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 사업의 중심, 2016 PGA 머천다이즈 쇼를 가다

류시환 2016. 4. 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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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머천다이즈 쇼가 올해로 63회를 맞았다. ‘The MAJOR of Golf Business’라는 슬로건에 역사와 전통이 더해지며 오늘날 ‘세계 골프 사업 성지’가 된 골프전시회다. 세계 골프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고, 새로운 골프 사업 아이템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PGA 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기자가 다녀온 2016 PGA 머천다이즈 쇼를 가상 인물의 시각으로 재구성했다.

주제 2016 PGA 머천다이즈 쇼 관전

등장인물 열혈골퍼 A, 초보사업가 B

일정 1월25~29일(한국 시간)

장소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오렌지카운티 컨벤션 센터

데모데이 행사장 오렌지카운티 컨트리클럽에 자리한 2016 PGA 머천다이즈 쇼 데모데이 행사장 전경. 넓은 잔디밭에 100여개 브랜드가 부스를 마련해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 Part 1 PGA 머천다이즈 쇼가 부른다

Chapter 1 열혈 골퍼 A

“골퍼이기에 PGA 쇼를 보고 싶다”

나는 골프에 관심이 많다. 업무의 연장선으로 골프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삶에서 떼어낼 수 없게 됐다. 골퍼로서 골프를 대하는 자세는 몇 번에 걸쳐 바뀌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잘 치고 싶었다. 스윙도 멋지게 만들고 싶었다.

연습을 많이 한 이유다. 이후 몸에 최적화한 클럽을 찾는 데 관심이 생겼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나와 맞지 않다면 무용지물인 걸 알아서다. 골프용품에 관심이 생기니 브랜드의 역사와 모델별 특징을 살피게 됐다. 그 과정에서 골프전시회는 직접 경험이 가능한 훌륭한 장이 돼줬다. 언젠가 TV 광고에서 화장을 엉망으로 한 여성 뒤로 “화장을 글로 배웠다”라는 카피가 큰 공감을 얻었던 것처럼, 글로 골프용품을 배웠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해마다 골프전시회를 경험하면서 정보를 습득했는데 어느 날 문득 더 넓은 세상이 궁금해졌다. 우리나라는 골프 문화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좁다는 판단에서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향했다. 골프의 발상지는 스코틀랜드지만 현대 골프산업의 중심은 미국이다. 미국에서 세계 최대 골프전시회가 개최되는 이유이자, 내가 그 전시회에 가야할 이유다.

Chapter 2 초보 사업가 B

“골프 사업가의 길을 가고 싶다”

나도 골프를 좋아한다. 올해로 구력 10년차인데 30대 중반에 불과한 비교적 젊은 골퍼다. 일찍이 골프에 관심을 가져 클럽을 빨리 잡은 결과다. 일반적이라면 사회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 나이에 골프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주변 친구들이 꼭 그렇다. 그래서 골프에 입문하는 친구들의 특급 도우미로 활약하고 있다.

친구들의 골프 입문을 돕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먼저 골프 연습장은 어떤 형태가 있으며 장단점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실내 연습장에서 시작해 실외 연습장으로 옮겨가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클럽을 비롯한 용품 구매다. 나는 가끔 자동차에 비유해 설명하곤 한다.

골프 초보인 친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운전면허증을 딴 후 자동차를 구매할 때 수입차, 그것도 스포츠카를 살 필요는 없다. 소형차나 준중형 자동차를 구매해 타고, 이후 자신의 운전 스타일에 따라 변경하라고 조언한다. 골프 의류 구매도 마찬가지다. 유행이 있으니 그에 맞춰 추천을 아끼지 않는다. 라운드 할 골프장, 때론 해외골프여행에 대한 정보도 귀중한 내 경험을 토대로 설명해준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내 경험을 토대로 골프 관련 사업을 하면 어떨까. 이 생각이 들었다. 골프를 좋아하고, 골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떤 아이템이 좋을까. 이 물음을 놓고 고심하다가 결론은 PGA 머천다이즈 쇼로 이어졌다. 그래 미국으로 가자. 그곳에 가면 새로운 골프 사업 아이템이 있을 거야.

