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올림픽 2연패 하기까지..'여제는 독했다'

소치|김세훈 기자 2014. 2. 1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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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금까지 세월을 '눈물'이 키웠다면, 그 다음 4년 뒤 금메달은 근성과 자존심이 만들어냈다.

이상화(25·서울시청)는 서울 은석초교 1학년 때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2학년때 벌써 5학년 언니들을 다 이겼다. 하지만 3학년때 외환위기로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운동을 그만둬야 했다. 부모는 딸의 열정을 피아노로 풀어주고 싶었지만 피아노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피아노 대신 전자오르간을 열심히 두드린 이상화는 그해 가을 교내 음악 콩쿠르에서 1등을 했다.

피아노가 얼음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3학년 겨울, 이상화는 아버지 이우근씨(57)가 기분이 좋을 때면 '다시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며 울며 졸랐다. 이상화는 4학년때 다시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스케이팅은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었다. 고교 교직원이었던 아버지의 월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먼저 스케이트를 탄 오빠는 중학교에 올라가며 동생을 위해 얼음을 떠났다. 엄마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훈련 나가는 상화의 도시락을 싼 뒤 하루종일 티셔츠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매일 뛰어야 하는 둘째딸의 운동화는 자꾸만 구멍이 뚫렸다. 아빠는 실리콘을 녹여 구멍을 메우고 또 메웠다. 이상화는 그 운동화를 창피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시절 얘기를 하면서 웃는 날이 있겠지? 엄마?"라며 엄마를 위로했다고 어머니 김인순씨(54)는 기억했다.

눈물을 이겨내는 열정과 근성이 이상화를 얼음 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빙속여제'로 만들었다.

단거리 선수는 하체를 굵게 만들어야 했다. 허벅지 힘으로 얼음을 밀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상화도 여느 소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어머니 김씨는 "보통 여자애들처럼 몸 꾸미는 것도 좋아했다"고 했다. 친구들이 몸에 착 달라붙는 스키니진을 입을 때, 이상화는 웬만한 여성의 허리굵기에 가까운 허벅지를 만들기 위해 바벨을 등에 지고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스쿼트 운동을 반복했다. 이상화는 되려 "허벅지가 이 정도는 돼야 단거리 선수로 나가지. 몸매 신경쓰면 운동 못한다"며 안쓰러워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달랬다.

지독하기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중 2때 연습을 하다가 스케이트 날에 종아리 뒤쪽을 찍혀 여러 바늘을 꿰매야 했다. 한·일교환경기가 코앞이었다. 코치는 출전을 말렸지만 이상화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이상화는 결국 일본으로 건너갔고, 경기 도중 실밥이 터지면서도 끝까지 스케이트를 탔다.

근성과 끈기는 일찌감치 결실을 만들었다. 이상화는 휘경여고 1학년인 2004년 겨울부터 태극마크를 달았고 국제무대에서 빛 나기 시작했다.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는 5위에 머물렀지만 월드컵시리즈 500m에서 줄곧 1·2위를 다퉜고, 2008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부상 중이었음에도 은메달을 따냈다. 결국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4년간 이상화는 특유의 근성과 최고를 지키기 위한 자존심으로 버텼다. 여전히 170㎏ 짜리 바벨을 들었고, 타이어를 매달고 달리는 자전거 훈련을 쉬지 않았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송주호 박사는 "지난해 이상화는 한여름 무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쉼 없이 자전거를 달렸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지던 훈련 소리가 문득 끊어져 고개를 3층 연구실 창밖으로 내밀면 탈진한 듯 쓰러진 이상화가 내려다보이곤 했다"고 말했다.

무릎 통증도 이상화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연거푸 세계신기록을 4차례나 갈아치우면서 최고의 선수임을 모두에게 확인시켜줬다.

4년전 이상화는 시상대 맨 위에서 눈물을 흘렸다. 앞선 고된 시간들의 기억과 이를 이겨낸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4년 뒤 이상화는 같은 자리에 다시 한 번 맨 윗자리에 올랐다. 이번에는 눈물 대신 '여제' 다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였다.

<소치|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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