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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의 안느의 일기] 지금은 나를 응원해 줄 필요 없다

조회수 2015. 7. 28. 13: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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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을 사서 입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하물며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유니폼을 입는 그 묘한 기분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는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받아 들었을 때 기분이 그러했다. 이 태극마크를 달려고 내가 그렇게 노력했구나 하는 생각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그때 첫 국가대표 유니폼을 받아들고는 곧장 화장실로 가서 크게 소리 지르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청춘FC 선수들에게 첫 유니폼을 전달해줬을 때의 표정을 보면서 나도 잠시 지난 생각이 났다. 남자들뿐이라 서로 표현은 안 해도 계속 유니폼을 보며 옷을 만지작거리거나, 입었다 벗었다 하는 모습을 보니 그 마음이 참 이해가 갔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제 어느 정도 꿈을 찾아가는 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기 때문에, 선수들의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최대한 빨리 끌어낼 수 있도록 오늘도 가혹하게 훈련에 매진한다.

부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선수들에게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은 '부상'이다.

프로구단에 있을 때는 전담 메디컬 팀도 있었고, 시스템적으로도 재활에 매진할 수 있게끔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부상을 당했을 때도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학생 때는 학교에 그런 사람들이나 시스템이 없어서 혼자 알아서 해결했어야만 했다. 용하다는 한의원에 찾아가서 침을 맞거나, 극복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기도 했다. 부상을 당했을 때 재활치료만 잘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재활치료는 정신적인 회복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자가 치료가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가 치료라고 해서 혼자 재활훈련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운동을 하면서 다쳤든, 어떤 일이 생기든 간에 스스로가 이겨내고 회복하려하는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축구는 몸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 몸이 재산이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아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하나하나 천천히 알려주고 있다. 만약에 훈련을 하다 무릎을 부상당했다면, 어떻게 치료를 하면서 재활을 하고 회복을 하느냐 하는 이런 세밀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는데, 다행이 의욕이 충만한 녀석들이라 제대로 따라와 주고 있는 것 같다.

축구는 인생이다.

나도 청춘FC 선수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가끔 내 과거를 돌이켜보기도 하는데, 빵하고 우유를 먹기 위해 축구를 시작했던 어릴 적 모습부터 축구화가 없어서 빌려 신고, 얻어 신고했던 어려운 시절까지 생각이 난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다. 운동을 하다보면 자존심이야 상할 수 있다. 하지만 끝없는 경쟁과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버텨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축구에서 배우는 것은 단순히 축구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축구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이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하는데, 혼자 이러한 것조차 이겨내지 못하면 훗날 사회에 나가서도 무슨 일이든 이겨내기 힘들 것이다. 축구도 인생도 똑같다. 포기하면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힘들다. 우리 선수들은 이미 한 번의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잘 알고 있고, 더 현실적인 상황에 놓여 졌기 때문에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더 노력하라고 채찍질 중이다. 재능이 있어도 노력이 없으면 빛을 발하지 못하니까. 행운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한테 주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은 부상이든 주변의 환경 때문이든 작은 상처가 결과적으로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했고, 불안감은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는 건 아마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격려와 응원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안다.

나는 행운아였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으로 삼는다던 국가대표도 했고, 월드컵도 출전했고, 골도 넣었다. 그러니 지금은 나를 응원해 줄 필요는 없다. 나는 이미 선수 생활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러니 청춘FC 선수들을 더 많이, 꾸준히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이 프로젝트가 우리들만의 일로 끝나버리지 않게. 모두에게 후회로 남는 기억이 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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