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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의 일기] 나의 포지션이 공격수로 결정되었던 이유

조회수 2015. 8. 4. 13: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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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포지션이 공격수로 결정되었던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달리기가 빨라서. 그 당시 감독님께서 "정환이 너는 달리기가 빠르니 공격수를 해라."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지만 나는 공격수가 나의 사명인 것처럼 경기장을 뛰어 다녔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달리기만 빨라서는 제대로 된 공격수가 될 수 없다.

한 번의 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고, 그만큼 많은 예측을 해야 하며,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경기를 보면 생각을 하지 않고 운동장만 뛰어 다시는 선수들이 간간이 보인다. 몸으로만 공격을 하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굉장히 안타깝다.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빠르게 판단해 결정을 내리는 게 간단해 보이면서도 간단하지 않다는 건 축구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고, 아직까지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한 번의 공격 포인트를 잡기 위해서 10가지 이상의 경우의 수를 예측한다고 한다. 아직 우리 선수들에게 이러한 것까지 기대를 한다거나 요구를 하는 것은 이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경험을 쌓고 훈련을 통해 몸으로 익히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진출처 : KBS 영상제작국 김태현]

청춘이니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의 번호 '19'

선수들 모두 '나와 맞는 번호'라는 것이 있다.

우리끼리는 번호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도 말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19번을 달았을 때가 가장 행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 아무래도 골도 더 많이 넣었던 것 같고, 컨디션도 좋았고, 운동도 더 순조롭게 진행됐었다.

[사진출처 : KBS 영상제작국 김태현]

그래서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굉장히 중요하다.

대게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숫자로 등번호가 매겨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등번호는 선수들의 포지션, 신체적 능력, 영향력, 스타일, 축구 철학 등 많은 것을 기반으로 정해진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 선수의 이미지와 이 등번호가 잘 맞겠구나.' 하는 느낌이란 게 있다는 것이다. 숫자와 사람이 매치되는 것은 스포츠밖에 없다.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해도 등번호로 그 선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나만의 번호'라는 것은 나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청춘FC선수들에게 등번호를 나눠줬을 때의 그 기분은 내가 선수시절에 등번호를 받았던 기분과는 조금 달랐다. 이 번호가 선수와 바로 직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남다른 책임감이 생겼다. 그래서 좀 더 심사숙고하게 선수들의 번호를 결정했다. 다들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내게 등번호로 불만을 표출한 선수들이 없는걸 보면 어느 정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가족의 힘

축구를 하면서 힘들었을 때도 분명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가족의 힘으로 버텼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있을 때 아무 대가없이 나를 지켜줬던 것은 분명 가족이었다. 그래서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안다. 존재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한번 그렇게 이겨내고 나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용기가 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선수들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가족 같은 존재로 엮어주고 있다. 별다른 건 아니다. 좋은 일, 슬픈 일, 기쁜 일 등을 모두 함께 나누고, 얘기하고, 장난도 친다. 훈련하는 동안 서로에게 의지하며 도움을 받는 것이 개인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주고 싶다.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 선수들은 꽤 많이 발전했다.

체력적으로도 감각적으로도 많이 달라졌다. 이 모든 것들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보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이겨내기 힘들었던 상황을 함께 달려가는 청춘FC라는 가족들과 함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감독인 나 또한 그러한 존재로 선수들 옆에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 KBS 영상제작국 김태현]

축구란 뭘까?

대체 무엇이 길래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할까?

한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답을 내릴 순 없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단 한 번도 똑같은 장면이 없다. 언제나 새롭고 기대를 하게 만드는 변화무쌍한 스포츠이다. 그래서 단 한 번도 축구에 대해 회의감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스포츠를 경험했다는 것에.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열광하고 있는 '축구'라는 것을.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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