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정면승부]"알파고, 인간의 방심을 위해 실수? 아니길 빌어"

2016. 3. 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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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인터뷰]"알파고, 인간의 방심을 위해 실수? 아니길 빌어"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6/03/09 (수)
■ 대담 : 이다혜 프로 바둑 기사

-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
- 일부 끝난 거야. 더 지켜 봐야 해
- 알파고 최상위권 프로기사인 것 확실
- 이세돌, 유리한 장면에서 느슨 하게 둔 게 패인
- 알파고 중간 실수 계산 된 것
-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는 수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세기의 대국으로 주목을 받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불계패하면서 마무리되었는데요. 총 5번의 대국 가운데 첫 대국에서 패한 것입니다. 잠시 후에 오늘 대국 결과에 대해서 이다혜 프로 바둑 기사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다혜 프로 바둑 기사, 전화 연결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다혜 프로 바둑 기사 (이하 이다혜)> 네. 안녕하세요.

◇최영일> 먼저 오늘 대국을 지켜보면서 총평, 소회 어떠셨나요?

◆이다혜> 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알파고가 강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바둑계 이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최영일> 정말 충격이었다. 저도 그 말씀에 동의하는데요. 저도 속보로 결과를 보는 순간 충격이었는데, 이세돌 9단이요. 알파고에 불계패했다는 속보를 보고 바둑 잘 모르시는 분들은 용어가 어려워서 불계패가 뭐지? 하시는 분들 많으셨을텐데 불계패, 뭔가요?

◆이다혜> 네, 사실 바둑은 게임이 끝났을 때 집의 많고 적음으로 승부를 가립니다. 불계라는 것은 집 계산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집의 차이가 명확해서 더는 진행해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오늘의 바둑의 불계패라는 것은 이세돌 9단이 게임 중간에 기권했다는 뜻입니다.

◇최영일> 그러면 바둑알이 절반쯤 바둑판을 덮고 있더라고요. 그러면 그 정도 되도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승패가 예상이 되는 건가요?

◆이다혜> 네 그렇죠. 바둑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더는 진행을 해도 이세돌 9단이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게임 중간에 졌다는 표시를 한 것이죠.

◇최영일> 네. 그러니까 기권패다, 이런 표현도 쓰더군요. 오늘 대국이 시작하기 전에 이다혜 기사님은 어떻게 전망하셨어요?

◆이다혜> 네. 사실 많은 바둑계에서는 대부분 이세돌 9단이 5:0으로 이길 것이라고 전망을 했었는데요. 제 개인적으로는 5:0은 힘들 것 같고, 4:1 혹은 3:2 정도로 이세돌 9단의 우위를 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세돌 9단은 워낙 유명한 기사잖아요? 그에 반해 알파고의 실력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보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 바둑을 보고 나니까 모든 기사들이 느꼈을 테지만 정말 충격적으로 바둑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영일> 네 말씀하신 대로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잘 준비를 할 수 있는데 모르는 상태에서 대국이 시작된 건데요. 그럼 이다혜 기사님, 4:1이나 3:2로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하셨으니까 아직은 예언이 사라진 것은 아니군요.

◆이다혜> 네. 일부 끝난 것이니까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영일> 네 그런데요. 186수 만에 알파고가 불계승을 거두었다, 그럼 이게 잘한 건가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해 주실 수 있나요?

◆이다혜> 네 사실 작년 10월에 판후이라는 기사와 대결했을 때 보다 알파고가 폭풍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당시에는 아마 정상급이라고 판단을 했는데 최근에 소문에 의하면 프로급이 되었다. 다만 하위권 프로인지, 중위권인지, 상위권인지 혹은 정말 최상위권인지 이게 지금까지의 미지수였거든요. 그런데 오늘 대국을 지켜본 대다수의 기사가 아 알파고가 최상위권의 기사인 것이 확실하다, 는 의견을 밝혔어요.

◇최영일> 네, 지난번만 해도 아마에서 최고수준이었는데, 이제 프로에 들어올 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뚜껑을 열어보니까 프로에서도 상당히 높은 단수라고 나온 것이군요?

◆이다혜> 그렇습니다. 보통 프로들도 실력 차이가 약간씩 존재하는데요. 이세돌 9단은 현재 한국바둑랭킹 2위고요. 세계 랭킹에서도 굉장히 높은 기사이기 때문에 정말 최상위권 기사거든요. 그런데 그런 기사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라는 것은 확실히 알파고가 굉장히 강한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최영일> 그렇군요. 오늘 대국결과를 놓고요. 바둑열풍도 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이 좌하귀 127수에서 결정적 실수를 했다는 전문적인 분석이 나오던데요. 저희가 라디오라서 화면은 준비되어있지 않습니다만, 내용인지 알기 쉽게 해설 좀 부탁 드릴께요.

◆이다혜> 네. 오늘 바둑은 게임 처음에 이세돌 9단의 출발이 좋지 못했습니다. 아마 심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이고요. 그 이후 역시 중반전에 강하기 때문에 기회를 마련했어요.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세돌 9단이 심리적으로 흔들린 것 같은 게, 바둑이 만만치 않은데 본인이 좋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장면에서 너무 느슨하게 둬서 그 장면에서 알파고에게 승기가 넘어간 것 같습니다.

◇최영일> 조금 느슨하게 두었다. 이게 봐준 것은 아닐까요?

