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전 감행 최홍만 죄없다..화근은 로드FC 과욕

2015. 7. 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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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5ㆍ프리)이 6년만의 종합격투기 복귀전에서 KO패 한 것을 두고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는 비난이 쏟아진다. ‘재기가 어렵다’며 선수생명을 끊어놓겠다는 듯 독설을 쏟아내는 일부 언론도 눈에 띈다. 승리하지 못 한 게 죄라면 죄일지언정, 병가지상사라는 패배 한번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과연 타당한 것일까.

이런 가운데 이번에 일본에서 이번 대회를 개최한 국내대회사 로드FC는 ‘언론이 최홍만과 대회사를 흔들었다’며 분노가 가득한 불만을 표출했다. 최홍만이 중요한 복귀전을 앞둔 마당에 사기 혐의 사건에 대한 기사가 줄줄이 나오며 선수가 컨디션 난조를 보여 패배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보도로 일본 현지 지상파와 계약건도 취소됐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대회사의 처지도 이해하지만, 이는 과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최홍만이 토요타의 라이트훅에 맞고 왼쪽으로 쓰러지고 있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콜로시엄에서 열린 로드FC 024 일본대회에서 최홍만의 경기를 되돌아 봤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로드FC가 공공연히 내놓은 입장에 대해서도 따져 본다.

▶결과는 KO패…왜 난타전 감행했나=최홍만의 이번 상대는 일본에서 활동중인 브라질 파이터 카를로스 토요타였다. 190㎝ 장신에 사실상 무제한급으로 치러진 만큼 잔뜩 체중을 불려 나온 토요타는 브라질유술 블랙벨트를 보유한 그라운드 테크니션이었다. 217㎝ 장신을 절대무기로, 씨름 천하장사 출신으로서 스탠딩에서 잘 밸런스를 뺏기지 않는 장점이 있는 최홍만에게는 상성상 대단히 까다로운 상대였다.

경기 초반 최홍만과 토요타가 대치하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뉴스캔 변광재 기자

“원거리 타격으로 풀고 나가려 했다”는 최홍만의 경기 후 인터뷰처럼, 최홍만에게 최선의 선택은 자신의 긴 타격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대가 품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에 맞서는 토요타는 최홍만의 사거리를 피해 더 멀찍이 거리를 유지하다 다소 리스크를 감안하고 러시, 순식간에 거리를 없애고 초근접 타격이나 그라운드 공방으로 경기를 몰고가는 것이 정답이었다.

K-1 시절 ‘괴수’ 밥 샙을 혼쭐냈던 최홍만의 무릎치기는 종합격투기에선 사용이 그리 용이하지 않다. 자칫 실패하면 태클 등을 허용해 그라운드로 끌려내려가 역습을 허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기술이 일천한 최홍만은 예멜랴넨코 표도르 전도 그랬지만, 그라운드에 끌려가면 이기기 어려워진다.

경기 초반 케이지 중앙을 최홍만이 장악하고 토요타가 멀찌감치 케이지 외곽을 타고 도는 흐름이 나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어서 토요타가 스텝이 느린 최홍만에게 템포 러시를 감행할 것도 정해진 스토리다. 1분여 동안 간을 보던 토요타는 과연 양훅을 휘드르며 빠르게 돌진한다. 최홍만은 같이 받아치면서 백스텝으로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케이지를 등에 대고부터는 난타전을 결심하고 같이 펀치를 휘둘렀다.

최홍만이 먼저 ‘붕붕’ 훅을 맞혔다. 플래시다운을 당한 토요타는 굴하지 않고 재차 스텝인하면서 최홍만과 거리를 배꼽이 맞닿을 듯한 ‘벨리투벨리’ 곧, ‘제로’에 뒀다. 이 때부터 토요타의 올려치기 양훅이 시작된다. 최홍만이 무릎치기에 소극적인 한 이 방식은 단신의 파워히터가 장신선수를 상대하는 데 최선의 방법이었다. 마구잡이 양훅이 오가는 가운데 라이트 훅 두방이 최홍만의 턱을 가격했고, 최홍만은 그대로 쓰러져 일어서지 못 했다.

