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칼럼] 399억짜리 손흥민에겐 맹활약이 기본

입력 2015. 8. 30. 13:53 수정 2015. 8. 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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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가끔 후배들의 이직 상담을 한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지금 옮기려는 회사의 다음을 생각하라고. 그 회사가 '최후(또는 꿈)의 직장'이 아니라면, 당연히 꿈에 다가서는 데 도움이 되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판단되면, 이직을 권한다.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했다. 이적료 2,200만 파운드다. 한국 돈으로 약 399억 원에 달한다. 계약기간이 2020년까지 넉넉하다. 이 정도면 돈 많은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굵직한' 거래에 속한다. 토트넘 역대 지급 이적료 3위에 해당한다. 역대 1위인 에릭 라멜라가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니 손흥민이 가장 비싼 선수가 될 확률이 높다.

# 플레이스타일에 어울리는 팀컬러

먼저 토트넘을 보자. 이영표가 활약하던 시절, 나는 화이트 하트 레인의 거의 모든 홈 경기를 현장 취재했다. 두 가지를 느꼈다. 정말 재미있는 축구, 그리고 너무 순진한 축구였다. 물불 안 가리고 냅다 뛰는 느낌이다. 소위 '닥공'이다. '순진한' 이유는 실점이 많기 때문이다. 가레스 베일의 대폭발 시즌을 제외하곤 토트넘은 대개 근접 순위 팀에 비해 골득실 차이가 작다. 골을 넣는 만큼 많이 먹기도 한다.

그런 팀컬러는 손흥민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팀을 찾는 요령을 지닌 것 같다. 2013년 이적한 바이어 레버쿠젠도 당시 빠른 역습 중심 스타일을 구사했다. 새로 부임한 로저 슈미트 감독은 극도의 공격 신봉자다. 이른바 '치달(치고 달리다)'이 장점인 손흥민에겐 안성맞춤이었다. 토트넘도 마찬가지다. 가레스 베일의 이적 이후 직선적 스타일이 곡선으로 바뀐 느낌이 없지 않지만, 전반적인 팀컬러와 손흥민의 플레이스타일은 잘 어울린다.

가장 큰 장애물은 책임감이다. 손흥민은 현 스쿼드에서 몸값이 가장 비싸다. 활약이 당연하다. 비싼 선수에겐 '허니문'이 짧다. 영국 언론은 매우 조급하다. 아니다 싶으면 물어뜯어 '상어떼'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 정도면 잘한다'가 아니라 손흥민은 제일 잘해야 한다. 팀 성적도 책임져야 한다. 라멜라와 로베르토 솔다도의 런던살이가 어떻게 끝났는지를 생각해보라. 너무 가혹하게 들리는가?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은 그 역할을 해냈다. 골을 넣었다. 관중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토트넘에서도 그래야 한다.

손흥민은 좌우 측면과 스트라이커로 뛸 수 있다. 현재 토트넘의 측면에는 안드로스 타운젠드(부상 중)와 나세르 차들리가 선다. 최전방에는 붙박이 주전 해리 케인이 있다. 사이도 베라히노의 영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손흥민은 이 3명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타운젠드는 복귀해도 경기력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 케인도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다. 지금 당장은 주전 경쟁이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

# 공격적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뚜렷한 개인 성적을 남겨야 할 이유가 또 있다. 토트넘의 구단 운영 방침 및 자금 경쟁력이다. 2000년대 들어 토트넘은 셀링클럽이란 오명을 안고 산다. 마이클 캐릭,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루카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 로비 킨(복귀하긴 했지만)까지 토트넘은 간판스타를 빅클럽에 꾸준히 팔아왔다. 대니얼 리비 회장은 "도둑맞았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클럽-선수 간 고용계약서는 도둑이 숨어들 만큼 허술하지 않다. 팔았으니 떠난 것이다.

토트넘의 매출 규모는 프리미어리그 6위권이다. 2013-14시즌 기준 1억8천5십만 파운드(약 3,269억 원)를 기록했다. 딜로이트 발표 자료에 따르면, 토트넘의 매출 분포는 TV중계권이 53%, 경기일 매출 24%, 그리고 마케팅 수입이 23%다. 절반이 넘는 TV중계권 수입은 그 외 비즈니스 부문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TV중계권 수입 매출 비율은 31%밖에 되지 않는다.

2016-17시즌 예정된 TV중계권 수입 70% 증가는 토트넘뿐 아니라 리그 공통이다. 토트넘은 분데스리가 스타를 쉽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자국 내 빅클럽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수입 증가원인 UEFA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이 지금 이상 높아지기 어렵다. 설상가상 토트넘은 2018년 개장 목표로 새 구장을 건설 중이다. 즉, 손흥민의 계약 만료인 2020년까지 토트넘은 '쩐의 경쟁'이 불가능하다.

손흥민이 스쿼드 강화의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손흥민 본인이 잘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가레스 베일처럼 팀 전체를 높일 만큼 대폭발해주면 손흥민과 토트넘 모두를 위해 최상 시나리오다. 그러나 손흥민의 영향력이 그 수준이 아니라면, 확실한 실적을 남겨 더 큰물로 옮겨갈 계기를 토트넘에서 만들어야 한다. 손흥민 본인을 위해서라도 그것이 목표 하한선이 되어야 한다.

# 첫 인상부터 강하게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데뷔는 9월 중순 이후가 예상된다. 영국 내무부의 노동허가(워크퍼밋) 발급, 영국대사관의 취업비자 발급 절차 때문이다. 이적료가 비싸서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 단, 한국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손흥민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9월 3일 라오스전, 8일 레바논전)에 소집되어 31일 아침 귀국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와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 감독은 손흥민의 비자 업무를 배려해 9월 8일 레바논 원정에서 그를 제외했다.

토트넘의 다음 경기는 9월 13일 선덜랜드 원정이다. 장거리 이동, 팀전술 적응 등을 고려하면 이 경기에서도 손흥민의 데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행히 주중인 17일 UEFA유로파리그 경기와 20일 크리스털 팰리스 경기가 잡혀있다.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는 일주일간 3경기를 치러야 하니 로테이션이 불가피해진다.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데뷔는 17일 또는 20일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토트넘은 지금까지 베일 이적 후유증을 앓는다. 8,500만 파운드의 재투자가 줄줄이 실패했다. 토트넘과 팬들은 새 희망을 보고 싶어한다. 2015-16시즌 그들의 기대는 손흥민에게 쏠린다. 토트넘 선배 이영표의 말을 인용하자. 399억 원짜리 공격수가 프리미어리그에 간 목적은 경험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다. 토트넘과 함께, 혹은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손흥민이 그렇게 해주길 응원한다.

*사족: 29일 여의도공원에서 개최된 '나이키컵'에서 토트넘 선배 이영표와 만났다. 손흥민에게 조언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클럽하우스에 빨간 옷 절대로 입고 가지 마라. 토트넘은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산타클로스 옷도 남색이다.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글=홍재민,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토트넘 홋스퍼 홍보팀, < 스카이스포츠 > 소개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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