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연아 출전이 최고 홍보인데.."

권종오 기자 2014. 11. 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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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에 공식 위촉됐습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 발레리나 강수진, 소설가 이외수 씨 등에 이어 여섯 번째 홍보대사입니다. 김연아는 2011년 7월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투표 당시에도 남아공 현지에서 감동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펼쳐 유치 성공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제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다시 한번 봉사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동계스포츠 스타인 김연아가 홍보대사에 위촉되리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상됐던 일입니다. 사실 평창조직위는 홍보대사 외에 다른 '자리'를 물색해왔습니다. 평창 조직위의 고위 간부는 저에게 "홍보대사 외에 다른 미션을 맡기면 좋겠는데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없겠느냐?"며 기자에게 오히려 묻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홍보대사였습니다. 김연아가 대학원 공부 때문에 당장 조직위원회에서 상근하기도 어렵고 비상근직으로 '피겨여왕'에게 어울릴만한 자리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연아는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만에 하나라도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각계에서 나왔습니다. 조직위의 한 간부는 지난 7월 사석에서 "김연아가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기만 하면 홍보대사와는 비교도 안 되는 대박이다. 성적에 관계없이 나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올림픽을 따로.홍보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은퇴를 선언했지만 혹시 상황에 따라 복귀할 지 누가 알겠는가?" 이 간부는 기대 섞인 희망을 내놓았지만 저는 객관적인 현실을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저도 김연아가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기를 바라는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1%도 없습니다."

김연아가 복귀하기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각에서는 이른바 '25세 정년론'을 꼽습니다. 지난 90년 동안 세계 여자 피겨 스타들은 거의 대부분 만 25세가 되거나 되기 전에 은퇴했습니다.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을 이룬 소냐 헤니를 비롯해 페기 플레밍, 도로시 해밀, 미셸 콴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여자 피겨선수의 경우 25세가 되면 순발력이 떨어진다. 특히 스피드와 관련이 깊은 속근의 능력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말합니다.

천하의 김연아라도 27세가 넘은 나이에 전성기의 기량을 다시 선보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피겨여제'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가 28세2개월의 나이에 1994 릴레함메르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나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7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소치 올림픽에서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만 27세에도 불구하고 동메달을 따내 대조를 이뤘습니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 2월에 김연아의 나이는 27세5개월이 됩니다. '25세 정년론'이 김연아에게 적용될지 안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게 본인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 직후 소치에서 김연아를 만났을 때 제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혹시 다음 올림픽에도 나올 생각이 있나요?" 김연아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전혀 없어요"라고 응답했습니다. 김연아는 사실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끝으로 은퇴하려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소치 올림픽까지 뛰었습니다. 만약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늦어도 2016년부터 모든 사생활을 포기한 채 또다시 강훈련에 들어가야 하는데 보통 결심으로는 하기 어려운 판단입니다.

김연아의 몸 상태도 결정적인 걸림돌입니다. 20년 가까이 스케이트를 타다 보면 몸의 특정 부위만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각종 부상이나 통증에 시달리기 마련입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정진욱 박사는 "특히 피겨스케이팅의 고난도 동작 중에는 관절의 정상적인 가동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많기 때문에 부상에 늘 노출된다. 여자 피겨 선수들이 25살 전후에 은퇴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아주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김연아가 복귀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 김연아는 선수가 아니라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입니다. 평창 조직위는 피겨여왕을 최대한 활용해 대회 붐 조성을 꾀한다는 전략아래 구체적인 아이디어 수립에 전념해야 합니다. 3년전 유치전 때처럼 김연아가 한번 더 한국과 평창올림픽을 위해 대박을 낼지 주목됩니다.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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