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넬슨戰 앞둔 김동현,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나에게 깔리기 전까진"

조형규 2016. 10. 2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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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누구나 계획은 세운다. 내 펀치에 얻어맞기 전까지는(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face)." 

전설적인 프로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으로도 유명한 구절이다. 그런데 오는 11월 20일(한국 시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SSE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99에 출전 예정인 김동현(35, 부산팀매드)도 이 문장을 언급했다. 대신 '펀치'라는 단어를 빼고, 그 자리에 '그래플링'을 넣었다. 확실히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만큼 김동현은 자신의 강력한 그래플링 능력에 확신을 갖고 있다. 그 상대가 웰터급 12위의 그래플링 강자 거너 넬슨(27, 아이슬란드)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넬슨도 저를 잡아보면, 그제야 '왜 김동현이 지옥의 체급인 웰터급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를 깨닫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넬슨과의 일전을 코앞에 둔 김동현을 부산에서 직접 만났다. 아래는 김동현과의 인터뷰 전문.

거너 넬슨과의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근황은.
시합 준비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 방송 출연도 경기 홍보에 관련된 것이 아니면 운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주말 스케줄 정도만 소화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원래 상대는 닐 매그니였는데 지난 7월 김동현의 부상으로 아쉽게 경기가 무산됐다.
사실 닐 매그니와의 경기가 정말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자신 있었다. 정말 싸우고 싶었는데 내 부주의로 부상을 당해 경기가 취소됐다. 뭐, 내 실수인 만큼 변명의 여지는 없다.

당시 UFC 200 주간에 펼쳐진 팬엑스포 참석을 위해 미국에 방문했다가 부상을 당했는데.
그때 팬 엑스포 참석 차 미국에 머물면서 현지 체육관에서 스파링을 했다. 당시 상대가 중량급 파이터였는데, 스파링 도중 니바를 잡혀서 백포지션으로 넘어가는 도중 부상을 당했다.

본인 스스로가 가장 안타까웠을 것 같다.
흔히 있을 수 있는 부상이긴 한데, 이번에도 다시 한번 중량급 선수와의 스파링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느꼈다. 여태까지 부상으로 경기가 취소된 경험을 돌이켜보면 항상 나보다 체중이 더 나가는 선수와 하다가 취소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도대체 우리 김동현 선수를 다치게 한 그 헤비급 파이터는 누군가.
아, 미안하지만 그건 노코멘트다(웃음).

누군지 더 궁금해지지만 알겠다(웃음). 어쨌든 부상 때문에 닐 매그니전이 취소되고 다시 거너 넬슨과 경기가 잡혔다.
닐 매그니전이 정말 자신 있었지만 넬슨도 웰터급 공식 랭킹에 올라있는 강자다. 나에게 괜찮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바로 수락했다. 심지어 북아일랜드까지 가서 메인이벤트 경기에 나서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기분도 좋다.

존 해서웨이 때도 이미 경험했겠지만 메인이벤트를 장식하는 파이터로서 갖는 부담은 없나.
티켓이 잘 팔릴까 하는 걱정은 있다. 물론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메인이벤트 경기에 나서기 때문에 돈 받은 만큼의 값은 해야 하지 않을까. 북아일랜드까지 가기 때문에 화끈하고 멋진 경기로 넬슨을 제압하고 오는 게 중요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대회는 자주 참석했지만 유럽 원정은 처음이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그냥 아일랜드도 아니고 북아일랜드라고 하니깐··· 처음엔 '북아일랜드가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지?' 싶어서 지도를 먼저 꺼내봤다(웃음). 그래도 한국과 지구 정 반대 편에 있는 브라질도 가봤기 때문에 부담은 전혀 없다. 유럽 원정 자체에 굳이 의의를 두진 않는다.

