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박소연은 왜 항공기를 3번이나 탔나?

권종오 기자 2014. 10. 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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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겨 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이후 선두주자로 꼽히는 선수가 17살의 박소연입니다. 지난 27일 끝난 시니어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 첫 메달을 노렸지만 아쉽게 5위를 차지했습니다. 1차 대회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렸습니다. 박소연은 대회 출전을 위해 22일 저녁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미국의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항공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뒤 목적지인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박소연에게 어처구니 없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항공사 사정으로 결항이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박소연은 어쩔 수 없이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해 LA에 도착한 뒤 다시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시카고에 내린 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새벽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거의 24시간의 긴 여정이었습니다.

17살 어린 소녀는 피로를 풀 시간도 없이 적응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서울과 시카고의 시차는 14시간입니다. 이 정도의 시차를 극복하려면 최소한 3-4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박소연은 대회 일정상 만 이틀 만에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야 했습니다. 가뜩이나 첫 출전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빡빡한 스케줄에 갑작스런 비행기 결항까지 생기는 바람에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입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시카고를 출발해 일본 도쿄를 거친 뒤 28일 밤 늦게 인천공항에 귀국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카고로 가는 항공기가 항공사 사정으로 돌연 결항된 것은 '해프닝'으로 간주한다 해도 왜 박소연 선수는 처음부터 직항을 탈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혹시 항공권이 이미 매진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박소연이 1차 대회 출전은 이미 지난 6월에 확정된 사항이었습니다.

예약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직항편이 부족했던 탓일까요? 이것도 아닙니다. 직항은 매일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인천-시카고 항공편의 경우 매일 오전 11시40분에 출발해 시카고 시간 오전 10시30분에 도착합니다. 비행 시간은 12시간50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지 적응과 컨디션 조절에 훨씬 유리한 조건입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때문이었까요?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의 항공료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부담합니다. 이번에는 당연히 대회를 주관한 미국측 조직위가 박소연 선수의 항공편을 예약했습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에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결정한 것도 1차대회 조직위원회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움이 듭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거리도 가깝고 시차도 거의 없어 대회 조직위가 어떤 항공편을 예약해도 그대로 따르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등으로 장거리 일정을 소화할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조직위가 예약한 항공편과 스케줄에 따라 그대로 이동할 경우 때에 따라 컨디션 조절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인천-시카고 직항편의 항공료는 약 225만원입니다. 그럼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노선은 얼마일까요? 예약하는 시기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대략 170만원쯤 된다는 게 여행사 직원의 말입니다. 약 50만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박소연의 1차 대회 출전은 이미 넉달전에 결정됐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우리 선수의 편의를 돕기 위해 대회 조직위와 협의해 항공편을 조정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처럼 장거리를 이동할 경우에는 우리 연맹이 비용을 조금 부담하더라도 하루나 이틀 정도 먼저 현지에 도착해 적응 훈련을 하는 것이 성적을 위해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는 최고 유망주가 보다 편안하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빙상연맹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박소연은 올시즌에 딱 두 번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합니다. 우리 빙상연맹의 재정과 예산 규모로 볼 때 이 정도의 지원을 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장 소중한 존재는 말할 필요도 없이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을 기대해봅니다.

[취재파일] 박소연은 왜 메달을 따지 못했나?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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