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U, 아사다 앞세워 '김연아 지우기' 나섰나

데일리안 입력 2014. 3. 28. 11:19 수정 2014. 3. 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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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 아사다 마오가 27일 열린 세계피겨선수권 쇼트 프로그램에서 최고점을 받았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피겨퀸' 김연아(24)가 없는 세계선수권 무대는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아사다 마오(24·일본)의 천하였다.

아사다는 지난 27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 열린 '2013-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2.81점, 프로그램 구성점수(PCS) 35.85점을 더해 78.66점을 획득했다.

이날 아사다가 받은 점수는 2009년 4월 팀트로피 대회서 기록한 자신의 종전 개인 최고점(75.84점)보다 3점 가까이 높은 점수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세운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 점수(78.50점)를 0.16점 경신한 세계신기록이다.

아사다는 이날 가장 난이도 높은 첫 번째 수행과제인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뒤 이어진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실수 없이 마쳐 역대 최고점을 얻는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후 아사다는 "연기가 무척 좋았다. 사랑스러운 녹턴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며 "연습 때도 쇼트 프로그램을 연기할 때도 올림픽의 울분을 풀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프리에서도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 쇼트를 깨끗하게 했기 때문에 프리에서도 오늘처럼 생각을 비우고 지금까지 해온 것을 연기에 쏟아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사다의 놀라운 점수를 지켜보는 국내외 전문가들은 의구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쇼트 프로그램의 점수만을 두고 성급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른바 '점수 퍼주기' 내지 '점수 인플레'가 지난 달 소치동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아사다만 개인 최고점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1위 아사다를 비롯해 2위 캐롤리나 코스트너(77.24점), 3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74.54점), 4위 스즈키 아키코(71.02점), 5위 그레이시 골드(70.31점)에 이르기까지 5명의 선수 전원이 쇼트 프로그램에서 70점 이상의 점수를 얻어 개인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9일 열리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또 한 번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며 합계 점수에서도 세계신기록을 세울 수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쇼트 프로그램 5위권에 든 선수 전원이 200점대 합계 점수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을 전망이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세계선수권이나 동계올림픽에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점수가 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후하지도 않았음을 떠올릴 때, 소치 동계올림픽이나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점수는 정도를 지나친 인플레 현상으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ISU 차원의 어떤 의도가 깔려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ISU 오타비오 친콴타 회장이 "증거를 대라"고 한다면 어찌할 도리는 없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현재 세계선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수 인플레 현상에 대한 추측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우선 이 같은 점수 인플레 현상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불거진 '점수 퍼주기 논란'이 근거 없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특히,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 선수들에게 점수가 후했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와 리프니츠카야가 있다.

소트니코바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임에도 러시아빙상연맹의 석연치 않은 조치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고, 리프니츠카야는 이번 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74.54점을 받아 소치 동계올림픽 단체전 쇼트 프로그램에서 기록한 자신의 개인 최고점(72.90)을 1.46점 경신했다.

결국, ISU 심판진은 리프니츠카야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받은 점수가 결코 '퍼주기'의 결과가 아닌 합당한 채점에 의한 정당한 점수였다는 점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채점을 통해 재확인시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채점이라는 면에서 리프니츠카야의 덕을 봤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아사다가 홈 어드밴티지를 앞세워 쇼트 프로그램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것은 ISU가 세계 피겨 역사에서 김연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모종의 액션을 취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김연아는 현역 선수로서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세계선수권에서 두 차례 우승했다. 이 같은 기록은 ISU가 결코 지울 수 없는 기록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개별 종목에서 기록한 점수는 지워질 수 있다. 벌써 아사다에 의해 쇼트 프로그램 역대 최고점수가 지워졌다. 나머지 프리 스케이팅 역대 최고점과 쇼트-프리 합계 점수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게 되면 피겨 역사상 전무후무한 위대한 여자 싱글 스케이터라는 김연아의 이미지는 다소 흐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 측이 친콴타 회장의 거듭된 '문제없음'의 입장 표명에도 동계올림픽 판정 결과를 두고 ISU에 반기를 들고, 세계선수권 이후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심판진 구성과 심판 윤리 문제에 대해 제소를 예고, ISU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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