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맹 비리 때문에 추락한 한국 수영의 간판스타

CBS노컷뉴스 이지혜 기자 2016. 2. 25.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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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록 보유자, 대회 1위에도 선발전 출전조차 못해, "檢 수사로 바꿔달라"
(사진=자료사진)
"한국 수영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없는 게 이상하다. 수영은 기록 경기인데 나이가 많다고 국가대표에서 탈락하고, 코칭스태프 선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수영연맹은 문제가 많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그해 4월 열린 동아수영대회에서 배영 50m 1위를 기록한 성민(34)선수는 대회 뒤 언론과 이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배영 50m 한국신기록을 세우는 등 박태환 선수 이전 수영계를 이끌었던 성씨의 말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선발전 부재에 대한 언론의 지적도 이어졌다.

당시 성씨를 비롯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별도의 국가대표 선발전이 없는 만큼 그 대회가 사실상 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표 선발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한수영연맹은 "그 대회는 선발전이 아니라 1차전이었다"고 했고 성씨는 납득하기 어려워 이같이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이 막 취임한 즈음에 '눈치없이' 쏟아낸 말은 머지않아 독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연맹은 그 해 7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열기로 했다. "순위에 따라 무조건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내보내겠다"는 약속도 했다. 당시 국가대표 선발에 사실상 전권을 갖고 있던 경기력향상위원장이었던 전무이사 정모씨는 '굳이' 성씨를 따로 불러 그 사실을 전했다. 성씨의 문제제기로 인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듯이. 성씨는 7월 선발전을 목표로 훈련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신청 마감일 오후 5시쯤, 수영연맹 박모 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박씨는 "대표선발전 참가 신청을 안 했더라"며 놀리 듯 말했다. 소속팀이었던 서울시청 감독이 당연히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설마 줄곧 1위를 한 자신을 소속팀 감독이자 국가대표팀 감독이 누락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놀란 가슴을 부여 잡으며 부랴부랴 달려간 연맹 사무실에서 "마감 시각을 넘어서 접수는 안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어야 했다. 감독은 호주 전지훈련 중이라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시 28살이었던 성씨는 마지막 열정을 태우고 싶었던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렇게 참가 조차 하지 못한 채 선수생활을 마쳐야 했다. 길들여지지 않는 성씨에게 연맹은 선수생명을 끊는 방법으로 사실상 보복을 한 셈이었다.

성씨는 현재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6년 전 그날 이후 대한민국이 싫어져 다시 돌아올 생각도 없다고 했다. 그는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며 약 한 시간에 걸쳐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래도 나라를 위해 10년 동안 국위선양을 하려고 한 사람이고 태환이 전에 한국 수영을 이끌어온 나였는데 연맹과의 불화를 이유로 은퇴식도 없이 미국에 와 살고 있어요. 선수들 뿐 아니라 코치 등 모두가 묵인해 온 연맹의 현실을 검찰이 이번 기회에 싹 바꿔주길 기대합니다. 국가대표 선발비리 연루자들에게 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비리가 반드시 나올 거예요."

수영계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식 부장검사)는 국가대표 선발 청탁과 함께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영연맹 전무이사 정씨를 지난 22일 구속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다른 연맹 간부들이나 코치, 학부모들로부터도 상납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단서가 있으면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씨가 측근 박씨로부터 에쿠스 차량을 선물로 받았다거나 구속된 또 다른 측근 김모씨로부터 명품 돈지갑과 현금을 상납 받았다는 등의 연맹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이어지고 있어 수사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문화체육관광부 특별감사에서 적발된 수영연맹의 국가대표 선발 비리 정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수영연맹이 2010년~2013년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를 뽑는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성씨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출전하지 못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비롯해 2012년 런던올림픽,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검찰은 당시 경영·다이빙·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수구 등 4개 세부 종목 가운데 다이빙과 싱크로 대표 선발전을 생략하고 해당 종목위원회 추천과 경기력향상위 심의로만 뽑았던 부분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때 경기력향상위원장이었던 정씨와 측근 간부들이 전횡과 함께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앞으로 검찰은 연맹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사실관계를 집중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CBS노컷뉴스 이지혜 기자] ppolory1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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