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월드컵 만큼 뜨거웠던 FA컵, 그리고 차두리의 착한 손

조회수 2014. 7. 17. 09: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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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경의 포토카툰] 월드컵 만큼 뜨거웠던 FA컵, 그리고 차두리의 착한 손

거짓말 조금 보태 월드컵 만큼 재밌는 경기였다. 2014년 FA컵 16강전에서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다. 주인공은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 다소 지루한 전반전을 보내고 후반 10분 김형일의 선제골이 터질 때만 해도 1-0으로 경기가 끝날 것만 같았다.

바쁜 쪽은 서울인데 볼을 소유하는 시간은 포항 쪽이 더 많았으니 뒤에 이런 반전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포항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는 종료 직전 서울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원점이 됐다.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는 후반 45분부터가 진짜였다.

'내꺼 인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볼~♪'

피말리는 접전이 펼쳐지던 연장 후반 8분...

'뭔데, 우리 이긴나ㅋ'

드디어 승부가 갈리나 싶었다. 그러나 거기도 끝이 아니었다.

포항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고 연장 종료 직전 기막힌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경기는 뒤집고, 뒤집히고, 또 다시 뒤집어져 결국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FA컵 16강전이었는데, 끝날 때는 마치 월드컵 16강전을 보는 듯 가슴이 뜨거워졌다.

승부차기 끝에 서울이 승리했지만 '서울의 승리' 또는 '포항의 패배'가 아닌 '그들의 열정'으로 함축되는 경기였다. 뻔하게 끝날 뻔 했던 경기가 그들의 열정 덕분에 한 편의 영화처럼 멋지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더 멋진 장면도 있었다.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 강승조가 골을 성공시키면서 서울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다른 모든 FC 서울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는 동안 붉은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는 동료들과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차두리였다.

속상해 하는 후배들이 마음에 걸렸는지 기뻐할 틈도 없이 위로부터 건네는 '착한 손' 차두리였다.

후배에게는 선배다운 따뜻한 위로를, 선배에게는 후배다운 깍듯한 예우를 갖추던 차두리였다.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경기는 뜨거웠고, 마무리는 훈훈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이었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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