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미끼 던지고 이세돌 관찰했나.. '계산된 실수'의 공포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프로바둑 9단 이세돌(33)에게 미끼를 던지고 표정을 관찰한 것일까.
알파고는 9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1국에서 중후반 몇 차례 악수를 극복하고 18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세돌은 흑, 알파고는 백을 잡았다. 이세돌은 우상귀 오른쪽 소목(小目)으로 착수했다. 알파고는 여기서 1분30초를 고민하고 좌상귀 화점에 첫 수를 뒀다.
알파고는 대국 초반 이세돌의 축을 저지하면서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중후반부터 몇 차례 종잡을 수 없는 악수를 뒀다.
이세돌은 흑이 우세한 127수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흑이 집을 가질 수 있었던 우하귀가 여기서 알파고의 백집으로 변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136수에서 우하귀에 손을 떼고 집의 세력을 불리지 않았다.
대국 현장에서 해설을 맡은 프로바둑 9단 김성룡은 알파고가 136수에서 두 집 가량 손해를 낸 것으로 봤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의 한계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나왔다. 김성룡은 “알파고를 종잡을 수 없다”고 했다.
알파고는 162수에서도 실수했다. 김성룡은 “알파고가 정밀한 계산으로 확실한 길을 가고 있는데 인간의 눈에 실수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진짜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
알파고의 실수가 치밀하게 계산한 정수일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세돌은 불과 24수 뒤 돌을 던졌다. 알파고는 대국 중후반의 악수로 이세돌의 기세에 눌린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흐름을 잡고 있었던 셈이다.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 실시간 생중계 채팅창에서 “알파고가 계산된 실수로 덫을 놓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바둑에서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으로 알려졌다.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 중 하나다. 이세돌은 인공지능의 도전을 저지하는 인간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첫 판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2국은 10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5국에서 먼저 3승을 거둔 쪽이 승리한다. 알파고의 3전 전승, 또는 이세돌의 3승 1패 뒤집기로 승부가 가려져도 대국은 마지막 5국까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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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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