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박태환, 사실상 무산된 연기 요청

김형열 기자 2016. 5. 14. 14: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소 -> 연기 요청 -> 끝내 제소로


리우올림픽 출전을 바라고 있는 수영 선수 박태환이 지난달 26일 이미 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 CAS에 제소(중재 신청)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CAS 중재 절차에 따라 재판이 열리고 판결이 나오기를 기다리면 되는데 박태환은 왜 계속해서 대한체육회에 대화를 요구하며 국민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리우 올림픽 출전을 호소했을까요? 그 과정과 내용을 알아봤습니다.
 
● 4월 26일 제소…그리고 연기를 요청한 이유

CAS 제소 기한은 관련 사실을 통보 받고 나서 21일 이내입니다. 박태환 측은 지난달 6일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에서 “박태환을 위한 국가대표 선발 규정 개정 논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21일 안에 일단 제소를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제소 이후 곧바로 CAS에 이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고, 보류 요청 이유는 굳이 재판(중재 신청)까지 가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태환 측 주장대로 박태환의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CAS에 제소 관련 서류 제출 기한을 연기해달라는 팩스를 보냈습니다. 연기 요청 이유는 크게 3가지인데 첫 번째(팩스 내용 기준)는 ‘박태환이 올림픽 출전을 하지 못한다’고 결정된 공식 문서를 대한체육회나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제소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새로운 변호사가 이전 변호사로부터 업무 관련 서류를 인수인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6일에 제소를 담당한 변호사는 제소 후 곧바로 사임했고 새로운 변호사가 선임됐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박태환 측이 CAS에 보낸 제소 절차 연기 요청 팩스 내용


[해석 : 박태환은 이전에 내려진 CAS의 판결(박태환의 케이스와 비슷한)이 있기 때문에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CAS 2011/O/2422' - '도핑 징계자는 징계가 끝난 뒤 바로 다음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한다'는 IOC 규정이 이중 처벌이라는 판결. 'CAS 2011/A/2658' - '도핑 관련 선수는 평생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영국 올림픽 위원회의 내부 규정이 이중 처벌이라는 판결) 따라서 박태환은 대한체육회와 수영연맹에 먼저 조정 요청을 제안하고, 조정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제소 절차에 대해서는 연기를 요구합니다.]
 
● 그래도 대화를 원했는데…

말이 조금 어려운데 박태환 측이 요청한 내용의 요지는 중재 이전에 조정을 하겠다는 겁니다. CAS에서 하는 일은 크게 중재(ARBITRATION)와 조정(MEDIATION)으로 나뉩니다. 중재는 쉽게 말해 ‘재판’이라고 볼 수 있고, 조정은 ‘합의’라고 보면 됩니다.

박태환은 혹시 몰라 일단 재판을 해 달라고 제소는 했지만, 가능하면 합의를 보겠으니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한 겁니다. 재판은 판결문에 따라 승자와 패자로 나뉘지만, 합의는 양측 모두 윈-윈도 가능합니다. 이에 따른 비용도 중재 재판은 패한 측에서 100% 물어야 하고, 조정은 양 측에서 반반씩 만 부담하는 게 기본입니다.

●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었다!

하지만 박태환 측의 조정 노력은 현재로 봐서는 물거품이 된 상태입니다. 박태환은 리우올림픽 출전 의지를 꺾을 수 없고, 대한체육회는 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할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그리고 양측이 조정하길 마냥 기다릴 수 없는 CAS는 중재 절차에 돌입하며 대한체육회에 17일까지 입장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박태환 측과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오는 25일 만나기로 했지만, 그 때는 대화를 하기에 너무 늦은 시점입니다. (박태환은 지난 10일 대한체육회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대한체육회는 체육회장 대신 사무총장이 18일에 만나주겠다고 대답한 뒤 다시 25일로 면담을 연기했습니다.)

17일까지 대한체육회가 CAS에 기존의 입장을 밝히면, 이 후에는 CAS에서 박태환 측에 제소 관련 서류 제출을 독촉할 것이고 재판 절차도 신속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대한체육회의 대표 선발 규정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CAS에서 잘잘못이 가려지게 됐습니다.

스포츠 담당 기자로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태환과 체육회의 조용하고 원만한 해결을 바랐지만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최소한 어느 한 쪽이 눈물을 흘리거나, 양 쪽 모두 상처투성이인 채로 리우로 향하게 됐습니다.   

김형열 기자henry13@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