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펜싱협회 비리 쏙 빼고..'스포츠 4대악' 휴일 기습발표

2014. 12. 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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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합동수사본부 중간 발표

국가대표 지도자 등 36억 횡령 적발

차명계좌로 비자금 유용하기도

검찰 송치·수사 의뢰 4건 그쳐

정윤회씨 딸 특혜 논란 빚은

승마협회 조사 결과는 없어

전 펜싱감독 자살 의혹도 침묵

실적 부풀리려 무리수 지적도

박근혜 정부가 스포츠계의 해묵은 적폐를 해소하겠다며 발족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합동수사본부가 28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주도한 스포츠 4대악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승마협회와 펜싱협회에 대한 조사 결과가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체부와 경찰청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여개월 동안 스포츠 비리를 제보받아 조사한 결과, 국가대표 지도자와 경기단체 임직원 등이 모두 36억원 규모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국내 택견계 전·현직 직원이 차명계좌 63개를 통해 13억3000여만원을 세탁해 비자금을 만든 사실 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합동수사반은 비리 관련 스포츠 단체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고 1000여개에 이르는 금융계좌에서 40만건 이상 거래 내역을 분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체부의 자체 평가와 달리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경찰청 수사관, 문체부 소속 전문위원·조사관 등 13명으로 구성된 합동수사센터가 7개월간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고 보기엔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월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해 발족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는 모두 26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검찰 송치된 사안은 2건에 불과했다. 합동수사반 안에 검사와 경찰 수사관들이 있으면서도 다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도 2건이나 된다. 해당 경기단체에 자체 처분을 요구한 게 25건, 나머지 89건은 단순 종결됐다. 문체부가 "역대 정부에서는 시도한 적이 없는 일로서 스포츠 비리 척결에 대한 이번 정부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주장이 무색한 결과다.

김종 차관의 인사 개입 논란이 있었던 승마협회와 펜싱협회 관련 비리 신고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논란을 빚고 있다. 이른바 '청와대 비선 실세' 논란을 빚고 있는 정윤회씨 딸의 승마국가대표 선발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여러 신고가 접수돼 조사중인 사안"이라고만 해명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5월 승마국가대표 선발전을 둘러싼 특혜 시비와 관련해 승마협회를 조사했고, 4개월 뒤 조사를 담당했던 국장 등이 갑자기 물러났다. 이 국장은 '정씨 쪽이나 그에 맞섰던 쪽이나 다 문제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해당 국장의 경질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펜싱계 인사들이 지난 7월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의 무리한 조사로 전직 펜싱 감독이 자살했다는 의혹을 내놨지만, 문체부는 이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당시 합동수사반은 국민생활체육공단이 관리지원비 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아무개 감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가 서 감독의 자살로 조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당시 펜싱계 인사들은 "서 감독이 이미 경찰로부터 한차례 수사를 통해 무혐의가 밝혀졌지만, 문체부가 무리한 수사를 주도해 유능한 감독의 자살을 불렀다"고 반발한 바 있다.

문체부가 긴급한 사안도 아닌데,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일요일에 한 것은 이런 민감한 의혹들을 피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문체부는 지난 10월말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언론에 알렸다가 하루 전에 돌연 취소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중간 결과를 발표하려고 했는데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고, 다음주에 정부에서 중요한 발표가 많아 평일을 피해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는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아직 혐의 수사 단계에 불과한 내용을 공표하는 등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는 이후 계획과 관련해 "상시적인 수사체계 구축을 위해 경찰청에 스포츠 비리 전담 수사반을 신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합동수사반은 진행중인 수사를 마무리한 뒤 폐지하고, 문체부가 관리하는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는 '스포츠 비리신고센터'로 이름을 바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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