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웅선의 토크 인사이드]김효주가 에비앙 우승 후 혼쭐난 사연

입력 2014. 9. 24. 06:21 수정 2014. 9. 2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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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KLPGA제공

[헤럴드스포츠=최웅선 기자]김효주(19 롯데)가 미국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후 스윙 코치이자 인성 코치인 한연희 감독에게 혼쭐이 났다. 윗사람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사연은 이랬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후 인터뷰 등 공식 행사가 끝난 뒤 클럽 하우스에서 늦은 점심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김효주를 비롯해 아버지 김창호씨, 한 감독 등 지인들이 함께 했다. 엄청난 우승 뒤라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한창 식사 중일 때 김효주의 등 뒤로 박세리가 지나갔다. 대선배 박세리는 큰 일을 한 어린 후배에게 "'식사 맛있게 하라"는 인사를 건넸다. 이 때 김효주의 아버지 김 씨와 한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세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메이저 우승이라는 빛나는 업적을 세우고 한창 식사 중이던 김효주는 깜짝 놀라 엉거주춤 일어나 함께 인사를 했다. 이게 발단이었다. 이 모습을 본 한 감독이 "윗사람에게 인사를 할 땐 똑바로 서서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해야 한다"며 김효주를 엄하게 꾸짖었다. 한 코치의 훈계가 끝나자 이번엔 아버지 김 씨가 "인성을 갖추지 못하면 결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다"며 "우승 보다 중요한 건 사람의 됨됨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김효주를 감싸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효주에겐 억울한 측면도 있었다. 김효주는 클럽 하우스로 들어 오면서 이미 박세리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 다음 자리에 와 식사를 했다. 등 뒤로 지나가는 박세리의 모습도 보지 못했다. 다만 아버지와 한 감독이 일어나 인사를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부친 김 씨와 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어른이 일어나 인사를 할 땐 당연히 따라 일어나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 또 인사를 했어도 다시 할 때는 정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골프선수들의 인성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 잘치고 잘 나간다 싶으면 선후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성적 안나는 선배는 무시하기 일쑤다. 이런 일들이 어린 선수들의 잘못 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다. 김효주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으나 지금까지 한 번도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대회장에 도착하면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일 먼저 선배들을 찾아 다니며 '배꼽 인사'를 한 결과다. 김효주는 인사를 할 때 그냥 머리를 숙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며 공손히 한다. 이렇게 인사를 다 하고 나서야 연습을 시작한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후 출전한 메트라이프 한국경제 KLPGA선수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떴다고 거들먹 거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모두 엄한 아버지 김 씨와 한 감독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상비군 시절 김효주와 태극 마크를 함께 달았던 동갑내기 김보아(19)를 인터뷰 하면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김)효주 같은 선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보아는 "효주는 공도 잘 치지만 겸손하고 인사성도 밝아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선수"라고 말했다.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 그런 논리라면 대회장에 선후배 동료는 없고 오로지 경쟁자만 넘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위험한 생각이다. 꼴찌가 있어야 일등도 존재한다. 또 영원한 일등이 존재할 수도 없다. 여자 프로들의 세계도 작은 사회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골프 기계'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지 못한다. 오늘날의 김효주를 만든 부친 김 씨와 한 감독의 가르침을 보면서 더욱 강해진 생각들이다.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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