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스피스도, 마음을 못다스려서..

오거스타/민학수 기자 2016. 4. 12. 0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2번홀에서 연거푸 실수 대참사.. 두번이나 물에 빠뜨리고 7타 집중력 흔들, 다잡은 우승 놓쳐

"연속 보기를 했어도 우승에는 여유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숨 한번 깊게 들이쉬고 집중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조던 스피스(23·미국)는 인터뷰에서 두 차례나 물에 빠트리며 4타를 잃은 12번홀(파3·155야드)을 이야기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의 '참사'는 골프가 결국 마음의 운동이며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서두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새삼 일깨웠다.

제80회 마스터스 4라운드가 열린 11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 스피스가 전반 9홀에서 4타를 줄이자 "백 투 백(back to back·연속 우승하라는 뜻)"을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6~9번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5타차 선두를 질주하는 기세를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1966년 잭 니클라우스(미국), 1990년 닉 팔도(잉글랜드), 2002년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마스터스 사상 4번째로 2년 연속 우승하는 위업이 눈앞에 있었다.

가장 두려운 적은 스피스 자신이었다. 그는 "9홀을 남기고 5타 차이라면 안전 운행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소극적 생각이 들자 방금 전까지의 놀라운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10번홀(파4)과 11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가 나왔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155야드'란 평을 듣는 12번홀을 맞았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도 대표적 절경인 아멘 코너(Amen Corner)의 한복판이다.

12번홀에는 수시로 예측불허의 바람이 분다. 그린은 땅콩 모양으로 앞뒤로 납작한데다 앞에는 래의 개울(Rae's Creek)이, 뒤에는 벙커와 화단이 도사리고 있다. 마스터스에서 두 차례 우승한 벤 크렌쇼는 "그린 앞 개울에 공이 많이 빠지는 건 이곳이 원래 인디언의 무덤이었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다. 톰 웨이스코프(미국)는 1980년 대회에서 볼을 다섯 차례나 물에 빠뜨린 끝에 13타를 적어내기도 했다.

핀 위치는 그린 오른쪽이었다. 스피스가 처음 티샷한 공이 짧아 그린 경사면에 맞고 물로 굴러 떨어졌다. 그는 "앞서 두 개의 보기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스윙이 빨랐다"고 했다. 1벌타를 받고 홀까지 80야드 남긴 지점을 선택해 드롭했지만 이번엔 뒤땅을 쳐서 공이 다시 물에 빠졌다. 다시 1벌타를 받고 친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에 빠졌다. 결국 정규 타수보다 4타를 더 치는 쿼드러플보기를 기록했다. 스피스는 이후 파5홀인 13번과 15번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며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스피스는 전년도 챔피언이 새 챔피언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마스터스의 전통 시상식에 참가했다. 대니 윌렛에게 "멋진 플레이였다"고 말하는 그는 챔피언의 품위를 지켰다는 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스피스는 "12번홀의 실수는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1996년 대회 때 그레그 노먼(호주)이 6타차 선두를 달리다 4라운드에서 78타를 치는 바람에 닉 팔도(잉글랜드)에게 그린재킷을 내준 지 20년 되는 해였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