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이런 모습으로 끝내긴 싫다"

리우데자네이루 | 김은진 기자 2016. 8. 1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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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자유형 100m도 예선 탈락
ㆍ1500m는 기권 가능성 높아
ㆍ“태어나서 처음 화가 나, 4년 뒤 도쿄 올림픽 간다면 이번처럼 준비하진 않을 것”

“제가 무슨 할 말이 있을까요.”

자유형 100m 레이스를 마치고 믹스트존으로 나온 박태환(27)이 말문을 열었다. 네번째로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으로 좌절을 맛본 박태환은 이제 ‘다음’을 기약한다.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박태환은 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예선에서 49초24를 기록, 조 4위로 밀렸다. 전체 59명 가운데 32위. 자신의 최고 기록인 48초42에도 0.82초 뒤졌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총 4개 종목에 출전 신청을 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1500m가 남아 있다. 그러나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박태환이 10일 리우 올림픽 남자 수영 자유형 100m에서 예선탈락하며 이번 대회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한 종목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며 고개를 떨군 박태환은 “이런 아쉬움을 남기고 선수생활을 끝내고 싶지 않다”며 4년 뒤 올림픽 출전 의지를 나타냈다. 리우데자네이루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태환은 “400m와 200m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다른 두 종목은 별로 준비하지 못했다. 몸 상태가 완전치 않으니 100m에 출전하지 않는 것이 어떻겠냐고 코치가 말했지만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1500m는 아예 훈련하지 못했다.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 오해를 살까 조심스럽기도 하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레이스 되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1500m는 과거 박태환의 주 종목이었지만 중거리 전문으로 변신한 이후로는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다. 박태환으로서는 굳이 무리해 준비되지 않은 1500m까지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00m에 기권할 경우 이날 100m는 박태환이 이번 올림픽을 마무리한 마지막 경기가 된다.

박태환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 출전했지만 부정출발로 실격한 이후 급성장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00m·200m 모두 은메달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수영 스타로 떠올랐다. 리우에서도 여전히 외국 언론들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

그러나 도핑 파문으로 인한 자격 정지와 국가대표 선발 자격 규정을 둘러싼 논란 끝에 출전한 올림픽에서 박태환은 ‘최악’을 경험했다. 출발은 여전히 빨랐지만 레이스 막판 보여주던 폭발적인 스퍼트를 잃어버렸다. “스퍼트를 해야 하는데 어깨가 움직이지 않았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고, 예선 조 꼴찌를 기록한 200m를 하면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가 났다”고도 했다.

박태환은 이런 모습으로 ‘마지막 기억’에 남고 싶지는 않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렇게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수영 선수 생활을 끝내고 싶지는 않다. 웃으면서 떠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4년이 먼 것 같지만 또 올림픽은 금방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도쿄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부터는 이번처럼 준비하고 싶지는 않다. 잘 준비해서 좋은 기량으로 대한민국 선수단에 반드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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