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카드2] 신인왕 구자욱? 김하성은 어쩌고?

최진아 2015. 8. 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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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생활 내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딱 한 번 밖에 가질 수 없는 타이틀, 바로 ‘신인왕’입니다.

2015시즌 KBO리그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올 시즌 신인왕에 대해서도 다양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올해는 특히 구자욱(삼성)과 김하성(넥센)이라는 걸출한 두 신인 선수의 활약으로 어느 해보다 신인왕 경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기록은 내가 낫지" 구자욱 vs 김하성"20-20이면 얘기가 다르지"

4일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22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인 구자욱.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신인왕 경쟁이 끝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재국, 이용균 기자의 의견은 조금 달랐습니다.

기록으로만 보면 구자욱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김하성의 경우 ‘유격수’라는 포지션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에서 고졸 신인선수가 이 정도 기록을 내는 게 쉽지 않고, 강정호 선수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김하성이 10개 구단 유격수 중 가장 많은 홈런(14개)을 기록 중이고, OPS 역시 다른 팀 유격수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 20(홈런)-20(도루) 기록까지 달성할 경우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신인왕 '2차 투표' 역대 총 3번...시즌 막판 활약, 타이틀이 변수한 시즌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신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신인왕의 경우 생각만큼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1982년 출범 이후 국내 프로야구에서 신인상 결정 투표가 2차까지 간 경우는 총 3번.

그 중 많은 팬들이 기억하는 건 아무래도 2001년 박한이(삼성)와 김태균(한화)의 신인왕 경쟁일 겁니다.

당시 박한이의 시즌 성적은 타율 2할7푼9리, 117안타에 홈런 13개. 반면 김태균은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타율 3할3푼5리, 안타 82개, 20홈런.

7월까지 사실상 박한이의 단독 질주 양상을 보였던 신인상 타이틀 경쟁은 김태균이 8월 본격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9월까지 13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 경합을 펼쳤던 김태균(41표)와 박한이(39표)의 경쟁은 2차 투표까지 가는 경합 끝에 결국 김태균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시즌 막판 김태균이 결승 홈런 2개를 포함,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두 기자의 분석입니다.

2009년에는 이용찬(두산)과 안치홍(KIA)이 신인왕을 놓고 경합을 펼쳤는데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것은 물론, 올스타전 MVP까지 차지했던 안치홍을 제치고 ‘세이브 공동 1위’(26세이브)에 오른 이용찬이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타이틀’을 따는 것 역시 신인상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라는 분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죠.

● 구자욱 vs 김하성, 당신의 선택은?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선택은 누구인가요?

이재국 기자의 선택은 구자욱입니다. 당연히 지금까지 숫자로 나타난 기록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습니다.

1983년 장효조 선수가 기록한 ‘데뷔 시즌 최고타율’(0.369)에 육박하는 타율과 연속안타 기록까지 신인이라고 보기 힘든 기록들을 써내고 있습니다. 특히 6월 이후 최근 두 달 새 4할2푼4리의 타율에 3홈런, 25타점, 도루 6개를 기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약점이었던 몸쪽 공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등 타격 면에서 놀라운 ‘학습 능력’까지 보이고 있어, 향후 한국 프로야구 타격 부문의 상당수 기록을 갈아치울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2012년 입단 후 구자욱을 지도했던 황병일 당시 삼성 2군 타격코치가 “앞으로 3년 내에 1군 선발에 들고, 다시 3년 후면 한국 야구를 휘저을만한 재능을 지닌 선수”라며 극찬했다는 후문.

수비에서 고정 포지션이 없다는 것 역시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면에서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팬들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았던 뛰어난 외모 역시 이제는 구자욱의 실력을 돋보이게 하는 ‘덤’일 뿐이라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올시즌 신인왕 경쟁은 사실상 끝난 걸까? 이용균 기자의 대답은 ‘아니다’였습니다.

기록만 놓고 보면 김하성이 열세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홈런(14개, 구자욱 9개) 갯수에서 앞서 있긴 하지만 타율, 득점생산력(RC), OPS 등 대부분의 기록에서 뒤진 상황.