거너 넬슨이 코너 맥그리거의 팀 동료로도 유명하고, 특히 그래플링은 웰터급에서 김동현 부럽지 않을 만큼의 강자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래도 유럽 선수고 힘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초반 깜짝 서브미션이 터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 그동안 내가 패배한 경기들을 보면 항상 초반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초반에 터질 수 있는 한방이나 서브미션을 최대한 경계하며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나.
딱히 그런 건 아니다. 어차피 어떤 선수라도 처음 1라운드는 다 잘 싸우니깐. 하지만 나랑 붙는 선수들에겐 그 첫 5분을 넘기고 난 뒤가 더 중요하다. 과연 나를 상대로 5분을 넘기고도 잘 할 수 있는지, 2~3라운드에도 1라운드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지를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 왜, 그 마이크 타이슨이 한 말 있지 않나. 지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혹시 그거 말하는 건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나에게 얻어맞기 전까진'.
맞다. 정확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나에게 잡혀서 바닥에 깔리기 전까지는 그 누구라도 다들 근사한 계획과 전략을 갖고 옥타곤에 오르겠지(웃음). 하지만 결국 나를 한번 잡아보고 케이지에 누워서 바닥청소를 하다 보면 '왜 김동현이라는 파이터가 지옥의 체급이라 불리는 웰터급에서 여태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넬슨도 머지않아 곧 느끼게 될 거다(웃음).

넬슨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오길 바란다(웃음). 그나저나 화제를 잠깐 돌려봐도 될까. 격투계에서 소문난 로드 사이클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언제부터 타기 시작했나.
추성훈 선수가 계기가 됐다. 예전에 성훈이 형과 함께 일본으로 훈련을 갔던 적이 있는데, 형이 일요일에는 사이클을 주로 탄다. 그때 '같이 한번 타보지 않겠냐'라고 물어보길래 덩달아 같이 탔는데, 고작 3시간 탔는데도 너무 힘들더라. 그런데 로드 사이클을 타고난 뒤 느끼는 체력적인 부담이 평소에 훈련이나 시합이 끝난 뒤 느끼는 힘든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느낌이다.

맞다. 모든 운동마다 사용하는 부위도 다르기 때문에 힘든 느낌도 각각 다를 텐데. 혹시 로드 사이클이 훈련에 있어서 도움이 되나.
그렇다. 분명 격투기 훈련할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힘든 느낌을 경험했다. 그렇게 사이클을 타고난 바로 다음날 평소처럼 훈련을 했는데 뭔가 숨통도 확 트이는 느낌이 들면서 체력적으로 굉장히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때마침 해병대 시절 같이 군생활을 했던 소대장님이 사이클 동호회를 운영하고 계시길래 그분께 바로 연락했고, 그걸 계기로 로드 사이클에 푹 빠지게 됐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자전거 마니아라 김동현 선수 SNS를 유심히 봤다(웃음). 현재 서벨로 S5를 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당한 고가의 기함급 모델 아닌가.
같이 라이딩 하는 분들이 거의 준프로급 수준으로 타다 보니 장비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더라(웃음). 한번 라이딩 가면 100km 이상 타고, 평속도 30km 이상 꾸준히 유지한다. 업힐 코스로 유명한 송추CC를 밥 먹듯이 갈 정도로 다들 잘 타는 사람들이라, 그 정도 레벨에서는 확실히 장비에 따른 차이도 큰 편이다.

역시 엔진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그 후에는 장비 영향이 큰 것 같다.
어차피 다들 운동하려고 타는 거 다 같이 안 좋은 자전거로 타면 될 텐데, 사실 말이야 그렇지 이게 잘 안 된다. 같이 타는 사람들이 업그레이드를 하면 나도 욕심이 생겨 덩달아 지르게 되고(웃음). 그래서 '기왕 타는 거 제대로 타자' 싶어서 이제는 다 같이 좋은 자전거로 더 열심히 타게 됐다.

평소 자전거는 주로 얼마큼 타나.
서울에서 지낼 때는 일주일에 거의 2~3번 이상 탄다. 평일에도 야간에 시간만 나면 소위 '남북 코스'로 불리는 남산-북악 업힐을 주로 탄다. 주말은 평일보다 더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한강에서 시작해서 파주 헤이리, 동부 6고개 코스 등 하루에 6~7시간씩 타는데, 그렇게 한번 돌고 나면 물을 엄청 마신다. 온몸의 힘이 다 빠지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운동이 많이 되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부산이나 대전에서는.
사실 부산에서는 코스를 잘 모르기도 하고 팀매드 체육관이 대신동에 있다 보니 로드 사이클 대신 MTB를 탄다. 체육관 뒤쪽에 있는 구봉산을 주로 가는데 아무래도 산악자전거인 만큼 조금 위험하다. 경사도 가파르고 멍 때리다가 종종 넘어질 때도 있고. 어쨌든 구봉산도 해발 500m 넘게 올라가다 보니 엄청 힘들다.

