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을 재평가해야 하는 이유

2014. 7. 31. 15: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골프전문기자 이강래 칼럼 <그늘집에서>

골프전문기자 이강래 칼럼 < 그늘집에서 >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유소연(24 하나금융그룹)은 11개월 전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장에서 경기했다. 우승상금 3억 원이 걸린 한화금융클래식이었다. 2012년 우승자인 유소연은 디펜딩 챔피언의 의무감으로 한국행을 감행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미국에서 뛰는 선수들은 한국 대회에 나오려면 3주를 희생해야 한다. 이동과 시차 적응, 대회 출전 등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다. 초청료 등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쉽사리 국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이유다.

대회가 시작됐고 유소연은 깊은 러프에 좁은 페어웨이로 무장한 대회 코스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선두를 질주했다. 그러나 최종일 후배 김세영에게 뼈아픈 역전우승을 허용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김세영이 최종라운드에서 이글과 홀인원을 잡아내며 신들린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유소연은 이미지가 좋지 않은 선수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룰을 위반한다는 소문으로 불신을 받았다. 프로무대에 들어와서도 미숙한 룰 적용으로 수차례 입방아에 올랐다. 2008년 KB 스타투어 4차 대회 도중 벙커 안에서 샷을 할 수 없자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고 벙커 밖에 볼을 드롭하는 황당한 행동을 했다. 2011년 한화금융클래식 때는 해저드 구역에서 마른 풀을 제거하다 2벌타를 받았다. 후원사인 한화그룹은 유소연의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우려했고 결국 재계약은 불발됐다.

유소연은 아마추어 시절 부친의 사업 실패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했다. 가족애가 남달랐던 유소연으로선 '이악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성장배경이다. 골프계에선 이런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유소연이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돌았다.

유소연이 2주 전 열린 미LPGA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공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 하나금융그룹

이쯤에서 다시 지난해 한화금융클래식으로 가 보자. 유소연은 골든베이 골프장에 옛 스승인 조수현 코치를 초청했다.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조 코치는 대회기간 내내 대회장에 머물며 유소연과 함께 움직였다. 유소연은 주니어시절 자신의 스윙을 만들어준 조 코치에게 지금도 상금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있다. 처음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골프선수들의 얄팍한 행태를 많이 봐왔기에 더욱 그랬다. 유소연은 현재 조 코치가 아닌, 호주코치인 이안 츠릭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한번 맺은 약속을 변함없이 지키는 모습은 유소연에 대한 재발견이다. 요즘 뜬금없이 유행을 타고 있는 '의리'에 딱 어울리는 프로골퍼라 할 수 있다.

유소연은 대장암 투병중인 부친을 위해 최근 서울 잠원동에 20억 원이 넘는 고급주택을 구입해 선물했다. 그리고 미국에도 부모가 거주할 집을 따로 마련해 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울 때 돌봐준 이모를 위해 자신이 투자한 골프존 매장의 운영을 맡겨 놓기도 했다. 음악을 전공하는 동생을 위해서는 미국 유학 비용을 대주고 있다.

유소연은 현재 세계랭킹 9위다. 한국에서 보여준 것처럼 미국무대에서도 룰과 관련된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지금 위치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룰과 관련해 스스로 개선을 이뤄냈다는 뜻이다. 그리고 통장에 돈이 쌓이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묵묵히 실천에 옮기고 있다.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유소연은 2주전 열린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본엔 절대 질 수 없다"는 투지를 보여 한국의 골프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은 것이다.

이런 유소연이 올해 한화금융클래식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골든베이에서 2년 연속 명승부를 펼친 유소연을 올해는 보지못하는 아쉬움이 이런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과거의 유소연이 아닌, 현재의 유소연을 제대로 바라보는 재평가가 이뤄져야 하지 않나 말이다.sports@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POP & heraldpop.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