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종범이처럼 열심히 했으면 선수로 성공.."

김성훈기자 2014. 11. 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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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직원서 준우승 감독으로.. 넥센 염경엽 인생史

"(이)종범이랑 비교하며 잔소리하시던 아버지 말씀을 들었으면 프로 선수로도 잘 했을 텐데, 노력의 중요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죠."

감독 데뷔 2년 만에 팀을 준우승시킨 염경엽(46) 프로야구 넥센 감독은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감독은 꿈도 꾸지 못했고, 최고로 올라가면 수석코치라고 생각했다"며 "실패를 경험한 뒤에야 '남자로 태어나 이렇게 존재감 없이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노력했는데, 운이 좋아 감독이 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 도움으로 준우승까지 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전날 넥센과 3년간 총액 14억 원에 재계약했다.

염 감독을 야구로 이끈 사람은 1998년 세상을 뜬 아버지 염동헌 씨다. 대학 진학 때 아버지 모교(고려대 법대)를 선택할 정도로 아버지를 믿고 따랐던 그는 스포츠를 좋아했던 아버지 권유로 광주 서석초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대선수로 키우기 위해 '잔소리'도 많이 했다. 염 감독은 "아버님이 늘 '종범이는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는 매일 잠만 자냐'고 혼내셨다"며 "1997년 프로에서 백업 선수로 밀려날 때에야 아버지 말씀을 들었어야 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이종범 전 한화 코치의 광주일고 2년 선배고, 김기태 KIA 감독과 동창이다.

전략가나 승부사 이미지가 강한 염 감독이지만 외동딸 아란(18) 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만은 영락없는 '딸 바보'였다. 그는 "딸이 지금 고3인데, 최근 동덕여대 연극영화과 수시모집에 합격했다"며 "'인 서울(서울 소재 대학에 가는 것)'이면 성공이라는데 다행히 잘 됐다"고 좋아했다. 아란 양은 벌써 소속사도 있는 '예비 연예인'이다. 걸그룹 시스타 등이 속해있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가 소속사. 염 감독은 "많은 경험을 해보라는 것일 뿐, 연예인이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면서도 휴대전화에 저장된 딸 사진을 보여주며 "딸이 순수하게는 생겼다"고 자랑했다. 그는 "1년에 6개월은 집을 비우는 셈이라, 집에서는 하숙생이나 다름없다"며 "그런데도 딸은 야구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아빠와 같이 저녁을 먹겠다고 하교하자마자 들어온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1991년 태평양에 입단하자마자 주전을 꿰찬 유망주였지만, '1할대 타자'로 10년 만에 은퇴해 구단 프런트 직원으로 일했다. 1997년 박진만에게 주전을 뺏기게 되자, 야구선수를 그만두려고 캐나다 이민을 신청했다.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야구 유학을 하면서 사업(방망이 수입)까지 해 볼 생각이었다. 당시 캐나다가 운동선수 등에게 기술 전수 대가로 영주권을 쉽게 내주는 '자영 이민' 제도를 활발히 운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민 신청을 대행하는 이주공사에서 1순위 직업을 사업, 2순위 직업을 야구 교육으로 뒤집어 적는 바람에 심사에서 탈락했다.

염 감독은 마음을 고쳐먹고 수첩에 선수들의 특징을 메모하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언젠가 코치가 되려면 지식이 많아야 하고, 나만의 특별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수첩에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해 전력분석에 활용한다. 프런트 생활은 조금도 생각지 않던 것이었다. '2년만 프런트에서 일하면 코치를 시켜주겠다'는 말에 현대 프런트 직원이 됐다. 약속과 달리 6년간 일하게 되자 3차례나 사표를 썼다. 결국 2006년 11월 3년 계약으로 코치의 꿈을 이뤘지만, 한 시즌 뒤 현대 구단이 해체됐다. 두산, SK, LG 3개 구단에서 프런트 제의가 들어왔고, '자리가 나면 코치를 시켜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LG로 갔다. LG 스카우트팀 차장과 운영팀장을 거쳐 2009년 수비코치가 됐다. 이후 넥센 작전코치를 거쳐 2012년 10월 넥센 감독에 취임했다.

염 감독은 "프런트 생활이 길어지면서 현장에 돌아간다면 수석코치, 프런트에 남으면 단장을 꿈꾸게 됐다"며 "단장이 되면 선수 육성을 어떻게 할지, 수석코치가 되면 어떤 자료를 갖고 감독을 보좌할지를 생각하며 수첩에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어 갔고, 김성근 한화 감독 등 선배 지도자들을 연구했다. 당시 준비한 것을 감독이 돼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나는 초짜 감독이고, 내가 준비한 것으로는 부족한 경험을 50%밖에 메우지 못한다"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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