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외면한 '그들만의 행사'.. 2014년 전국체전 10월 28일 제주서 개최

장지영 기자 2014. 10. 27.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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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은 매년 가을 대한체육회 주최로 열리는 전국 규모의 종합경기대회다. 정식명칭은 전국체육대회. 95회를 맞는 올해는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다. 하지만 전국체전에 관심을 가지는 국민은 거의 없다. 과거 한국 엘리트 체육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전국체전이 체육계와 주최 지방자치단체만의 행사가 된지 이미 오래다.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면서 하루빨리 전국체전의 운영 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사례 1.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체력적인 부담을 이유로 전국체전에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전국체전에 앞서 만만치 않은 체력이 소모되는 갈라쇼를 주최해 네티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사례 2. '마린보이' 박태환은 2005년, 2007년, 2008년 서울 대표로 전국체전에 참가한 이후 5년만인 지난해 인천 대표로 출전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후원사의 지원이 끊긴 박태환은 지난해 3월 인천시청에 입단했고 올해도 전국체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사례 3. '윙크보이' 이용대는 화순 출신으로 지난해까지 전남 대표로 전국체전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부산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이용대의 소속팀인 삼성전기 배드민턴팀이 지난해까지는 선수의 자유에 맡겼지만 올해부터 팀 전체를 부산 소속으로 나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매년 가을 전국체전이 열리지만 체육계 '그들만의 리그'가 된지 오래다. 전국체전이 열리는 경기장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스타라도 나오지 않는 한 일반 관중을 찾아보기 어렵다. 매년 전국체전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체육계에서 전국체전을 비인기 종목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광고를 찍는 손연재의 경우 전국체전 참가는 그다지 의미가 없지만 지자체 체육회에 소속된 많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생존이 달린 문제다. 전국체전의 성적을 토대로 소속팀의 유지 여부가 결정되고 자신의 연봉이 정해진다. 박태환조차도 SK의 후원을 받을 때는 전국체전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인천시청 소속인 만큼 2년 연속 출전하고 있다.

윤영일 대한정구협회 회장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개를 딴 정구를 '효자종목'이라고 치켜세웠지만 대회가 끝나면 다시 찬밥 신세"라면서 "전국체전에서 비올림픽 종목의 통·폐합이 얘기되는 등 여전히 정구 선수들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국체전은 규모가 비대해진 것에 비해 경기력은 오히려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스포츠의 균형적 발전 대신 지자체간의 부질없는 순위싸움이 되어 버린 탓이다.

기초종목인 수영 경영과 육상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96개와 11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어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대부분 지자체 소속인 선수들의 경우 다관왕이 되면 높은 연봉이 보장돼 굳이 기록 경신을 하지 않아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여러 개 따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일각에서 우리나라에서 수영과 육상의 부진이 전국체전 때문이라는 신랄한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지자체가 금메달 개수를 늘리기 위해 용병 선수를 거래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선수나 팀에게 훈련비 명목으로 수 천 만원을 주고 전국체전에 출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서울에 기반을 둔 새마을금고 배드민턴 대표팀의 경우 남자 선수들은 울산, 여자 선수들은 충남 대표로 출전한다. 서울이나 수도권에는 선수들이 많지만 이들 지자체에는 선수들이 부족해 전국체전 참가를 조건으로 후원 계약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전남 대표로 출전해온 이용대가 올해는 한번도 거주한 적 없는 부산 대표로 출전하게 된 것도 소속팀의 결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5년 동안 39명이 위장 전입을 통해 전국체전에 부정 출전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지역 선수를 육성한다는 전국체전의 원래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성한국 새마을금고 감독은 "체육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들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자체에서 직접 팀을 만들어 선수를 육성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해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전국체전 유치에 따른 지자체의 혈세 낭비도 문제다. 지자체들은 막대한 세금을 들여 전국체전에 필요한 경기장이나 도로 등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마련하곤 한다. 용병 선수를 데려오느라 세금을 쓰는 것은 인프라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로 여겨질 정도다. 전국 지자체에서는 전국체전 개최 후 활용도가 낮아 막대한 유지비만 투입되는 경기장이 적지 않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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