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레전드 최진우가 말하는 e스포츠의 '과거와 미래'

입력 2015. 9. 27. 07:19 수정 2015. 9. 2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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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용준 기자] 한국 e스포츠서 첫 연봉을 받은 선수는 누구일까. '쌈장' 이기석 '황제' 임요환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정답은 스타리그 초대 우승자인 '프리무라' 최진우다. 2000년 최진우는 당시 특급대우였던 3500만원의 연봉을 하나로통신에서 받았다.

1999년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PKO)'에서 국기봉을 3-2로 누르고 19세의 나이에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한 삶 그 자체다. 미국 시민권자 출신이지만 한창 때인 21살 자원입대를 했고, 군 복무 뒤에 돌아와 당시 올스타군단인 KTF의 주장을 맡았다.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빠다 정' 사건이나 '여제' 서지수에 3차 서바이버 리그서 1-2로 패하면서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2004년 e스포츠 팬들 곁을 떠났지만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엿한 대한민국 게임계의 일꾼으로 자리잡았다. 게임그래픽 솔류션 회사인 N2팩토리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4조 규모의 전세계 게임그래픽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설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앞두고 OSEN은 e스포츠 레전드 '프리무라' 최진우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타리그 초대 우승자로 아직도 e스포츠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그가 이제는 산업역군으로 거듭나기 까지 최진우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겠다.

◆ 시련을 이겨낸 오뚜기 근성

- 정말 오랜만 입니다. 최진우 선수. 스타리그 첫 우승할 때가 선한데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나갔네요. 최근 근황을 들려주세요.▲ 팬 여러분들께 이런 기회를 통해 다시 인사드려 너무 기쁩니다. PKO 우승자 최진우입니다. 지금은 N2팩토리라는 그래픽 솔류션회사에 영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게임디자인 전문회사인데요. 전세계서 외주시장 규모가 무려 4조원인 이 시장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린 것 만으로도 들뜹니다.

- PKO 우승할 때 선택적 랜덤으로 큰 화제가 됐었는데요.▲소위 말해서 제가 제일 잘한다는 마인드였어요. 랜덤한 경기는 실제로는 많이 졌어요. 셋업한 경기들의 승률이 좋았던거죠. 멋을 부렸던 것 같아요. 실제로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도 '내가 다 이긴다'고 마인드 콘트롤 한 다음에 자신있게 경기에 임했던 거죠.

- 그래도 팬여러분들은 16년전 스타리그 초대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던 '프리무라' 최진우의 랜덤 플레이를 많이 기억하실 것 같네요. 특히 군 입대가 빨랐던 기억이 남는데요. 미국 시민권자로 현역 입대를 전성기나 다름없었던 21살에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군인 이셨어요. 할아버지는 장군까지 하셨고, 아버지도 미군에서 상사로 제대하셨죠. 아무래도 군인 집안이었던 탓에 군대 문제를 피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21살에 입대하게 됐었죠. 저도 기왕 갈 군대 빨리 갔다오려고 했었고요.

- 그렇게 복귀한 이후 선수 생활을 1년 남짓 하셨잖아요. 돌아보면 지난 2004년 은퇴가 너무 아쉬운데요. 당시 서지수 선수에게 패배가 원인이었다는 이야기도 많았었죠. 은퇴 이후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저도 돌아보면 은퇴했던 순간이 아쉽죠. 많은 분들이 (서)지수에게 서바이버리그서 패하고 물러났다고 하시는데, 꼭 그런건 아니고. 당시 장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프로게이머들은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 해드리고 싶어요. 수명도 짧은 편이고 사회성도 부족한 편이라 사회에 나오면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죠. 당시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른 일들을 도전해보고 싶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됐죠.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해 본 것 같네요. 처음에는 서빙도 해보고, 게이머였던 특기를 살려 PC방에서 일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돈을 모은 다음에는 가게를 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게 됐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더라고요. 제가 돌아갈 곳은 게임쪽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서 지금의 일을 하기 위해 게임분야 기획쪽 학원에서 공부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오즈힐'이라는 회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게임그래픽 분야에 뛰어들었어요.

제가 19살부터 때부터 26살까지 프로게이머를 했는데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이 아닌 게임을 만드는 일이 하고 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즈힐의 권대표님께 정말 많은 걸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이 인터뷰를 빌려서 감사인사를 하고 싶네요. 벌써 권대표님께 일을 배운지 만 2년이 지났네요.

- 새롭게 일을 하면서 어려운일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올 봄에 아내와 갈라섰습니다. 좋은 소식을 전해드려야 하는데 죄송스럽네요. 제가 회사를 옮기고 나서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당시에는 딸 아이를 업고서 게임사들이나 업체 미팅을 다녔어요. 정말 악착같이 다니면서 열심히 뛰었습니다. 제 절실함을 알아주셨는지 다들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그리고 16년전 스타리그 초대 우승했던 덕도 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스타1을 즐기셨던 분들이 많아서 처음 뵌 분들도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나요'라며 저에게 친근함을 표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도 일이 즐겁습니다. 제가 앞서 이야기 한 권대표님 같은 사람이 되는게 제 목표입니다. 가깝게는 최강의군단 부터 엑스틸, 블레이드앤소울, 도타2 등 작품들을 해오면서 전세계에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척 많다는 걸 알고 있으니깐요. 생각만 해도 기운이 넘칩니다.

◆ e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스타리그 초대 우승자 답게 e스포츠의 장래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을 인터뷰 하는 내내 읽을 수 있었다. 소수의 선수를 제외하고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가워 하는 그는 프로게이머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지금은 자리를 잡기 시작하신 것 같네요. 지금 e스포츠 현역에 남아있는 경기인들에 외에 연락을 주고 받는 분들은 많으신가요.▲ 블리자드 e스포츠팀에서 일하고 있는 국기봉 팀장하고는 종종 연락합니다. KT LOL 팀 이지훈 감독은 뉴스를 통해서 소식만 듣고 있죠. 그래도 e스포츠 판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잘 나가는 친구들은 정말 몇 명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끔 연락오는 변길섭 조용호 등 후배들을 만나면 어렵다는 이야기만 합니다. 다른 친구들 중에서는 아직도 뚜렷한 직장 없이 자리를 잡지 못한 친구들 이야기도 많고요.

제 목표는 프로게이머 후배들이 은퇴 이후에 BJ나 겜블러 같은 직업 보다는 보다 사회에 헌신하고 공헌할 수 있는 일들을 했으면 하는겁니다. 몇백억에서 몇천억까지 하는 시장이 우리 앞에 열려있습니다. 프로게이머 했던 경험을 살려서 더 큰 일에 도전하는 후배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은퇴한 이후 방황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연습에 몰두하고 경기에 나서는 프로게이머들 대다수는 순진한 친구들이 많아요. 네임밸류가 있는 친구들도 사기도 당하고 고생하는 모습을 계속 봤어요. 길게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보통 1년에서 3년 정도로 볼 수 밖에 없죠. 그만큼 오래하지도 못하는 직업입니다. 프로게이머가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잖아요. 앞서도 이야기 드렸지만 경험을 살려서 다른 발전적으로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다 성공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죠.

- 끝으로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도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풍족하게 누리기 위해서라도 제가 좋아하는 동생들과 지인들에게 술 한 잔 마음편하게 사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게 제 목표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최진우가 되고 싶네요.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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