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잃더라도 제2의 박태환을 막아야"

김식 2015. 3. 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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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 동안 '박태환 약물 파문'은 국내 스포츠계에 커다란 물음표를 던졌다. FINA의 징계가 내려진 시점에서 이를 냉정하게 다시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박태환과 그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도 있다. 체육철학자 김정효 박사(서울대 강사)에게 물었다.

-박태환 측이 (금지약물을 투약한) 병원 원장을 고소하고 FINA 청문회에 참석하기까지 마치 첩보전 같았다.

"병원장을 고소하는 순간부터 오픈될 수밖에 없었다. 박태환은 공인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청문회 결과 발표까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규정이 지켜지기 어려웠다. 박태환 측이 병원장을 고소하고, 대중에게 해명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시작부터 꼬인 셈이다. 나도 박태환 도핑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그에 대한 동정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진행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니더라. 대중의 여론도 처음엔 박태환에게 우호적이었으나 점차 돌아섰다. 박태환은 이번 사건으로 회복할 수 없는 내상을 입었다."

-박태환 측은 검찰조사에서도, 청문회에서도 '모르고 주사(네비도)를 맞았다'고 해명했다.

"약물에 대해 '무지'했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병원 간호사와의 대화를 녹음하는 등 여러 제스처를 보였다. '무지'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모르고 맞았다'는 게 그나마 징계를 낮출 수 있는 말이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스포츠의 관리체계의 문제가 드러났다."

-병원을 고소한 건 어떻게 봐야 하는가.

"FINA 청문회를 의식한 것이다. 그릇된 전략적 행동이다. 어차피 (테스토스테론 투약에 대한) 징계 사례(2년 이상)는 뻔한 것 아닌가. 박태환 측은 이를 되도록 줄이려고 노력한 것이다. 박태환 개인은 이미지에 상처를 입었지만 이 전략이 통한 건 사실이다."

-FINA의 징계를 어떻게 봐야 하나.

"박태환을 봐준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도핑 규율은 엄격할수록 기강이 서게 마련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수영계에서 워낙 거물이고 아시아 수영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크다. 징계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박태환에게 징계를 내리면서도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는 있게 했다. FINA로서는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얻었다."

-박태환은 예전의 박태환이 될 수 있을까.

"일단 금지약물 투약에 대해 고의성이 없었다는 전략이 통했다. 그러나 감히 예측하자면 예전의 박태환으로 돌아가긴 어렵다고 본다. 한번 무너진 신뢰가 회복될 수 없다. 다른 스캔들도 아니고 도핑 문제였다. (도핑에 대한 꼬리표는) 선수생활 내내 박태환을 따라다니지 않을까. 박태환은 아름답게 물러날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도핑을 하는 선수의 심리는 뭘까.

"초조함 탓이다. 주위 기대가 크고,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라이벌 쑨양이 도발했고…. 부담이 컸을 것이다. 박태환이 아닌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수가 나이 들면 예전의 기량을 갖지 못할 거라는 초조함이 있다. 약물이 기량 향상에 0.1%라도 도움이 된다면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게 금지약물이 아니라면, 혹은 도핑테스트에 적발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이번 사건이 한국 스포츠에 주는 메시지는 뭘까.

"선수 관리의 필요성이다. 우리 스포츠가 선수의 기량 향상에는 참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그게 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한 게 문제다. 경기력이 높아질수록 도덕적 요구도 함께 높아진다. 지금까지 도핑 교육은 형식적이었다. 사내연수처럼 앉아서 듣다가 졸기도 하는 식이었다. 금지약물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선수 지원은 약하다."

-제2의 박태환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난 사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박태환에게 (대한체육회가 규정대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박태환은 잃게 되겠지만 제2의 박태환이 나오는 건 막을 수 있다. 스포츠 정의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그게 더 큰 효과일 것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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