하지만 김하성의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건 분명 플러스 요인이라는 설명입니다. 사실상 ‘넥센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던 강정호가 떠난 후 쉽게 메워질 것 같지 않던 유격수 공백을 올시즌 큰 문제없이 메우고 있는 것만으로도 김하성은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

여기에 홈런 6개, 도루 8개를 더해 ‘20-20’을 달성할 경우 구자욱으로서도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거라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연말 서건창 선수의 시상식장에 김하성을 비롯한 유망주들을 함께 참석시키며 확실한 ‘동기 부여’에 공을 들이고 있는 넥센 구단 분위기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 어린 선수 성장시키는 시스템 만들어야구자욱과 김하성이 소속된 삼성과 넥센은 올시즌 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한국시리즈 우승과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던 두 팀은 사실 신인선수 지명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두 팀에서 신인왕 후보가 나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좋은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는 것, 어린 선수들에게 충분한 동기 부여가 가능한 팀 분위기가 조성돼 있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제대로 이끌어 주고 있다는 게 이재국, 이용균 기자의 분석입니다.

‘저 팀은 어떻게 저렇게 많은 신인왕을 배출해 낼까’...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 속에서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선수들이 커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겠죠?

구자욱, 김하성 두 선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심장이 쫄깃쫄깃...‘터프 세이브’ 이야기

현대야구에 접어들면서 가장 가치가 뛰어오른 보직은 뭘까요? 아마 마무리 투수일 겁니다.

투수진의 분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과거엔 ‘선발로 실패한 투수의 차선책’ 정도로 여겨지던 마무리 투수의 역할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떠올랐습니다.

올 시즌 KBO리그 세이브 순위를 살펴보면, 7월 30일 기준으로 손승락(넥센)과 윤석민(기아)이 19세이브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임창민(NC)과 임창용(삼성)이 공동 2위에 올라 있고(18세이브), 권혁(한화)과 윤길현(SK, 이상 13세이브), 봉중근(엘지)도 순위권(12세이브)에 있습니다.

여기서 끝내면 재미가 없죠? 그래서 세이브 기록 중에서도 가장 심장이 쫄깃해지는 ‘터프 세이브’에 대해 살펴 봤습니다.

터프 세이브는 일반적인 상황보다 중압감이 더 큰 상황에 나와서 거두는 세이브를 말하는데요. 그럼 ‘중압감이 큰 상황’의 정확한 기준은 뭘까요?

일반적으로 ‘한 점 차 상황에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는 경우’로 많이 알고들 계신데요. 이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동점 혹은 역전 주자가 루상에 있을 때 올라오는 경우라야 터프 세이브 요건이 성립합니다. 즉, 1-0 리드 상황이라 하더라도 루상에 주자가 없다면 터프 세이브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고의 구원투수에게 수여하는 ‘롤레이즈 구원상’(Rolaids Relief Man Award)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터프 세이브에 가중치를 부여해 수상자를 선정할 만큼 터프 세이브를 비중있게 다룹니다.

그렇다면 올 시즌 KBO리그에서 터프 세이브를 가장 많이 거둔 선수는 누구일까?

세이브 상위권에 올라있는 투수 중 손승락과 임창용, 윤석민, 임창민 선수가 각각 2개의 터프 세이브를 기록 중이고 장시환(KT), 정우람(SK), 이정민(롯데), 봉중근(LG)이 각각 한 개의 터프 세이브를 올리고 있습니다. 두산의 경우 노경은, 윤명준, 함덕주 3명의 선수가 한 개씩 기록 중입니다.

사실 터프 세이브는 조건이 성립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마무리 투수의 경우 9회 3점차 이내 리드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죠. 올 시즌에도 7월 30일까지 총 터프 세이브는 15개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표본이 적다보니 터프 세이브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팀을 절체절명 위기에서 구해낸다는 의미에서 터프 세이브는 숫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실제로 한 시즌 최다 터프 세이브 기록을 보유한 봉중근 선수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기록 추적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살펴보면, 2013년 봉중근 선수는 총 9번의 터프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봉중근은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활약을 펼쳤죠? 38세이브로 LG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경신했고(종전 1997년 이상훈 37세이브), 평균자책도 1.33으로 마무리 투수 중 가장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그 해 LG는 봉중근의 활약으로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으니 터프 세이브와 마무리 투수의 활약, 팀 성적이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최진아기자 (jina9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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