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연아 관련 인터뷰 거부한 친콴타 ISU 회장

권종오 기자 2014. 4. 28. 10: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IOC 조정위원회 3차회의가 내일부터 사흘 동안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립니다. 구닐라 린드베리(스웨덴) 조정위원장을 비롯한 조정위원들은 평창 조직위원회로부터 준비 상황을 보고 받고 각종 회의를 개최합니다. 또 지난달 착공한 슬라이딩 센터를 비롯해 주요 경기장과 선수촌 예정지를 직접 둘러볼 계획입니다. 조정위원회 위원은 모두 12명인데 국제스키연맹 회장, 국제빙상연맹 회장, 국제아이스하키연맹 회장 같은 거물들이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단연 관심의 초점은 오타비오 친콴타 국제빙상연맹(ISU) 회장입니다. 최근 여러 현안과 관련해 세계 언론의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친콴타 회장은 이탈리아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20년 넘게 국제빙상연맹을 이끌고 있습니다. ISU의 '절대 권력자'일뿐만 아니라 IOC 위원으로서 국제스포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 방한하는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저는 2주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질문지를 이메일로 친콴타 회장에게 보냈습니다.

1. 친콴타 회장은 지난달 피겨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과 스피드스케이팅 최장거리 종목의 폐지와 같은 혁신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 취지가 무엇입니까?

2. 피겨 스케이팅의 채점 방법을 단순화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복안이 있습니까?

3.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한국)에게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아이스댄스 자동출전권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어떻게 실천할 계획입니까?

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 나온 김연아와 소트니코바의 판정과 관련해 한국인들은 강한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미 ISU에 심판 구성과 관련해 징계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친콴타 회장의 견해는 무엇이고 어떻게 처리할 것입니까?

이 네 가지 질문 외에 한 가지 더 하려다 지운 것이 있습니다. "최근 세계 유명 피겨 전문가들과 언론인들이 당신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 사퇴를 고려할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적었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이틀 뒤 친콴타 회장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개인 비서를 통해 저에게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평창조정위 일정이 너무 바쁘고 질문 내용 중에 비밀스런 부분이 있어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 평창조정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리는 5월1일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친콴타 회장은 공식 일정 없이 '자유 시간'을 갖습니다. 그는 조정위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SBS와 인터뷰는 10분이면 충분합니다. 또 제가 질문한 내용은 이미 모든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기 때문에 '비밀스런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현안에 대해 총책임자로서의 견해만 밝히면 됩니다. 제가 이런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다시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인터뷰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다시 확인한 것입니다.

국제빙상연맹은 지난 15일 김연아 판정 문제와 관련한 한국측의 이의 제기를 접수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접수한 지 3주안에 이 문제가 ISU에 결정권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결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시간이 대략 1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콴타 회장의 인터뷰 거부는 앞으로 '김연아 판정 논란'을 그가 어떻게 처리할 지 예단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친콴타 회장은 한 달 전 일본에서 "김연아 판정에 대해 비판하려면 증거를 제시하라"고 강변했습니다. 물증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은 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에서 아이스댄스와 페어 자동출전권을 줄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한국측의 반응을 넌지시 떠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친콴타 회장의 행태를 지켜본 저의 판단으로는 그는 누구보다 '노회'(老獪)한 사람입니다. '노회'는 노련하고 교활하다는 뜻입니다. 그가 국제빙상연맹 수장 자리에 버티고 있는 한 '김연아 판정 논란'은 결국 유야무야되고 '빼앗긴 금메달'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권종오 기자 kjo@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