■ Part 2 뜻밖의 악재, 미국 동부지역 폭설로 항공기 지연

Chapter 1 열혈 골퍼 A

“데모데이를 놓칠 순 없다”

2016 PGA 머천다이즈 쇼에 간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다. 일정 첫날, 공항으로 가는 길은 설렘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항공사 카운터 앞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미국 동부지역 폭설의 영향으로 항공기가 4시간 지연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늦어도 간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그런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를 경유해 올랜도로 가는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인천올랜도 직항 노선이 없다). 4시간 지연 도착하면 정상 도착했을 때 2시간30분 후 출발하는 환승 비행기를 탈 수가 없어서다. 항공사 측은 댈러스에서 하루를 묵을 숙소, 식비를 제공했지만 상심이 너무나 컸다.

25일 늦게 올랜도에 도착하면 잠시 쉬었다가 데모데이가 열리는 오렌지 카운티 컨트리클럽으로 갈 계획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스카이72 드림레인지와 비슷한 골프연습장(드넓은 잔디밭에 커다랗게 원을 그리듯 둘러싼 형태)에서 클럽을 비롯한 다양한 출품작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댈러스에서 아침 비행기로 올랜도로 가서(2시간30분 소요), 데모데이 행사장까지 간다면 시간이 만만찮을 것 같았다. 단팥빵에 팥소 빠진 것 같은 상실감이 밀려왔다.

Chapter 2 초보 사업가 B

“어차피 전시회는 길다”

A에 비하면 난 똑똑한 편이다. 미국 동부지역 폭설로 항공편 지연 출발, 결항 등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항 항공 스케줄을 확인해 4시간 지연 출발한다는 사실도 미리 확인했다. A가 하릴 없이 공항을 맴돌 때 나는 여유롭게 움직였다. 계획보다 하루 늦게 올랜도에 도착한다는 것은 나 역시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런데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모로 가든 도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고 올랜도에 가기만 하면 되지 않은가. 그리고 데모데이 참관을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데 어차피 전시관에 들어가면 다 있는 것 아닌가.

물론 필드에서 경험할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쉽지만 본질은 실내외 어디서든 알 수 있다. 예정된 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한 나는 계획대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 이상 날아가는 비행 스케줄을 소화하기 전 맥이 빠진 A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난다. 저 상태로 데모데이에 가면 클럽 몇 번 시타하다가 쓰러질 것이다.

전시장을 차지한 부스 중 익숙해 눈에 들어온 클럽 브랜드들이 반가웠다. 전시장 한 편에는 시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 Part 3 PGA Show Day 1 데모데이 이벤트

Chapter 1 열혈 골퍼 A

“일단 쳐보자”

올랜도에 도착한 나는 앞서 도착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데모데이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온라인으로 신청한 행사장 출입증(배지)을 지인이 대신 수령해줘 시간을 크게 절약했다. 공항에서 데모데이가 열리는 오렌지카운티 컨트리클럽은 3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오후 1시30분 현장에 도착하자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오후 4시 정도면 데모데이가 끝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야 해서다.

데모데이 행사장의 첫 인상은 골프 브랜드 깃발이 펄럭이는 평야였다. 한눈에 전경이 들어오지 않아 규모의 거대함을 인지하기 힘들었다. 출입로를 따라 들어가자 굴곡진 잔디밭이 드넓게 펼쳐졌고, 이번 쇼에 참가한 업체들의 부스가 크게 원을 그리고 있었다. PGA 측에 따르면 100개의 업체가 데모데이에 참가했다고 한다.

브랜드 부스는 낯익은 게 많았지만 처음 보는 것들도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수동카트와 작은 카트도 있었고, 정체를 알기 힘든 제품들도 상당수였다. 일단 많이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에 클럽 브랜드 부스마다 들러 신제품 클럽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잔디밭인데 골프코스라고 여겨도 됐기에 실전과 같은 느낌을 전해줬다. 많은 브랜드를 경험한 것은 만족스러웠지만 몸은 상당히 고단했다.

