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암벽 여제 김자인 "스포츠클라이밍, 대중적 스포츠로 우뚝 섰으면"

장지영 기자 2015. 1. 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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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5일(한국시간) 스페인 히혼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 리드(난이도) 부문 결승전. 마지막으로 출전한 김자인(27·올댓스포츠)은 결승에 오른 선수 4명 가운데 유일하게 완등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관중의 기립박수 속에 로프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김자인은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흐르자 감격에 겨운 듯 또다시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월드컵을 비롯해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했던 김자인은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와는 유독 인연이 없어 준우승만 3번 했다. 이날 우승으로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명실공히 '암벽여제'로서 위상을 과시했다. 아울러 김자인은 IFSC 선수위원 투표를 통해 선수위원으로도 선출됐다. 유럽 선수들이 대부분인 IFSC 선수위원회에서 아시아 출신은 김자인이 유일하다.

지난해 말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훈련 중인 김자인을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더 자스 클라이밍짐(The Jas climbing gym)'에서 만났다. 이곳은 김자인이 클라이밍의 영원한 동지이기도 한 두 오빠 김자하(32), 김자비(29)와 함께 2013년 문을 연 시설이다. 김자인의 활약으로 스포츠클라이밍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면서 3남매가 그 보급에 앞장서 있는 셈이다.

김자인은 "지난해는 내게 최고의 한 해였다. 2013년 무릎부상을 당했지만 준비를 잘 한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특히 그동안 인연이 없었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꿈꿔왔던 것을 모두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인공으로 만든 암벽을 등반하는 스포츠다. 암벽에 인공 홀드(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수 있는 요철)를 설치해 놓고 손과 발만을 이용해 정상에 오른다. 5m 암벽 4~5개를 로프 없이 등정하는 볼더링(Bouldering), 로프를 활용해 15m 고난도 암벽을 등정하는 리드(Lead), 10~15m 암벽을 올라가는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Speed) 등 세 종목으로 나뉜다.

김자인의 주 종목은 리드지만 볼더링에서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월드컵에서 두 종목 모두 1위를 한 유일한 여자 선수다.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리드와 볼더링 성적을 합산한 종합우승의 영광도 안았다.

하지만 2013년 월드컵 볼더링 부문에서 바닥에 착지할 때 부상을 당하면서 이후 무릎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드에만 출전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몸이 좀 더 괜찮아지면 볼더링도 다시 하고 싶다. 두 종목이 다른 재미가 있어서 포기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대회에 나가느라 자연암벽은 1년에 2~3번 정도만 도전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되면 좀더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자인은 153cm의 작은 키를 갖고 있다. 암벽을 오르기 위해 크고 힘 있는 동작이 필수적인 스포츠클라이밍에 유리한 신체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작은 몸을 활용해 좁고 복잡한 구간을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빠르게 빠져나간다. 지난해 월드컵 3차 프랑스 대회 당시 현지 해설자는 '암벽 위의 발레리나'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김자인은 "내 신체조건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암벽 위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면 즐겁게 클라이밍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롤 모델인 스페인의 라몬 줄리앙 선수는 남자인데도 키가 159㎝에 불과하지만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을 석권했다"고 했다.

김자인의 바람은 우리나라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이 대중적인 스포츠로 우뚝 서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스포츠클라이밍이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그는 "스포츠클라이밍은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여서 유럽에서는 학교에서 배우는가 하면 가족이 같이 즐기는 취미로 인기가 높다"며 "암벽 위에서 누구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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