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안현수와 러시아팀 응원하는 사태? 왜?

2014. 2. 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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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달영의 LAW & S] 스포츠단체 개혁방안 ① 선수등록규정 지원서·이적동의서 없애야

[미디어오늘 장달영 법무법인 에어펙스 파트너 변호사]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국민들이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김재열, 이하 '빙상연맹')을 질타하고 비난한다. 러시아 국적의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의 귀화 문제가 더해지면서 빙상연맹 등 우리 엘리트스포츠계의 파벌주의와 줄세우기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 차원의 문제일 뿐 원인적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앞으로 연재의 형식으로 엘리트스포츠 단체를 둘러싼 문제의 근본적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원인과 대책의 공론화를 통하여 바람직한 개선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 경기에 참가한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에 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적의 '빅토르 안' 선수와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이 경기에서 맞붙을 때 '빅토르 안'의 승리를 기원하고 그를 응원한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남자농구 미국과 당시 소련의 준결승전에서 우리 관중들이 '동맹국'인 미국대표팀 보다 '적대국'인 소련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한 사건(?)이 생각난다. 이러한 상황들이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 안현수 선수 ⓒ 노컷뉴스

아무튼 빙상연맹에 대한 불만 또는 곱지 않은 시선과 우리 선수들의 부진이 빙상연맹과 관련한 문제의 희생자로 알려진 '빅토르 안'과 그의 선전이 대비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여진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상황에 이르렀다. 온 국민들이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사안에 대하여 대통령이 이를 지적하는 것에서 엘리트스포츠계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엘리트스포츠계의 '끌어주고 밀어주는' 인적관계 존재는 현실

빙상연맹을 비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빙상연맹 집행부 및 일부 인사들의 선수선발과 관리에 있어서의 '제 식구 감싸기'를 지적한다. '빅토르 안' 선수가 러시아 귀화를 결심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이러한 파벌주의가 진저리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14일자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빙상계 원로들은 "연맹 집행부에 특정 인물이 제왕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개탄했다. 아무개 코치는 "아무개 씨는 비한체대파까지 포섭해 독재자처럼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능력과 상관없이 그에게 잘 보이면 미래가 보장되고 반대로 한 번 밉보이면 선수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빙상연맹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위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빙상연맹은 2010년 '짬짜미 파문' 이후 파벌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쇼트트랙 아무개 코치는 "난 단국대 출신 비한체대 쪽이지만 중간 입장에서 봤을 때 연맹에만 잘못을 묻기 어렵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는 빙상연맹과 불화도 있었지만 부상 여파도 있었다"며 세대교체가 되면서 파벌 문제는 많이 사라졌고 젊은 지도자들 사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현실은 어떨까? 빙상계를 포함한 우리 엘리트스포츠계에서 이른바 '파벌' 여부를 떠나 학생선수의 상급학교 진학과 실업팀 취업에 있어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인적 관계의 존재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와 함께 빙상연맹 등의 엘리트스포츠 단체 집행부를 구성하는 인사들과 가까운 지도자들이 그렇지 못한 지도자들보다 선수 지원과 관리 측면에서 그들로부터 뭔가 혜택을 받는 것을 부인할 순 없다. 그러한 구조 하에서 이른바 '권력'이 생기는 것이다. 선수와 선수의 부모들도 그러한 권력구조 하에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인맥을 잡고 그들의 편에 서는 것이 진학과 취업에 있어서, 은퇴 후 지도자 생활에 있어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들에 다가서 자연스럽게 그들끼리의 결속이 생기는 것이다.

파벌이라는 부산물을 낳는 지원서‧이적동의서 제도 개선해야

그러한 선수 선발과 관리에 있어서 단체 및 지도자의 '권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한체육회 및 가맹경기단체의 선수등록 규정상 '지원서' 및 '이적동의서' 제도이다. 대한체육회 선수등록 규정은 고등학교 또는 대학 졸업 예정자(졸업자 포함)로서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실업팀에 취업해 선수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지원서와 소속학교장의 추천서를 대학교‧실업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원서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대한체육회로부터 선수 1인당 1매로 한정하여 발급한다. 한편 선수가 전학 또는 이적하는 경우에 전 소속단체장의 이적동의서를 발급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선수등록 변경일로부터 학교급 및 소속팀을 달리한 기간을 포함해 최소 만 2년 동안 선수활동의 제한을 받는다.

이러한 지원서, 이적동의서의 발급 및 관리는 사실상 지도자의 의사에 달려 있다. 따라서 지원서‧이적동의서 제도는 선수와 부모의 지도자 종속을 가져오고, 지도자와 지도자, 지도자와 단체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형성케 한다. 현재의 학생선수 상급학교 진학과 관련한 체육특기자 제도, 우리 엘리트스포츠의 수요자(팀) 위주의 선수시장의 불균형과 사실상 지도자들끼리의 사전 담합에 의해 선수 선발이 이루어지는 구조적 환경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형성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선수와 부모는 인맥관계에서 벗어나면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장래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제도적 환경에서 선수와 부모가 단체, 지도자에 반기를 들거나 그들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김연아, 이상화 선수 정도의 레벨이 아니라면 언감생심이다.

안현수 선수. 빅토르 안. 사진=KBS 동영상 캡쳐.

과거 정부의 국가 주도 엘리트스포츠 및 국제대회 성적 지상주의 정책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지원서와 이적동의서 제도에 대해 이제 변화된 스포츠 정책 환경에서 폐지 내지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에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노력으로 대학입시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지원서 등의 서류를 일절 인정하지 않고 선수 선발을 공정하게 처리하는 제도개선안이 마련됐다. 일부 대학에선 이를 실현하고 있으나 일부의 반대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원서‧이적 동의서 제도의 개선이 없다면 입시비리 문제와 함께 엘리트스포츠계의 인맥‧'제식구 감싸기'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빙상연맹의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빅토르 안'이 선수로 또는 지도자로 나서는 러시아 대표팀과 우리 한국팀이 맞붙는 경기에서 우리 관중들이 러시아팀을 응원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그 장면이 세계에 방송될 것이다.

< 필/자/소/개 >필자는 중학교 시절까지 운동선수였는데 운이 좋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그런 바람을 칼럼에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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