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쑨양, 표류와 방황 끝에 다가온 '마지막 승부'

스포츠 2014. 7. 2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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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 박태환, 쑨양. ⓒ 연합뉴스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에서 라이벌의 존재는 달갑지 않지만 서로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아시아 수영을 대표하는 두 스타인 한국의 박태환(25)과 중국의 쑨양(23) 역시 서로의 발전을 지켜보며 쉼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 아사아 수영의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한 라이벌이다. 9월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서 박태환과 쑨양은 다시 한 번 진검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200m·400m·1500m를 석권하며 3관왕에 등극한 데 이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도하와 같은 3종목에서 정상에 오르며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3회 연속 3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쑨양은 2012 런던올림픽 이후 박태환을 상대로 계속됐던 우세를 지키며 이번에야 말로 아시아 수영 최강자로서의 공인을 노리고 있다. 쑨양은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을 넘어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자신보다 먼저 터치패드에 닿은 박태환의 손을 들어 축하하는 스포츠맨십으로 찬사를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2012 런던올림픽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박태환이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억울한 실격판정 뒤 번복되는 우여곡절 끝에 결선에 진출해 은메달을 획득한 반면, 쑨양은 박태환의 주종목이었던 자유형 400m·1500m를 휩쓸었다.

쑨양은 이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자유형 400m와 800m, 그리고 1500m 등 3개 종목을 석권하며 대회 MVP에 선정되며 세계 수영 중장거리의 최강자로 공인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박태환이 빠졌다. 쑨양으로서는 개운치 않은 영광이었다. 어쨌든 박태환과 쑨양의 라이벌 관계에서 쑨양이 주도권을 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박태환과 쑨양 모두는 지난 1년간 각자 다른 원인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사실 박태환이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에 불참한 것은 부상이나 슬럼프 등 수영 자체가 아닌 수영 외적인 문제가 원인이 됐다. 런던올림픽 이후 박태환은 메인 스폰서와의 계약이 끝나 전담팀을 꾸릴 수도 없었고, 체계적인 훈련도 어려워진 상태였다.

마이클 볼이라는 세계적인 코치가 스승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볼 코치와 함께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비용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국내에서도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수영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대한수영연맹의 한심한 행정 처리로 올림픽 메달 포상금도 받지 못하고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가 하면,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TV 홈쇼핑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박태환이 오죽 어려웠으면 홈쇼핑에 나가 장사까지 해야 하느냐'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본인은 부인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표류 상태'였던 셈이다.

지난해 3월 인천시청에 입단해 안정적인 훈련 기반을 마련했지만 런던올림픽 직후 5개월 동안의 훈련 공백으로 인해 세계선수권 출전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박태환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논란이 달아오르자 한 사업가가 박태환의 스폰서로 나서 1년간 5억원을 박태환에게 지원했지만 그마저도 최근 끝난 상태다. 이대로라면 박태환은 스폰서 없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야 한다.

박태환이 런던올림픽 이후 사실상 표류상태에 있었다면 쑨양은 지난 1년간 지독한 성장통과 방황을 경험했다.

작년 11월 6일 중국 국가체육총국 수영관리센터는 "무면허 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쑨양에 대해 국가대표 자격을 일시적으로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무면허 상태에서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포르쉐SUV 승용차를 몰고 가다 시내버스와 추돌사고를 내 7일간의 행정구류 처분을 받은데 따른 조치였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의 국가대표 자격정지로 쑨양은 대회 출전은 물론 국가대표 단체 훈련에서도 제외됐고, 국가대표팀 소속의 사회활동과 광고활동도 할 수 없게 됐다.

쑨양은 무면허가 들통 난 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평소 훈련에 바쁘다 보니 법률지식이 미약해 실수를 저질렀다"며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죄했지만 시련의 시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쑨양이 말썽을 일으킨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쑨양은 2010년 호주 훈련 당시 여자 선수들도 있는 수영장에서 수건도 두르지 않은 채 수영복을 갈아입어 코치와 문제를 일으켰고, 런던올림픽 직전에는 수영대표팀 동료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또 여섯 살 연상의 항공사 승무원과의 교제 과정에서 숙소를 이탈하고 훈련에 불참해 저장체육학원이 징계를 내리자 코치 교체를 공개 요구하다가 비난 세례에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좌충우돌 속에 쑨양은 고도비만을 겪기도 해 선수생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쑨양은 이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체중을 10kg 가량 줄인 끝에 지난 5월 중국선수권에서 3관왕(자유형 200m·400m·1500m)에 오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착실한 훈련만 이어간다면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현재 페이스만 놓고 보면 박태환이 다소 앞서있다. 박태환은 최근 김천에서 끝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유형 200m에서는 1분45초25로 올 시즌 세계 1위에 해당하는 1분45초25로 1위를 차지했고, 주종목이 아닌 개인혼영 200m도 2분00초31로 한국 기록을 세웠다.

자유형 400m에서는 3분44초75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쑨양이 지난 5월 중국선수권에서 수립한 기록(3분45초12)보다도 0.37초 빠른 기록이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박태환과 쑨양의 맞대결은 단연 인천아시안게임 최고의 빅카드 가운데 하나로 손색이 없다. 지난 1년 수영장 안팎에서 표류와 방황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마주할 두 스타가 어떤 감동의 승부를 연출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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