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까지 가서 목욕탕 훈련?.. 박태환 日전훈 논란 왜?

윤태석 2015. 10. 20.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간스포츠 윤태석]
기사 이미지
"아니, 일본까지 가서 목욕탕에서 훈련하고 있는 꼴 아닌가요?"

수영 관계자가 안타까운 듯 혀를 찼다.

일본에서 훈련 중인 박태환(26)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달 21일 일본으로 출국한 박태환은 재일본수영연맹 관계자의 도움으로 오사카의 사설 수영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곳의 실내풀은 국제 규격인 50m가 아니라 동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25m다. 야외에만 50m 레인이 있다. 박태환은 실내 훈련 때는 일반 회원들과 함께 운동한다. 재일본수영연맹 관계자는 "박태환이 회원들과 수영을 같이 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야외 풀로 나가는데 지금 이 날씨에 밖에서 수영하는 일반인은 거의 없으니 그 때는 레인을 혼자 쓴다"고 전했다.

박태환이 일본까지 건너간 것은 한국보다 좋은 여건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하겠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국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열악하다고도 할 수 있다.

박태환에 대한 허술한 관리의 문제점이 또 한 번 불거졌다는 분석이다. 해외 전훈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시점이 너무 빨랐고 보안 유지도 안 돼 선수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태환은 금지약물 복용으로 지난 3월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뒤 국내에서 훈련 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25m 레인이 있는 집 근처 사설 수영장에서 겨우 훈련했다. 우여곡절 끝에 6월부터 옛은사 노민상 감독이 운영하는 '노민상 수영교실'의 일반인 회원으로 올림픽수영장에서 담금질을 했다. 이곳은 50m 레인이다. 문제는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만 쓸 수 있어 훈련량이 부족했다. 박태환 소속사 팀지엠피 관계자도 "하루에 두 번(오전·오후)은 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서 일본을 알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도쿄의 수영 명문 사립대인 호세이대학교를 원했다. 2007년 여름 지바 프레올림픽을 앞두고 이곳에서 전훈을 했고 지바 프레올림픽(일본국제수영대회) 자유형 400m 우승에 이어 이듬해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 400m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쥔 추억의 장소다. 마침 노민상 감독이 호세이대 코칭스태프와 친분이 있어 의사를 타진했다. 호세이대는 박태환을 돕고 싶지만 교환 학생 등 공식적인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노 감독은 박태환 모교인 단국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단국대와 호세이대의 자매결연이 진행됐다. 단국대 관계자는 "7월경 호세이대에 (자매결연) 의견서를 냈다. 일본 대학은 협정을 하려면 4개 위원회를 거쳐야 해 시간이 걸린다. 10월 말 마무리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기사 이미지

그러나 박태환은 양교가 협정서를 쓰기도 전인 지난 달 21일 도쿄로 떠났다. 이 사실이 국내 언론에 보도까지 됐다. 호세이대는 하루 뒤인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박태환이 우리 학교에서도 훈련할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단국대 관계자는 "언론에 알려진 뒤 호세이대가 발칵 뒤집혔다고 하더라. 이번 일은 (노 감독과 호세이대 코칭스태프의) 개인적인 인연에서 시작해 양교가 행정적 보완을 해주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만천하에 알려지자 호세이대가 부담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단국대와 호세이대는 여전히 자매결연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론의 추이도 살펴야하는 상황이다. 단국대 관계자는 "호세이대가 10월 말까지 답을 주기로 했다"며 "우리 학교도 혹시나 '박태환 선수 하나때문에 호세이대와 굳이 무리하게 자매결연을 해냐 하느냐'며 "학생들이 반대라도 하면 장담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박태환이 일본으로 조기 출국한 것에 대해 팀지엠피 관계자는 "자매결연이 안 된 것은 알았다. 일본에서 준비도 할겸 먼저 떠난 것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변의 증언은 다르다. 단국대 관계자는 "박태환이 호세이대에서 훈련을 못하자 급히 일본 훈련장을 알아봐달라고 학교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도 "호세이대에서 거부하자 박태환이 여기저기 SOS를 쳤고 오사카로 갔다"고 말했다. 현지 적응차 미리 일본으로 간 게 아니라 일단 호세이대에서 운동하다가 양교가 자매결연을 하면 자연스럽게 교환 학생 신분으로 훈련하려 했는데 외부에 알려지는 바람에 보류됐다는 해석이 설득력이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지금이야 야외로 나가 50m 레인에서 물살을 가를 수 있지만 추워지면 이조차 이용할 수 없다. 재일본수영연맹 관계자는 "얼마 뒤면 사실 야외 훈련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호세이대와 자매결연이 지연되면 박태환은 25m 레인에서만 훈련하거나 또 다른 훈련장을 알아봐야 한다. 노민상 감독은 "내가 곧 일본으로 간다. 다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세이대와 협정이 늦어지는 등의 최악의 상황을 묻자 "그럼 일단 한국으로 들어와야 하지 않나"고 답했다.

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도박 연루 삼성, 비난 여론에 버티기?

[기자의 눈] ‘장성우 사건’ kt, 그들의 위기관리 민낯

‘신스틸러’ 지석훈, “그동안 못해본 경험 다했다”

김태형 “함덕주, 두산의 미래…힘든 상황 겪어봐야”

‘극적승’ NC, 그래도 숙제는 남았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