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U대회] '횡령·승부조작' 지도자가 심판 배정 물의..결국 교체 (종합)
(광주=뉴스1) 이재상 기자 = 지구촌 대학생들의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 자리인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이하 광주U대회)에 승부조작과 공금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불구속됐던 지도자가 심판으로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안병근(53)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가 4일 광주 염주빛고을체육관에서 열린 광주U대회 유도 경기의 심판으로 나섰다. 안 교수는 전국체전에 부정선수를 출전시키고 훈련비를 횡령했다는 혐의 등으로 인해 지난달 24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입건된 바 있다.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버젓이 심판을 보고 있는 일이 국제대회에서 발생한 것이다. 안 교수는 남자부 미나스킨 그리고리(에스토니아)와 뎀야넨코 빅토르(카자흐스탄)의 경기 주심을 맡았다. 감독관으로도 자리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유도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그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한 선수에게 고의로 패하도록 지시해 심판들의 경기 판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사실상 승부조작 가담자가 공정한 승부를 위한 심판으로 배치된 셈이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 심판 배정의 경우 국제유도연맹(IJF)의 추천을 받아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서 지정하고 있다. 대한유도회는 안병근 교수가 심판으로 활동하는 것이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IJF와 FISU에서 해당 사건이 있기 전 추천을 마쳐 심판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발뺌했다.
이를 문제 삼은 뉴스1의 단독보도(관련기사http://news1.kr/articles/?2313035) 이후 조직위 측은 오후 경기부터 안병근 심판을 경기에 배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잘못을)인정한다"면서 "대회 심판위원회 쪽과 이야기를 나눴고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안 교수는 보도 이후 경기장 심판석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직위에서 빨리 수습에 나섰지만 뒷맛이 여전히 개운치 않다. 오전의 지적을 듣고 오후에 곧바로 안 교수를 제외시켰다는 것은 고민할 것도 없이 잘못을 인정한 것과 다름 없다.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안 교수를 배정했던 것이든 안 교수가 심판 리스트에 오른 것을 몰랐던 것이든, 조직위와 대한유도회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lex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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