Chapter 2 초보 사업가 B

“데모데이 오길 잘 했네”

사실 데모데이는 골프클럽 브랜드 중심이다. 골프웨어나 실내 아이템은 전혀 참가하지 않는다. 골프 사업을 위해 쇼를 찾은 나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그곳을 독차지한 클럽들은 이미 우리나라에 출시되고 있다. 사업 아이템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데모데이에 굳이 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의 여유가 있었고, 안 보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행사장을 찾았다.

그런데 의외의 아이템들이 많았다. 클럽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괜찮은 것들이 있었다. 상황을 살펴보니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퍼터 전문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인기가 급상승한 아이템이다. 안 왔으면 큰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몰린 부스가 어디인지 살피고, 그 가운데 마음이 끌리는 부스로 향했다. 전시회에서 집중 살펴볼 제품들에 대한 사전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데모데이에 오길 참 잘했다.

■ Part 4 PGA Show Day 2 전시회 1일차

Chapter 1 열혈 골퍼 A

“일단 한 바퀴”

피곤한 일정에 데모데이에서 활약이 더해지며 체력이 고갈됐다. 시차 적응도 필요 없이 쓰러져 잠들었고, 알람소리에 맞춰 깨어났다. 여전히 온 몸이 뻐근했다. 평소라면 건강을 위해 쉬어야했지만 이곳이 어디던가.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PGA 머천다이즈 쇼 아니던가. 다시 의욕이 불타올랐다. 말끔히 치장한 후 전시회장으로 향했다. 오렌지카운티 컨벤션 센터는 우리나라 킨텍스 전시장과 비슷했다. 다만 규모가 더 방대하다고 보면 된다. 재미있다면 전시장 출입구가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클럽하우스에 들어간 후 라운드를 위해 반대편으로 한층 내려가는 디자인이 많다. 이 곳 전시장도 그렇다. 전시장 주 출입구로 들어가면 쇼가 진행되는 층이고,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한 층을 올라가야 한다.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크게 압도된 느낌은 아니었다. 그동안 쇼에 대한 정보를 취합한 탓에 어느 정도 예상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래도 우리나라 전시회와 비교하면 5배 이상 규모로 느껴졌다. 일단 한 바퀴 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입구에서 반대편까지 걸었다. 수박 겉핥기식 참관이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Chapter 2 초보 사업가 B

“나도 한 바퀴”

A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전시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봐서 뭐가 기억에 남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내 따라하는 나를 발견했다. 온갖 골프용품 중 무엇부터 봐야할지, 어떤 것이 사업 아이템으로 적당한지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한 바퀴 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전시회장을 걸었다. 한참의 시간을 보낸 후 반대편 끝으로 왔다. 클럽도 보고, 카트도 보고, 골프웨어도 봤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정신없이 봤더니 이내 허기가 찾아왔다. 입에 잘 맞지 않지만 어쩔 도리 없이 피자 한판을 해치운 후 다시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이번에는 반드시 괜찮은 아이템을 찾을 것이라 다짐하면서. 그런데 다시 한 바퀴 돌고 제자리에 오고 말았다.

기자는 <서울경제 골프매거진>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 타임 INC의 브랜드 펠랜슈타인 <골프매거진> 발행인을 만났다.

■ Part 5 PGA Show Day 3 전시회 2일차

Chapter 1 열혈 골퍼 A

“특정 품목에 집중하자”

오늘은 클럽을 중점으로 봐야겠다. 골프의 중심은 클럽이니까. 브랜드별로 다 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아직 우리나라에 출시 안 된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봐야겠다. 이렇게 판단한 나는 전시장 왼쪽 끝으로 갔다. 하루 동안 체득한 사실인데 전시장은 왼쪽 끝에서부터 클럽, 골프 전자기기, 골프웨어, 골프화, 골프소품, 신제품 등 순으로 구성돼 있었다. 클럽 부스로 이동하며 살피니 전시회장에 사람이 크게 늘어난 분위기다. 어제는 동선에 사람이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자칫 부딪힐 위험이 있었다.

