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jury Time-전북이 걷고 있는 '옳은 길'

조회수 2014. 10. 31. 1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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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상·하위 스플릿 시스템 돌입을 앞둔 지금 2014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팀은 전북 현대다. 전북은 33라운드를 소화하며 승점 68점(20승 8무 5패)을 획득했다. 2위 수원 삼성(승점 58점, 16승 10무 7패)에는 승점 10점 앞서 있다. 그룹 A(상위 스플릿)에서 5경기를 치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북에 자력 우승을 위한 필요 승점은 최대 6점이다. 그것도 2위 수원이 전승을 했을 때 얘기다. 수원이 비기거나 패하는 경기가 생길수록 우승에 필요한 승점은 줄어든다.

이는 남은 경기에서 전북이 1위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더라도 수원의 경기 결과에 따라 우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전북이 그룹 A에서 치르는 초반 두 경기에서 승점을 하나도 얻지 못하더라도 수원이 2연패하면 자동으로 우승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승점 55점(16승 7무 10패)을 기록하며 3위에 올라 있는 포항 스틸러스 행보도 살펴야 하나, 포항이 우승하기 위해서는 5경기를 모두 이기고 전북이 최대 1무 4패에 그쳐야 하기에 현실성 없는 얘기다. 그만큼 전북은 지금 우승이란 고지 점령에 유리하다.

그러나 전북이 그룹 A에서 치르게 될 5경기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곤란하다. 흔히들 말하는 당당한 우승, 혹은 빠른 우승 결정을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이 걷고 있는 길이라 함은 '건전한 투자'와 '그 투자가 빚은 결실'로 만든 팀의 강력한 힘이다. 그래서 전북은 더 강력한 모습으로 우승해야 한다. 그래야 차갑게 식은는 우리 프로축구 전체를 다시 뜨겁게 만들 수 있다. 이건 전북이 짊어져야 할 사명과 같은 것이다.

건강한 투자, 그리고 그 투자가 빚을 결실의 힘

최근 수년 동안 K리그엔 찬바람이 불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경제가 나빠지면서 시작된 찬바람이다. 경기가 안 좋아지자 시민 구단은 물론 기업 구단들까지 허리띠를 바짝 조였다. 가장 대표적 예가 수원 삼성이다. 수원은 모 기업의 지원이 대폭 줄면서 지갑의 거의 닫고 있다. 올해에는 모 기업이 '삼성'에서 '제일모직'으로 넘어가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포항 스틸러스도 못잖다. 아니 더하다. 포항은 벌써 두 시즌 째 단 한 명의 외국인 선수도 쓰지 못하고 있다. 유스 시스템에서 올라 온 어린 재능들의 활약으로 분전하고 있으나, 문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 용을 쓰는 실정이다.

K리그 클래식의 큰 손 수원과 명가 포항의 지갑을 닫게 할 정도였으니 다른 클럽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FC 서울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주축 선수를 세 명이나 떠나보냈지만 이렇다 할 영입을 하지 못했다. 역대 최고 외국인 공격수로 평가받는 데얀, 수비 전 지역에서 살림꾼 구실을 하던 아디, K리그 클래식 최고 수준 중앙 미드필더 하대성까지 모두 보내야 했다. 부산 아이파크도 팀 중추 구실을 하던 박종우를 비롯해 다수의 선수가 떠났으나 보강은 시원찮았고, 심지어 성남 FC는 모 기업 일화가 아예 손을 떼는 바람에 시민 구단으로 다시 태어나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앞장 선 정책까지 더해졌다. 바로 '연봉 공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4월 선수 연봉 공개를 실시했다. 지난해 한 연봉 공개에 이어 두 번째다. 모든 선수들의 연봉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주요 선수들과 구단 별 평균 연봉이 공개되면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재정 투명성을 위한 첫걸음이다"라며 2년 연속 연봉 공개란 강수를 던졌으나 현장 반응은 싸늘했다. 그렇지 않아도 식어 있는 시장에 찬물까지 부은 격이라며 반발하는 구단이 많았다. 연봉 공개는 우리 프로축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에 대한 '회의'를 갖게 만들었고, 이는 그렇지 않아도 나쁜 경제 여건 속에 있는 기업들의 투자를 더 가로막았다. 스타급 K리거들의 해외 이적 러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대기업을 등에 업은 수원이나 포항마저도 긴축 재정에 시달리고 있을 때 전혀 다른 길을 걸은 팀이 하나 있다. 바로 전북이다. 전북은 모두가 지갑을 닫았어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09년 이동국과 김상식 등을 영입하며 '명문 구단' 도약을 선언한 전북은 이후 꾸준히 선수를 사고팔면서 K리그 클래식 강호로 군림했다. 덕분에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를 제패한 2009시즌부터 늘 강력한 우승 후보였으며 그에 상응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올 시즌에는 그런 행보가 더 도드라졌다. 전북은 올해도 예년처럼 많은 선수를 사고 또 팔며 팀을 리빌딩했는데, 이런 적극적 움직임이 소극적이던 다른 구단들에 비해 더 튀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전북은 다른 구단, 팬들로부터 시기와 질투가 섞인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물론 필요 이상의 과도한 투자는 금물이다. 디플레이션으로 무너지는 가게보단 인플레이션을 문 닫는 가게가 재기할 확률이 낮은 까닭에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두려워 아예 투자 자체가 경색되는 것은 더 위험하다. 이곳은 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판이 아닌 프로축구 판이다. 프로축구에서의 디플레이션이란 단순히 인플레이션에서 떨어진다는 경제적 가치만 품고 있지 않다. 한 나라의 프로축구가 바로 서고 살찌기 위해서는 사람과 인프라는 물론이고 그 외에도 수많은 것의 성장과 발전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투자가 축소되고 시장 가치가 떨어지면 선수들 몸값을 포함해 모든 인프라도 함께 무너진다. 그랬을 때 이 많은 것을 다시 원상 복귀 시키기란 단순히 투자를 늘리고 화폐 가치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무너진 공든 탑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전북은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건강한 투자와 그로 인한 전력 강화, 그리고 결실을 맺는 선순환 구조가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건강한 인플레이션이다. 비록 지금 K리그 클래식이란 시장 전체가 지속적으로 디플레이션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전북은 지금을 견뎌 건강하면서도 강한 팀으로 남을 생각이다. 아울러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생각이다. 전북이 그럴 수 있으려면 올 시즌 압도적으로 적들을 제압해야 한다. 비록 201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2014 하나은행 FA컵에서는 그 결실을 맺지 못했으나 K리그 클래식에서만큼은 그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게 곧 모두에게 올바른 프로의 생리를 알리는 길이다.

올 시즌 최강희 전북 감독은 "우리나라에서는 맨체스터 시티나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팀이 탄생할 수 없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더해 이런 현상이 더 길게 이어지면 우리 프로축구가 세계는커녕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투자를 부추겨도 모자랄 판에 축소하라고만 하니 프로다운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최 감독과 전북은 다음 시즌에도, 그리고 또 다음 시즌에도 건강한 투자와 거기에서 생기는 강력한 힘을 계속 발휘할 참이다. 비록 지금은 대부분이 그럴 수 없어 계속 눈칫밥을 먹고 있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건강한 투자와 거기서 얻는 결실의 뿌듯함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서다. 부디 전북이 지금 걷고 있는 이 '옳은 길'을 계속 걷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옳은 길의 옳음의 꼭 증명하길 바라는 바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사진=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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