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영의 인사이드 스포츠]김연경-페네르바체 계약과 흥국생명의 억지 주장

입력 2014. 11. 22. 07:05 수정 2014. 11. 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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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김연경 에이전트가 말하는 인천 AG와 계약 분쟁의 시작 김연경 에이전트가 말하는 인천 AG와 계약 분쟁의 시작

2편 : 김연경-흥국생명의 합의 실패와 언론의 역할 김연경-흥국생명의 합의 실패와 언론의 역할

2012년 7월 6일(배구계의 관행상 계약 날짜를 7월 1일로 기재) 김연경은 페네르바체 구단과 충북 진천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다시 말해 김연경은 'Club of Origin'이 없는 상태로 페네르바체 구단과 정당한 계약을 한 것이다. 이 계약을 놓고 흥국생명은 언론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며 선수의 등록과 계약 체결일을 혼동하여 공휴일에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수 등록은 마감일이 휴일인 경우 다음날까지 연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계약은 휴일과 전혀 관계가 없다.

게다가 선수 등록은 계약서 없이 불가능하며 또한 국내에서 임의탈퇴로 공시된(왜 임의탈퇴로 공시됐는지 지금도 납득이 안가지만) 선수는 국외 어느 구단과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임의탈퇴 선수는 해외 구단과 계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연경이 FA 자격을 못 갖추었기 때문에 흥국생명의 동의 없이는 해외 구단으로 이적할 수 없다고 했지만, 국내 연맹 규정의 FA 자격 여부와 국제 이적은 아무 관계가 없다. 국제배구연맹 규정 어디에도 흥국생명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 규정이 없다.

프로배구에 선례가 없는 관계로 프로축구의 예를 들면, 김은중(현 대전)의 경우 2008년 말 당시 소속 팀인 FC서울과 5년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었지만 리그 출전 경기 수 50%의 요건을 채우지 못하여 자유계약선수 즉, FA가 되지 못했고 그럼에도 2009년 중국 프로축구 창샤 진더와 계약을 체결하고 국제 이적을 했다.

국내 리그 규정상 FA 요건을 못 채웠기 때문에 김은중이 국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려면 소속 구단이었던 FC 서울에 이적료 등을 지급하고 FC 서울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지만, 국제 이적의 경우 FA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에 창샤 구단은 FC 서울과 아무런 이적료 협상 없이 김은중과 계약을 했다.

이후 김은중은 2010년 중국에서 국내 리그로 복귀했고, 제주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는데, 이 때 제주 유나이티드가 국내 구단이므로 국내 FA 규정을 적용을 받아 FC 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가 이적료 협상을 하고 제주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했다.

다시 말해 국내 리그 규정상의 FA 자격은 국내 리그 소속 구단과의 자유계약권리에 관한 문제일 뿐 국제 이적에는 적용된 적이 없고 적용될 수도 없는 것이다.

당시 많은 언론이나 관계자들이 프로야구를 예로 들면서 반박을 했었는데, 프로야구의 경우를 살펴본다고 하더라도 프로연맹 간 선수계약 관련 협정이 존재하는 국가 즉, 한국 미국 대만 일본 리그에서의 선수 이적 시 FA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다.

-<한일 선수계약 협정서> 중 일부5) 한국 선수가 한국야구규약에 명시된 한국 구단의 보류, 군복무, 임의탈퇴, 제한, 실격, 자격정지 또는 부적격 선수명단에 있을 경우, 일본 구단은 한국 커미셔너를 통한 해당 한국 구단의 승인 없이는 해당 한국 선수를 교섭 또는 고용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특별한 협정마저도 없다면 국제 이적 시 국내 리그 규정의 FA 자격 여부를 운운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이다. 게다가 구단이 계약 종료 후 해당 선수와 재계약을 안 할 수 있듯이 선수 또한 계약 종료 후 구단과 재계약을 안 할 권리가 있음은 '당연지사'다.