클럽 브랜드 부스는 상당히 깔끔하고, 세련돼 보였다. 부스를 상당히 크게 만들어서 클럽이 더 멋스러웠는지 모르겠다. 브랜드 부스에서는 클럽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고, 몇몇 브랜드는 실내 시타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골프박람회와 비슷한 풍경이다.

Chapter 2 초보 사업가 B

“오늘은 천천히 한 바퀴 더”

전시관에서 하루를 보낸 후 숙소로 돌아가 많은 생각을 했다. 사업 아이템을 찾으러 왔는데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다. 괜찮은 브랜드는 이미 국내에 진출한 상태고, 남아 있는 것들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또 괜찮다고 느낀 브랜드와 제품은 비용이 만만찮을 것 같았다. 골프 사업가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는데 초보의 한계가 있었다.

다시 전시장을 찾은 나는 한곳에 자리한 한국관으로 갔다.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을 받은 우수 업체가 전시회에 참가한 것이다. 어쩌면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좋은 아이템을 만들어 해외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사업 선배들이다. 난 반대로 괜찮은 아이템을 우리나라로 수입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사업을 대하는 자세가 한참 낮은 내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전시회에서 만난 한국인 사업가는 내게 뼈 있는 말을 해줬다.

“괜찮은 사업 아이템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것도 한 번 보고는 절대 알 수 없다. 괜찮다고 느낀 브랜드와 제품이 있다면 다음해 어떻게 변했나 보고, 그 다음해 또 살핀다. 성장 가능성이 점차 실현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잡아야 한다. 그런데 사업은 운이 중요하다. 괜찮은 아이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것이 있고, 때가 안 맞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이 보고,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 Part 6 PGA Show Day 4 전시회 3일차

Chapter 1 열혈 골퍼 A

“오랜 시간 잊히지 않을 추억”

전시회 마지막 날이다. 많은 것들을 봤는데 볼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다. B는 이곳에서 뭔가를 가져가려는 목적 때문에 숨 돌릴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나는 그저 내 골프 인생에서 꺼내볼 추억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즐길 수 있었고, 웃을 수 있었다.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기에 나는 전시장을 다시 돌았다. 왔던 길을 반복해 걸으며 그곳에서 똑같은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는 브랜드 관계자들을 봤다. 골퍼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열망에 가득한 그들의 눈빛은 새삼 골퍼로서 감사함을 느끼게 했다. 저들의 노력 때문에 우리는 즐겁게 골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퍼시몬 클럽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코스에 나설지 모를 일이다.

그대들이여. 열정이 식지 않아 고맙소. 앞으로도 그대들의 열정에 기대어 골프를 즐기겠소. 나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올랜도여 안녕. PGA 머천다이즈 쇼여 안녕.

Chapter 2 초보 사업가 B

“내년에 다시 올 것이다”

전시회 마지막 날이 되자 조급함이 사라졌다. 사업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으니 압박감이 줄어들었다. 사실 이곳에 올 때는 사업 아이템을 찾고, 계약서를 갖고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고, 조용히 계획을 접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은 나의 한계를 확인한 탓이다.

미국의 골프 산업이 어떤 변화를 겪었고, 향후 우리나라는 어떻게 바뀔까. 사업을 하려면 이 난제에 어느 정도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확실한 정보에 의한 답일 수도, 감에 의한 답일 수도 있다. 변화를 예측한다면 사업가로서 성공하기가 수월하다. 그렇다면 나는 그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아직 골프 사업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변화를 예측할 눈이 없는데 어떻게 괜찮은 아이템을 찾아내고,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현실을 직시하자. 그렇다고 포기는 아니다. 내년에 다시 와서 세계 골프 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골프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멋진 사업가로 성장할 것이다. PGA 머천다이즈 쇼여 안녕. 작전상 후퇴다.

PGA 머천다이즈 쇼는?

올로 63회를 맞았고, PGA에서 개최하는 세계 최대 골프전시회다. 이번 전시회에는 세계 각국의 1,000여 개 회사가 참가했다.