자전거로 주제가 잠시 샜다. 이야기가 제법 길어졌는데 이제 다시 격투기로 돌아와서(웃음). 현재 대전에서 팀매드의 지점인 스턴건짐을 운영중이다. 문기범이라는 훌륭한 파이터도 배출했고.
기범이는 정말 극적인 케이스다. 처음 스턴건짐 오픈할 때, 사실 선수가 아니라 카운터 볼 사람을 구하려고 했다. 말 그대로 직원. 그런데 주변에서 다들 기범이한테 연락해보라고 하더라. 당시 기범이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운동을 포기하고 대전에 온 상태였는데, 그렇게 연이 이어져서 다시 종합격투기 선수로 지금까지 잘 싸워주고 있다.

양성훈 감독의 고충을 이제는 김동현 본인도 느끼고 있나.
그래서 이제 선수 육성은 기범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지금도 감독의 역할이 얼마나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인지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내 힘으로만 할 수 없는 부분도 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더 희생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나중에 현역 선수에서 완벽하게 은퇴하고 난 뒤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기범이 하나만으로도 벅차다(웃음).

국내 파이터들의 맏형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가장 인지도가 높다. 김동현이 실감하는 국내에서 종합격투기의 위상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순수하게 경기만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려면 시합을 자주 뛰어야 하는데, 이미 우리나라에도 9명의 UFC 파이터가 있지만 경기 텀이 너무 길다. UFC 파이터가 이런데 국내는 어떻겠는가. 그래서 두호 같은 선수들이 좀 더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내가 최대한 방송활동을 하는 것도 사실 이런 이유가 크다.

대중에게 종합격투기를 널리 알리기 위한?
그렇다. 종합격투기의 인기가 식지 않고 계속 인기를 이어나가려면 파이터들이 미디어에도 많이 노출돼야 한다. 그래서 방송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동생들을 같이 데리고 나가려고 한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두호랑 작동(김동현B)과 함께 출연했던 것도 그런 의미였다.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고, 그게 많아질수록 긍정적으로 발전한다고 믿는다.

그래도 최근 다양한 국내 MMA 단체들이 생기고 있지 않나. 기존의 ROAD FC와 TFC 외에도 올해만 벌써 3개의 대회사가 새롭게 출범했다.
물론 단체가 많아지면 자연히 선수가 뛸 기회도 늘어나기 때문에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대회사가 많아져도 상황이 어렵다 보니, 실제로는 한 단체가 2~3달에 걸쳐 겨우 대회 하나 개최하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도 경기 수가 많지 않다. 심지어 모든 선수에게 경기의 기회가 공평하게 가지도 않는다. 지금도 경기를 뛰고 싶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못 뛰는 선수가 더 많다.

한국 종합격투기의 맏형으로서 느끼는 안타까운 점이 큰 것 같다.
대회사가 많아질수록 선수들에게 보다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해줬으면 한다. 예전에 '김미파이브'라는 대회가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경기를 관람하는 시스템인데, 그때는 하루에 3회씩 경기가 매일 열렸다. 그렇게 한 달이면 무려 90회가 된다. 비록 체계가 잡혀있진 않았지만, 오히려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무대는 그 시절이 더 많았다. 그때처럼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시합의 장이 열려야 한다. 체육관에서 몇 개월 동안 연습하는 것보다 실제 프로경기를 한 번 뛰고 경험하는 것이 더 큰 성장의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종합격투기 파이터로서 김동현의 동기부여는 무엇인가.
운명이다. 내가 뭔가를 원해서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격투기를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그 무언가가 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갖는 자부심도 있고. 현대에 무사의 피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웃음).

정말 의미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어 고맙다. 넬슨전을 앞두고 있는데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한다.
경기가 아마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4~5시쯤 될 것 같다. 그래서 생방송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서 '김동현 승리'라는, 그리고 보너스 획득이라는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조용히 나가서 승리하고 돌아오겠다(웃음).

[영상 촬영 및 편집] 박제영 PD
[사진] 최웅재 작가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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