◆이다혜> 제 생각에는 이세돌 9단이 저번 주에 매우 큰 대회를 4판 연속 두고 왔거든요. 그런데 마지막에서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하필이면, 본인이 가장 지기 싫어하는 기사에게 졌어요. 그래서 그러한 심리적 타격, 체력적인 부담감, 그런 것들에 있어서 오늘 컨디션이 이세돌 9단의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판이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최영일> 그렇군요. 이 기사님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알파고가 중후반에 실수를 한 번 했는데, 이게 철저히 계산된 듯하다는 평가에요. 보시면서 동의하십니까?

◆이다혜> 이게 사실이면 좀 무섭다고 생각이 되고요. 제가 검토를 해보았는데요, 처음에 보았을 땐 이것은 이상한 수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국이 끝난 후에 계속 검토를 해보다 보니 그 수가 이 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없애는 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보기에는, 감정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 수는 이상한 수가 맞는데요. 냉정하고 계산적으로 보자면 그 수를 둠으로써 나는 이 바둑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 하에 두었던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최영일> 그게 몇 번째 어떤 수였나요?

◆이다혜> 중앙 쪽의 백이 굳이 안 지켜도 되는 곳을 지켰거든요. 80번째인데요. 그 수가 사실 기사들이 보기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수였는데, 지나고 나니까 오히려 그 수 때문에 바둑을 쉽게 이겼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영일> 이 기사님의 말씀 들으면서 지금 오싹해지고 있습니다.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알파고가 사람이 그동안 직관, 직감에 강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잖아요? 그런데 알파고가 전체 판세를 볼 줄 안다는 기사도 떴는데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 볼 수 있는 걸까요?

◆이다혜> 알파고의 최대장점이라고 한다면 계산력을 꼽을 수가 있겠고요. 그리고 수 읽기도 뛰어나고요. 그러나 인간이 가진 직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부분도 오늘 바둑을 보니까 부분적인 것만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눈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놀랐습니다.

◇최영일> 그렇군요. 여기서 정말 상대의 어떠한 안일함을 이끌려고 일부러 실수를 한다고 그러면 심리전까지 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다혜> 중간 중간에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두고, 자잘한 실수를 했어요. 그 수가 만약 인간의 방심을 위한 수라고 하면 당해내기 힘들 것 같은데요. 아니길 빌어야죠.

◇최영일> 이세돌 9단 오늘 평소와 완전히 다른 표정이었다고 하던데요. 프로바둑을 두시니까 대국의 느낌을 아시잖아요? 아무래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다 보니까 더 긴장하지 않았을까요?

◆이다혜> 이세돌9단이 강한 이유 중 하나가요. 바둑판을 마주하고 앉았을 때 느껴지는 그 기라는 게 있습니다. 이 사람은 승부사구나, 강한 느낌이 있는 기사라는 게 느껴지는데요. 알파고는 그러한 영향을 받지 않는 것과 그러다 보니까 평소와는 다른 대국 환경에 처음에 당황한 것 같아요. 그리고 본인의 예상보다 실력이 더 세다는 것을 중간에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마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당황하게 된 가능성이 같습니다.

◇최영일> 상대가 생명체가 아니니까 기 싸움, 이런 것을 할 수가 없었겠네요.

◆이다혜> 마치 보이지 않은 적과 둔 것 같은 느낌이었을거라 생각됩니다.

◇최영일> 그렇겠네요. 이번 대국이요 중국 바둑의 규칙에 따라 진행됐다고 하는데, 혹시 이게 이세돌9단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았을까요?

◆이다혜> 이세돌9단이 중국리그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은 없을거고요. 그것보다는 아마도 심리적인 문제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최영일> 그럼 중국바둑과 한국바둑은 규칙이 어떻게 다른가요?

◆이다혜> 한국 바둑은 반상에 남아있는 집만으로 계산을 하는데요, 중국바둑은 살아있는 돌의 개수와 집의 개수를 합하는 룰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중국 룰이 훨씬 더 복잡합니다.

◇최영일> 중국 규칙이 좀 더 복잡하다. 이번 세기의 대결로 바둑 서적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하고요. 전세계 적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오늘 패배한 것은 안타깝습니다만 바둑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떠세요?

◆이다혜> 우선 이렇게 바둑이 관심을 받을 날이 또 올지 몰랐는데요. 굉장히 감사한 일이고 승패가 어떻게 되던 간에 세계적으로 바둑이라는 게임이 알려지게 되어서 일단은 긍정적이고요. 가능하다면 이번 계기로 바둑을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최영일> 바둑인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요. 이기사님 이번 대국은 워낙 높은 관심이지만 국내에서는 미생이라는 드라마의 미생이 바둑용어로도 알려졌고 그리고 응답하라 1988에는 박보검 씨가 바둑 기사로 등장해서 젊은 층의 관심이 뜨거웠는데, 이제는 세계를 가르치는 데에, 우리나라 바둑이 굉장히 강한 편이죠?

◆이다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근 10년간 제패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최근의 중국바둑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에 국내에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세계에서 바둑 하면 한국이라고 말 할 정도로 한국 바둑의 위상은 높은 편이긴 합니다.

◇최영일> 세계 바둑을 이끌어야 하는데 우선 알파고를 한 번 이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다혜> 네 감사합니다.

◇최영일> 네, 지금까지 이다혜 프로 바둑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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