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라운지] 김연아도 못받는 청룡장, 누구를 위한 기준강화인가

조회수 2014. 3. 14. 08: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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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 김연아(24)도 받지 못하는 체육훈장 청룡장, 과연 누구를 위한 훈장일까.

꾸준히 논란이 되어온 정부의 체육분야 서훈 규정 강화 사실이 알려지며 체육계는 물론 대중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 체육인 출신의 이에리사 의원이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체육훈장 수여 기준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가 올해부터 체육훈장 수여 기준을 크게 강화해 양궁이나 쇼트트랙 등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1등급 훈장을 받기 힘들게 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대회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체육인에게 수여하는 체육훈장은 청룡장(1등급), 맹호장(2등급), 거상장(3등급), 백마장(4등급), 기린장(5등급), 포장으로 나뉘는데, 이 훈장을 결정하는 점수가 큰 폭으로 향상될 예정이라는 것.

각 훈장은 훈격결정 점수에 따라 나뉘는데 정부는 올해부터 이 훈격결정 점수를 기존보다 상향조치할 예정이다. 1000점이 기준이던 청룡장은 1500점이 되고, 500점이 기준이던 맹호장은 700점이 된다. 거상장(300점→400점), 백마장(200점→300점), 기린장(150점→250점), 포장(50점→150점) 등 각 부문 점수가 대폭 상승하게 된다.

이 개정안 대로 훈장을 수여할 경우, 단순계산으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600점) 2개와 은메달(360점) 1개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이자 2014 소치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김연아도 청룡장을 받을 수 없는 이유다.

현재 기준으로 서훈점수가 1424점에 그치기 때문이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600점), 2014 소치동계올림픽 은메달(360점)을 합쳐 960점에 세계선수권대회 및 주니어선수권대회 메달을 모두 합친 점수다. 1등급인 청룡장을 받기위해 필요한 1500점에 76점이 부족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청룡장은 몇몇 메달 집중 종목을 제외하고는 쳐다보지도 못할 벽이 되어버렸다. 한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땀방울을 흘린 선수들이라도 4년에 한 번 있는 올림픽에서 최소 두 번의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청룡장은 오르지도 못할 나무가 된 셈이다. 김연아가 청룡장을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한국 스포츠의 이정표를 세운 선수 중 하나인 김연아조차 받지 못하는 청룡장을 과연 누가 받을 수 있겠냐'는 질문이다.

사실 훈장에 실효적 가치는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훈장에 주어지는 가장 값진 부상은 명예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운동선수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증거다. 그러나 체육인의 목소리를 무시한 훈장 수여 기준 강화로 인해 훈장은 체육인들에게서 더욱 멀어지게 됐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유지할 방침이다. 엘리트 체육보다는 생활체육과 장애인체육 등 일반인에 대한 포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책 방향을 어떻게 바꿀지, 생활체육과 장애인체육에 대한 포상지원을 어떻게 늘릴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장애인체육이 균등한 발전을 이루어야한다는 이야기는 원론적으로 흠결이 없다. 그러나 자칫하다가는 보상 없이 희생만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 아직도 국제대회를 앞두고 '금메달 몇 개'를 목표로 부르짖는 상황에서,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원론적인 훈장 수여 기준 강화가 어떤 효력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OSEN=김희선 기자 costbal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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