▶졌지만 멋있는 난타전, 할 수 있는 것 보여줬을 뿐=경기 시작부터 경기 종료까지, 최홍만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빠른 스텝이 없고 케이지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바짝 붙어온 상대와 난타전은 몇 차례는 감수해야할 만 한 일이었다. 단지, 그 시기가 경기 초반에 빠르게 왔을 뿐이다. 최홍만은 경기 후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응한 인터뷰에서도 “훈련했던대로 했으면 됐을텐데 내가 너무 예민했던 것 같다. 원래는 거리를 두면서 기회를 노리려고 했는데 연습한 것처럼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순간의 판단 착오, 기량의 부족이 겹쳐 찾아온 패배였으나 결과적으로 간만에 보여준 화끈한 전면전이었다. ‘오지마 킥’ ‘저리가 킥’을 쓰며 접근전을 극도로 싫어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마지막에 허용한 한 방은 워낙 강하게 턱끝에 적중했던 것이라 누구라도 일어서기 어려웠다. 맷집과 근성을 논할 상황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최홍만은 신체 장점을 살려서 싸웠던 선수로, 기량은 부족한 선수다. 과거 K-1 한국 그랑프리대회에서 우승하고 초반 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것은 홈어드밴티지와 장신선수에게 절대 유리한 K-1 룰, 이기기 좋게 스모, 프로레슬링 선수를 붙여준 매치메이킹의 조합 덕이었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을 갑자기 지금 망각할 이유는 없다. 뇌수술 전력에, 30대 중반에, 6년만의 복귀에, 익숙하지 않은 종합격투기 무대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현재의 비판은 너무 과하다.

▶로드FC “왜 하필 이 때 안 좋은 기사를” 불만 표출=정문홍 로드FC 대표는 최홍만이 충격의 KO패를 당하자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최홍만이 경기를 앞두고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자 스스로 심하게 마음고생을 한 사실을 지켜봐 온 안타까운 심정이 묻어났다.

이 언론보도란, 지인 두명에게 1억여 원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 등)로 최홍만을 지난 5월 입건했던 서울 광진경찰서가 이 사건을 지난 달 19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23일 확인했다는 보도다. 대회 이틀전의 일이다. 광진서 측은 당초 불기소 의견 송치라고 한 언론에 밝혔으나 이는 잘못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은 “경찰 측은 이날(23일) 오후 ‘실수로 잘못된 내용을 알렸다’고 정정했다”고 보도했다.

정 대표는 비난의 화살을 언론과 국내 일부 팬들에게 돌렸다. 정 대표는 당시 대회 현장에서 “물론 (최홍만이 기대와 달리) 패배한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보도의 시기는 유감이다. 쓰고 싶은 기사를 써도 되겠지만 한 선수의 인생이 먼저 아닐까”라며 해당 보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뇌수술 이후 몇 년 만에 복귀하는 선수에게 응원은 못할망정 이건 아닌 것 같다. 또 한국인들은 한국 단체를 너무 싫어하는 것 같다. 서글픈 현실이다”고 말했다. 최홍만의 안티 팬, 로드FC의 안티 팬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었다.

정 대표는 특히 해당 국내 보도가 잇따른 23일 하루 뒤인 24일 일본 지상파채널 ‘도쿄 MX’가 이를 문제삼아 중계 계약을 일방 파기해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음을 밝혔다. 그는 “일본의 지상파와 계약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 것이다. 하지만 기사 때문에 모든 게 무산됐다”고 토로했다.

▶최홍만 패배 뒤 감춰진 패착들…화근은 로드FC의 과욕=일부에서는 이번 패인으로 최홍만이 약 2개월 밖에 훈련을 하지 못한 점을 꼽기도 한다. 4월 로드FC와 계약을 맺은 뒤 이번 대회까지 남은 시간이 복귀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최홍만이 연예계에도 빨리 복귀하기 위해 성급하게 대회에 나섰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주객이 전도된 판단이다. 대회 출전 스케줄은 대회사 로드FC가 짜는 것이다. 7월 일본대회에 메인카드로 쓰기 위해 무리하게 계약을 서둘렀고, 준비가 덜 된 선수를 케이지에 내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 선수가 아무리 급전이 필요하고 의욕을 내비치더라도, 선수의 기용여부와 출장시기를 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회사다. 대회사가 인내심을 갖고 최홍만을 컨트롤했다면 그는 좀더 나은 기량을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최홍만의 사기 혐의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을 일본 지상파 TV 계약 파기의 원흉으로 몰고가는 것도 본말이 거꾸로 됐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은 고소에 의해 최홍만이 형사입건 된 시점인 지난 5월 언론에 이미 보도됐다. 이번 대회까지 두 달이나 남은 시기였다. 더욱이 최홍만 사건의 검찰 송치 시점은 6월 말로, 그 때만 해도 아직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경찰의 기소의견 검찰송치로 추후 기소 및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선수의 기용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로드FC다. 그토록 해외 방송과 계약이 중요했다면 최홍만을 무리하게 출전카드에 올리지 말았었야 했다. 과거 일 메이저대회 프라이드FC의 몰락에 결정타가 됐던 지상파TV의 계약철회도 야쿠자 개입설 때문이었음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현지에선 형사입건 된 현지, 외국인 선수에 대해 지상파와 계약을 고려해 출전을 보류하던 전례도 있을 만큼 민감한 사안인 게 사실이다.

많은 투자를 해 공격적으로 일본 대회를 연 로드FC로선 흥행을 방해하게 된 여러가지 상황들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핑곗거리를 다른 곳에서 찾기보다 내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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