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골프 4.0시대] 美보다 OB 많아 까다로운 한국 코스 단련된 '리틀 세리키즈'

민학수 기자 2015. 4. 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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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계 최고 골프 사관학교 코리아 - '기적의 샷' 김세영 인터뷰 "난 5학년 때 90타 쳤는데 친구 장하나 이미 70대 타수… 美보다 생존경쟁 훨씬 치열 실력있는 국내 지도자 늘어 해외서 배울 필요 못 느껴"

올 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지 3개월 만에 2승을 거둔 김세영(22·사진)은 "미국 대회 코스가 한국보다 훨씬 쉽다"고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워낙 까다로운 한국 코스에서 단련이 되다 보니 OB(아웃오브바운즈)도 거의 없고 페어웨이 잔디를 짧게 깎아 공도 잘 구르고 스핀도 잘 걸리는 미국에서 마음껏 치고 있다"고 했다. 김세영은 "미 LPGA 투어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한국에서 주니어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을 겪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고도 했다. 세계 최고 무대라는 LPGA 투어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김효주(20)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19일 하와이에서 기적 같은 샷을 연거푸 성공하며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은 시즌 10번째 대회인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현지 시각 23~26일)에 출전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머물고 있다. 루키인 그는 상금 랭킹과 올해의 선수, 신인상 랭킹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어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21일 통화에서 김세영은 "아직도 연장전 샷 이글의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면서도 "꾸준한 실력을 보여야 진짜니까 다시 골프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세영은 어려서부터 체계적이고 혹독한 훈련과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양산되는 '한국 골프 4.0 시대'를 상징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김효주, 장하나 등과 함께 '리틀 세리 키즈'라고도 불린다. 김세영은 "한국 주니어 무대의 경쟁 수준은 한마디로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태권 소녀'라는 애칭을 지닌 그는 태권도장 관장인 아버지 김정일(53)씨의 영향을 받아 태권도를 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김세영은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대회를 나가서 90대 타수를 치고 있는데 저보다 1년 먼저 시작한 친구 장하나가 70대 타수를 치고 있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장하나는 2004년 방한한 타이거 우즈와 연습 라운드를 돌며 '천재 소녀'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어린 나이지만 또래들 간 경쟁은 프로 무대나 다를 바 없이 치열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가 된 김세영은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김세영은 "미국 주니어 대회에 나가보니 미국에도 저희 대표 선수들만큼 치는 선수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들이 다른 선수들의 경쟁심에 불을 붙여준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모든 걸 골프에 거는 '프로페셔널'로 생활하다 보니 선수들 간 경쟁이 미국하고는 비교할 수 없었다"며 "골프 환경은 미국이 더 좋았지만 미국 무대가 생각했던 것만큼 어려운 곳이 아니라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했다. 김세영은 "박세리 프로를 존경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2011년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 데뷔한 김세영은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지만 독보적 수준은 아니었다. 상금 랭킹이 40위(2011년 ), 32위(2012년), 2위(2013년), 10위(2014년)였다. 그는 "미국 투어에 뛰어난 한국 선수들과 미국 선수들이 있지만 한국 투어 선수들의 경쟁력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잘 칠 수 있게 된 것은 다 까다로운 한국 투어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덕분"이라고 했다. 물론 그가 다른 한국 선수들에 비해 미국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280야드 안팎의 드라이버샷을 때릴 수 있는 장타력을 빼놓을 수 없다. '세리 키즈' 세대는 미 LPGA 투어에 진출하면서 미국의 유명 교습가에게 스윙을 배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경험을 쌓은 국내 지도자가 늘어나면서 많이 달라졌다.

김효주가 10년째 한연희 전 골프 대표팀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고, 김세영은 5년째 최경주의 친구인 이경훈 코치에게 배우고 있다. 김세영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잘 배울 수 있고, 지금 이 코치님을 만나 성적이 잘 나기 시작했다"며 "외국 지도자에게 배워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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