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자국 퍼주기', 김연아의 철옹성 무너뜨렸다

2014. 3. 2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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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삼국지의 등장인물 중 제갈공명의 천재성과 노련함에 평생 콤플렉스를 가졌던 이는 주유였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비범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주유에 언제나 몇 발자국 앞서있었다.

그 누구도 '영원한 2인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일본 피겨의 자존심인 아사다 마오(24)는 어린 시절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주니어 시절 그를 따라올 유망주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연아(24)가 등장하면서 아사다의 거친 행보는 제동이 걸린다.

두 선수의 통산 상대 전적은 10승6패로 김연아가 우위에 있다. 특히 2009년부터의 상대전적에서는 김연아가 7승1패로 앞서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마지막 승부는 지난달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진행됐다. 이 대회에서 김연아는 218.11점으로 은메달을 획득했고 아사다는 198.22점으로 6위에 그쳤다. 김연아를 넘어서겠다는 아사다의 목표는 끝내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김연아를 뛰어넘을 길이 열렸다. 아사다는 김연아가 4년 동안 보유하고 있었던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를 갈아치웠다. 27일 일본 사이타마아레나에서 열린 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아사다는 기술점수(TES) 42.81점 예술점수(PCS) 35.85점을 합친 78.66점을 받았다.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운 종전 최고 점수인 78.50을 돌파는 순간이었다. 아사다가 김연아를 뛰어넘은 점수는 불과 0.16점이다. 아사다는 홈 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선전했다. 한 달 전 소치올림픽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졌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림픽 때 받은 중압감을 털어냈는지 집중력이 돋보였다.

경기를 마친 그는 스포츠호치를 비롯한 일본 언론을 통해 "100점 연기였다. 소치올림픽 때의 아쉬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에서 고질적인 투 풋 랜딩(두 발 착지)을 피했다. 남은 점프인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루프+더블 루프도 성공시켰다. 특히 트리플 악셀에서는 1.86점의 높은 가산점(GOE)를 챙겼다. 아사다는 언제나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기초 점수를 들고 나온다. 이러한 의도대로 42.81점의 기술점수를 챙겼다. 또한 지난해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예술점수(PCS)의 재미도 톡톡히 봤다.

아사다가 올 시즌 가장 탁월한 쇼트 연기를 펼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김연아를 넘어선 0.16점의 점수가 자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열린 대회였다면 가능했느냐의 여부다.

실제로 아사다는 홈어드밴티지의 이점을 누구보다 많이 누렸던 선수다. 그는 시니어 데뷔 이후 19번의 국제대회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그 중 7번은 자국에서 열린 대회였다. 피겨 스케이팅 국제대회를 가장 많이 유치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아사다가 자국의 잦은 국제대회 개최 이득을 본 것은 사실이다.

또한 지난 2012~2013시즌부터 상위권 선수들의 평균 점수들이 대폭 오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올 시즌에도 두드러졌다. 이번 사이타마 세계선수권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5위권 안에 진입한 선수들은 모두 개인 최고 점수를 경신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200점을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의 점수가 평균적으로 폭등하면서 200점 돌파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자국 선수의 점수 폭등은 소치올림픽에서 정점에 도달했다. 또한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사다와 함께 출전한 스즈키 아키코(28)도 쇼트 개인 최고점인 71.02점으로 4위에 올랐다.

4년 전 김연아가 밴쿠버에서 세운 쇼트프로그램 점수 78.50점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았다. 4년 동안 이 점수에 근접한 이는 없었다. 그러나 아사다는 마침내 김연아의 벽을 허물며 최고 기록의 보유자가 됐다.

어느 스포츠에서도 '영원한 승자'는 없다. 김연아가 밴쿠버에서 받은 점수도 언젠가는 깨질 수 있다. 하지만 김연아는 '자국 선수 퍼주기'로 인해 올림픽 2연패를 아깝게 놓쳤다. 또한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 보유자의 자리에서도 내려오게 됐다.

김연아는 홈 어드밴티지의 특혜를 자주 누리지 못했다. 그가 시니어 데뷔 이후 유일하게 출전했던 자국 유치 국제대회는 2008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이었다. ISU를 지원하는 스폰서가 가장 많은 일본은 2년~3년 주기로 그랑프리 파이널과 4대륙선수권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2000년 이후 캐나다와 더불어 가장 많이 세계선수권을 3회 개최했다.

아사다는 현재 현역 선수 유지와 은퇴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선수 생활을 지속할 명분을 얻게 된다. 또한 아사다 이후로 정상급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 피겨계는 아사다를 붙잡을 가능성이 높다.

여러모로 '피겨 강대국'에 속한 선수들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28.56점을 받을 때 이 점수는 몇 십년 동안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소치올림픽에서 소트니코바는 224.59점을 받으며 김연아의 최고점에 3.97점 차로 따라붙었다. 아사다가 29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넘어지지 않을 경우 과연 몇 점을 받게 될까.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아사다 마오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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