골프클럽과 볼, 골프화, 골프백, 골프웨어, 골프카트 등 골프와 관련된 수많은 회사가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러 나온다. 이곳은 일반 골퍼에게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 세계 곳곳의 사업 파트너를 만나기 위한 장이다.

우리나라 골프전시회와는 개념이 다른 상황이다. 그리고 PGA 머천다이즈 쇼는 골프 산업의 발전 속에서 규모를 키워왔지만 근래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미국의 경기가 골프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2009년 리먼 브라더스 금융사고 후 침체돼 왔다.

다행이라면 올해는 지난해 대비 3퍼센트 늘어난 규모로 집계됐다. 한편 올해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업체가 참가한 나라는 캐나다, 영국, 일본, 멕시코, 독일 순이다. 우리나라는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신청을 받아 선정한 11개 업체와 개별 참가 업체(볼빅, 보이스캐디 등)가 전시회장을 빛냈다.

새로운 뉴스와 루머의 산실

PGA 머천다이즈 쇼는 세계 골프 산업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어떤 유행이 골프계에 불어올지, 신제품을 꺼내놓은 각각의 브랜드가 제대로 보여준다. 새로운 뉴스를 발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온갖 루머의 산실이기도 하다. 경쟁사와 마주하다보니 몰래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리기도 하고, 단순한 사실도 변질돼 전혀 엉뚱한 소문으로 재생산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접한 루머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었다.

먼저 특정 브랜드가 경영난 때문에 매각됐다는 것이다. 해당 브랜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전시회도 잘 치르고 있는데 매각설이 돈다. 재미있게도 해당 브랜드가 완강히 부인함에도 매각설은 시점과 규모 등 정보가 매우 구체적이다. 매각설이 돈 대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클럽 브랜드들이라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또 하나는 브랜드와 파트너 간 계약 종료설이다. 양사의 관계가 매우 돈독함에도 계약이 끝났다는 소문이 돌고, 바이어들이 몰려드는 형태다. 잘못된 소문이기도 하지만 악의적으로 퍼트린 경우가 많다. 대부분 국내 경쟁 업체가 선점한 계약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다.

PGA 쇼 올해의 ‘HOT’ 브랜드

전시회에 참가한 브랜드 중 바이어들의 발길이 집중된 곳은 두 가지 형태로 보였다. 빅 브랜드들이 어떤 신제품을 출시했는지 골퍼로서 관심으로 찾는 것, 사업 아이템으로 정하고 계약을 위해 찾는 것이다.

이 가운데 바이어들의 관심이 크게 집중된 곳들을 꼽아봤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의 골프 산업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것이 골프 거리측정기 분야다. 우리나라는 수년 전 음성형 GPS 거리측정기가 유행했고, 이후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는 나라마다 비슷한 모양이다. 때문에 클럽과 골프웨어를 제외하고 가장 큰 부스를 만들어 세를 과시하고 있었고, 바이어들이 상당히 많아 보였다. 부스는 담당자들과 바이어 사이에 계약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느라 분주했다.

골프 거리측정기 분야에서도 돋보인 것은 부쉬넬이다. 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로 평가 받는 만큼 바이어들의 러브콜 대상이었다. 우리나라는 ㈜카네가 독점 수입계약을 맺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양사의 계약이 종료됐다는 소문이 돌며 여러 업체가 계약에 뛰어들었지만 이는 루머였다. 확인 결과 양사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 계약이 쉽게 끝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시회에 출품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관심을 산 브랜드가 있다. 바로 미국의 신규 클럽 브랜드 PXG(파슨스 익스트림 골프)다. 미국 클럽 브랜드 관계자들에 따르면 PXG를 보기 위해 방문한 바이어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을 수입하는 바이어가 브랜드를 늘리려고 하고, 그 대상을 PXG로 정한 경우다. 이들은 미국 내 소식통이기도 한 클럽 브랜드 담당자들에게 PXG 접선 경로를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PXG에 대한 높은 관심도가 전시장 내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쿨 클럽스 코리아가 PXG를 4월1일 국내에 공식 론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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