이런 논란 속에서 그 동안 중재를 계속해왔던 대한배구협회는 중재 담당자를 통해 흥국생명 측의 마지막 제안을 김연경 측에게 전달했다. '명분과 실리'를 논하며 에이전트와 선수는 실리를 챙기고 흥국생명 측은 김연경은 흥국생명 소속이라는 명분을 달라는 것이었는데 돈만 생각한다면 그럴듯한 얘기다.

그러나 흥국생명과 재계약 후 페네르바체 구단에 종신계약을 하거나 영구임대를 하자는 관계자의 제안을 돈만 벌기 위해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는 향후 다른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을 주는 선례로 남을 것이 분명하고, 한국스포츠사에도 치욕스런 합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대한배구협회 측은 만약 그해(2012년) 9월7일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으면 절대 국제이적동의서(ITC: International Transfer Certificate) 발급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런 이유로 합의를 못 한 채 대한배구협회의 요청에 따라 2012년 9월 7일 프레스 센터에서 합의서에 서명을 하게 된다.

9.7.합의서

'9.7. 합의서'의 핵심은 조항들이 합의된 것이 아니라 분쟁 당사자 간의 의견이 전혀 다르니 국제배구연맹에 질의를 해서 그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대한배구협회 측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서조항은 1 2 3 번이 다 해당되는 겁니다. 오늘 이 안건은 현상황에서 아직 구체적인 결정이나 다른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저희 코보룰에 의하면은 원소속 구단이 흥국생명이라고 얘기하는 것이구요. 저희가 만약 협회차원에서 피브 세계배구연맹에서 판단을 해주면 그거에 따라서 임대냐 FA냐를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흥국생명에서 이야기하시는 것은 저희 협회에서 직접 유권해석을 신청을 원래는 저희가 할 이유가 없는데요. 이번에 객관적이게 해달라고 해서 저희가 오늘 메일을 FIVB에 보냈고 제가 다음 주에 들어가 가지고 가지고 올 겁니다."

또한 이 서류는 대한배구협회 흥국생명 김연경 즉, 당자사가 셋임에도 불구하고 한 글로 단 한 장만 작성하고 영문본도 만들지 않았으며,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을 국제배구연맹으로부터 받을 때까지 국제배구연맹이 마치 이미 합의가 된 것처럼 오해하지 않도록 회장 사금고 깊숙이 보관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김연경과 에이전트를 설득했고, 만약 9월 7일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는다면 절대 국제이적동의서(ITC: International Transfer Certificate) 발급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연경 측은 당연히 대한배구협회를 믿고 순리대로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한배구협회는 질의하기로 한 항목에 대한 국제배구연맹의 답변을 김연경 측에게 이 분쟁이 끝날 때까지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서면 질의를 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다. 당시 정황상 미국 애너하임을 직접 방문하여 구두로 질의를 하고 답변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외부로 유출하지 않기로 했던 '9월 7일 서류'를 국제배구연맹에 알린 내용이 포함된 이메일을 나중에 최민희 국회의원실의 도움으로 알게 된다.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9.7. 합의서가 외부에 유출됐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배구선수가 대한배구협회의 공적인 구두 약속을 믿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 되는 현실을 보고 그 말을 왜 믿었냐고 말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공약을 지키지 않은 단체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어필하는 게 맞는가.

사회적 강자가 만들어 놓은 스텝(Step)에 따라 돌다리를 건너다보면 약자에게는 부지불식간에 사회적 증거(Social Proof)가 이미 만들어져서 중요한 순간에 그것이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물론 김연경 측은 절차상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대한민국 배구 현실을 고려하여 부드럽고 정확하게 모든 문제를 풀고 싶었기에 관계 단체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에 응했던 것이다.

그런데 국제배구연맹은 당사자 간의 분쟁이 발생된 이후에 서명된 '9.7. 서류'를 합의가 된 것으로 인지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2012년 10월 10일 흥국생명 구단이 김연경의 'Club of Origin'이라고 공지를 하게 된다. 앞 편에 설명했듯 김연경은 2012년 7월 1일 이후 흥국생명과의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인스포코리아 대표이사 kyyoon68@hanmail.net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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