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입도 '벙긋' 못한 선수단..선수가 물로 보이나?

권종오 기자 2014. 2. 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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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인사들 격려사만 잔뜩.. 곧바로 이어진 동계체전 일정도 논란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 하루 전인 지난 2월22일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한국선수단의 밤'행사가 열렸습니다. 소치를 방문 중이던 정홍원 국무총리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몇몇 의원들이 참석했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격려사가 길어지자 한 의원은 "스탠딩 연설은 짧을수록 좋은데..." 라며 중얼거렸다. 쌀쌀한 날씨 속에 서서 연설을 듣고 있던 우리 선수단도 지루해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민주당의 모 의원이 연단으로 나가 건배사를 했습니다.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음에는 새누리당의 모 의원이 또 건배사를 했습니다. 의원들의 건배사도 짧지 않았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이상화, 박승희, 심석희 등 금메달리스트와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에 빛나는 이규혁 선수가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단 1초도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선수단의 밤'인지 '정치인의 밤'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2월25일 자랑스런 한국선수단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개선했습니다. 해단식 및 귀국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대한체육회장, 한국선수단장, 태릉선수촌장이 연단에 나와 축사, 식사, 답사, 성적보고를 했습니다. 정작 선수 기자회견 시간은 10분에 불과했습니다.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빙속여제' 이상화와 이규혁 선수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앉아만 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전국 동계체전 일정입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선전한 우리 여자컬링 대표팀은 지난 2월 22일 귀국했습니다. 귀국한 바로 그 다음날에 경북 의성에서 열린 전국 동계체전에 경기도청 대표로 출전해 준준결승과 준결승을 치렀습니다. 2월24일에 벌어진 결승에서는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 누적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북도청에 졌습니다.

이상화 선수는 대회 출전은 물론 다른 일정까지 겹쳐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2월 25일 귀국행사를 마친 이상화는 27일 전국 동계체전 여자 500m에 출전한 뒤 서울시가 주최하는 환영행사에 참가해야 합니다. 그 다음날인 28일에 다시 1,000m에 나간 뒤 바로 대한체육회 시상식에 참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3월1일에는 팀추월에 출전합니다.

'한국선수단의 밤', '한국 선수단 귀국 기자회견'과 전국 동계체전 일정에서 선수를 배려하는 마음은 거의 읽을 수 없습니다. 이제 4년 뒤면 우리가 동계올림픽의 주인이 됩니다. 평창올림픽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숙박, 교통, 경기장 시설, 대회 운영에서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그때까지 빙상, 설상, 썰매 종목 경기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런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의 스포츠문화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그 첫 단추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선수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그 시작은 지금부터 당장 해야 합니다.

▶ [관련 영상 보기] 선수단 해단식, 누구를 위한 자리였나?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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