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을 동의없이 발전기금 징수..박인비 등 집단반발

최명식 기자 2015. 12. 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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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태극낭자들 '뿔났다'
박인비(앞줄 왼쪽)를 비롯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표팀이 지난 11월 29일 부산 기장군 베이사이드 골프장에서 열린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챔피언스 트로피’ 상금중

6.7 ~ 10% 공제하고 지급

비회원 이미향 540만원 떼

박인비 등 12명 해명 요청

일부는 법적 대응도 검토

KLPGA “이사회서 논의”

기금 200억 ‘이자놀이’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여자골프 스타 12명이 단단히 뿔이 났다. 지난 11월 29일 부산 기장군 베이사이드 골프장에서 열린 이벤트대회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에 LPGA팀으로 출전했던 주장 박인비와 김세영, 유소연, 김효주, 장하나, 최운정, 이미향, 이미림, 이일희, 신지은, 백규정, 박희영 등 12명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KLPGA가 정규대회도 아닌 방송사 주최 이벤트대회의 상금을 선수 동의 없이 ‘협회발전기금’이란 명목으로 징수했기 때문이다.

이 이벤트대회에선 LPGA팀이 KLPGA팀을 이겼다.

박인비는 15일 SNS ‘단체 카톡방’에서 선수들과 대책을 논의했으며, 이벤트대회에서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기금을 징수한 것에 대한 해명을 KLPGA 측에 요청했고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일부 선수들은 “앞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이벤트대회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또 “기금을 돌려 받는다면 불우이웃 돕기 자선기금으로 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KLPGA는 이날 오전 선수 개인 은행계좌를 통해 상금을 입금하면서 KLPGA 회원인 10명에겐 6.7%, 비회원인 신지은과 이미향에게는 10%의 기금을 징수했다. 신지은과 이미향의 통장에 입금된 금액은 3200만 원에 불과했다. 해외거주자 세금(22%)과 기금을 공제한 탓이다. 기금은 선수마다 많게는 540만 원에서 적게는 400만 원 가까이 징수됐다. 이 이벤트 대회에 걸린 총상금 10억 원 중 우승팀에겐 6억5000만 원, 준우승팀에겐 3억5000만 원이 돌아갔고 팀별 12명의 선수가 나눠 가졌다.

KLPGA가 이 이벤트대회를 통해 양팀 선수 24명으로부터 거둬들인 기금은 7000여 만 원이 넘는다. 대회를 주최한 MBC로부터 받은 기금 4000만 원을 포함하면 대회 상금의 10%가 넘는 1억1000만 원이나 된다.

김남진 KLPGA 사무국장은 “이벤트대회일지라도 협회가 공인한 대회는 지금까지 기금을 거둬왔다”면서도 “내년 초 이사회에서 기금과 관련된 제반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KLPGA는 1989년 창설 이후 대회 때마다 선수가 받는 상금의 10%를 원천 징수해 왔다. 세금을 제외하면 6.7%다. 연간 대회 수가 10개에 그치고, 전체 상금이 10억 원 남짓이던 20여 년 전 연간 기금은 1억 원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KLPGA투어는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했고 올해는 공식 투어와 이벤트대회를 포함하면 모두 33개 대회가 열렸다. 총상금은 200억 원을 넘어섰다.

김효주는 2014년에만 8000만 원 이상, 전인지는 올해 6000만 원 이상을 기금으로 냈다. 올해 KLPGA가 상금에서 거둬들인 기금은 이벤트대회를 포함할 경우 15억 원에 육박한다. 기금은 회비 등을 포함, 현재 200억 원이 적립돼 있다. 선수들과 달리 기업인 출신의 구자용 협회장은 지난 4년 동안 수장으로 재임하면서 단 한 푼의 기금도 내지 않았다. 기금은 대부분 은행에 예치돼있다. 기금은 사무국 운영비와 회원 경조사비로 쓰이고, 몇 해 전 40세 이상 원로급 프로 80여 명에게 월 5만 원 상당의 보험을 가입해 줬다.

LPGA투어와는 확연하게 차이 난다. LPGA투어는 회원, 비회원 구분 없이 정규대회에 한해 상금의 6%를 ‘투어 기금’으로 공제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기금은 연간 대회 3개 개최 비용과 은퇴한 선수들의 연금으로 차등 지급해 오고 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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