지 장귀선(58) 씨 얼굴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장 씨는 언더파 스코어를 밥 먹듯 치는 아마추어 골프 고수였다. 장수연이 8살 때 골프채를 쥐여주며 선수로 키웠다.

2014년까지는 캐디백을 매고 딸을 뒷바라지했다.

2010년 '사건' 때 캐디백을 그렇게 놔둔 장본인도 장 씨다. 그때 장 씨는 여고생 딸이 대회에 나갈 때마다 백을 멨다. 무심코 놔둔 캐디백이 딸의 앞날을 가로막은 원흉이 됐다.

장수연은 "아버지도 이번 우승으로 마음 속에 짐을 내려놓으셨다"고 말했다. 작년에 딸의 캐디를 그만뒀지만, 경기를 빠짐없이 따라 돌던 장 씨는 올해부터는 숙소나 클럽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낸다. 딸의 경기를 보노라면 마음만 졸이고 잔소리만 늘어서다.

첫 우승을 하던 날 장 씨는 시상식을 마친 뒤에야 만난 딸에게 "수고했다. 잘했다"고 딱 두 마디만 건넸다.

장수연은 "아버지 못지않게 제 우승을 고대한 사람은 이정은 선배"라고 밝혔다. 이정은은 6년 전 서울경제 여자오픈에서 장수연의 '불운' 덕에 연장전에 나가 우승했다.

장수연은 "이정은 언니는 늘 내가 우승하기를 간절히 바랐다"면서 "아직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연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아버지와 단둘이 호주 시드니에서 한 달 보름 동안 겨울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체력 훈련에 집중한 덕에 비거리도 늘었고 원래 좋던 아이언샷도 더 좋아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수확은 쇼트게임과 그린 플레이.

장수연은 "훈련한 골프장이 오전에는 다른 행사 때문에 라운드를 못 하게 했다"면서 "하는 수 없이 오전 서너 시간은 쇼트게임과 퍼팅 연습으로 때웠다"고 말했다.

첫 우승을 결정지은 20m 이글 칩샷도 이런 집중적인 연습 덕에 "자신 있었다"고 장수연은 설명했다. 그는 "공이 떨어질 지점이 눈에 훤하게 들어왔고 넣는다는 생각은 않았지만 딱 붙여서 버디를 잡아내리라고는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장수연의 기나긴 우승 갈증을 씻은 원동력은 겨울 훈련에서 갈고 닦은 쇼트게임 기술도 기술이지만 롯데 골프단 지유진 감독의 '지청구'가 큰 몫을 했다.

투어 프로 출신인 지 감독은 롯데마트 여자오픈에 앞서 롯데 골프단 선수 합숙 때 장수연에게 "성질만 죽이면 정말 좋을 일이 많을 거"라고 쓴소리를 꺼냈다.

장수연은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까 이제 대학교 4학년이고 어린 나이가 아니더라"면서 "이제는 달라져야겠다는 마음이 확 들었다"고 웃었다.

4박5일 합숙 기간 내내 장수연은 지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장수연은 "그때 많은 걸 깨달았고 대회 때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첫 우승을 이룬 장수연의 다음 목표는 '두번째 우승'이다. 그는 "하루빨리 두번째 우승을 하고 싶다"면서 "그래야 또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겠냐"고 밝혔다.

장수연은 볼스트라이킹 능력이 빼어난 선수다. 장수연은 "골프도 일찍 시작했고 어릴 때부터 연습볼을 많이 친 편"이라면서 "체격이나 체력도 좋은 게 내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앞으로 이런 장점을 잘 살려 투어에서 1인자로 올라서는 게 장수연의 목표다. 그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해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남기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그는 소개했다.

장수연은 "초등학교 때 박세리 선배의 경기를 보고 인생의 목표를 그렇게 정했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먼저 한국에서 기반을 잡아놓고 가고 싶다"는 그는 13일 개막하는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KLPGA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 우승자는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이 주어진다.

장수연은 "TV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경기를 치를 생각에 설렌다"면서 "리디아 고의 플레이도 보고 싶고 미셸 위의 장타도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장수연은 재작년 국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난생처음 LPGA투어 대회를 겪어봤지만, 미국 땅에서 열리는 LPGA투어 대회 출전은 처음이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그리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기하겠다"는 장수연은 '만약 우승해서 LPGA투어 카드를 받는다면'이라는 질문에는 "아유 그런 생각 안 해 봤다"고 손사래를 쳤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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