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느의 일기] 안정환 '방송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조회수 2015. 7. 21. 17: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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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FC가 첫 방을 했다고 들었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연락이 오긴 하지만 정작 나는 방송을 보지 못했다. 지금 벨기에에서 선수들과 전지훈련 중이라 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사실 나 스스로가 방송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나는 진심으로 선수들을 대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단순히 '방송'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선수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촬영과정이나 방송되는 것들, 내 주변 것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면 스스로 판단력이 흐려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방송을 신경 쓸 거였으면 예능을 했지 청춘FC의 감독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내 생각이 이러하니 당연히 우리 선수들도 방송을 보지 못한다. 좀 미안한 부분이기도 한데, 대게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쉽게 동요할 것 같은 마음에 감독으로서 제한을 둔 것이다. 실패해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것을 또다시 경험하게 해주고 싶지 않다. 선수들에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축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내가 그런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싶어 했듯이.

@ 달라도 너무 다른 두 감독

팀을 만든다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심지어 선수들은 이미 한 번의 좌절감을 맛본 사람들이라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어 가는데 힘과 노력이 배로 든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을용이에게 청춘FC의 감독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허락해준 것이 지금 생각해도 고맙기만 하다. 을용이와 나는 축구를 가르치는 스타일이 다르다. 특히나 을용이는 운동장에서 굉장히 엄격한 스타일이라, 선수들이 처음에 적응하는 데 힘이 들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어서 미안한 부분이기도 한데, 또다시 실패를 겪지 않게 하려면 이러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둘 다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 같은 환경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데, 나와 을용이 역시 힘들었던 방황의 시간을 거쳤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다른 거 신경 쓰지 않고 축구만 생각하게 해주고 싶다.

우리 선수들은 같이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운동을 오래 쉰 선수들도 있고 그만큼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현재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다. 처음엔 여기에 완전 병원 차려야 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부분도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있다. 나와 을용이의 역할은 그런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는 것이다. 늘 이야기 들어주고 심리적인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감독으로서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것이 많다. 그래서 을용이와 함께 팀을 이끌어 가다보면 분명 삐그덕 거리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니까. 서로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서로 많이 참고 양보할 것이다.

가르치는 스타일은 분명 다르지만, 하고자 하는 목적은 같기 때문에.

@ 인생은 축구와 같다.

선수 시절부터 항상 생각했던 것이 있다. 축구는 인생이다.단순히 운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이 축구 또한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해야 하며, 그로 인한 성과도 있어야한다. 그러다 보면 성공 할 때도 있고, 실패 할 때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성취감을 맛볼 수도 있고,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다. 또한 축구는 단체운동이기 때문에 서로 계속 소통해야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꽤나 큰 영향을 미친다. 생각해보면 축구를 하는 모든 과정이 우리의 인생하고 똑같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대부분 선수들이 개인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도 축구시합만 하면 다 잊고 경기에만 집중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신경 쓸 일이 많으면 경기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마음이 그대로 운동장에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을 모두 똑같이 대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인터뷰 때도 선수 개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특정 선수에 대한 기사가 나가게 되면 '혹시나 감독님이 저 선수만 편애하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운동장에서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줄 수 없다. 제대로 된 환경이야 말로 내가 선수들에게 제공해 주고 싶은 부분 중에 하나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청춘FC 선수들과 같이 훈련을 하면서 가장 흐뭇했던 것 중에 하나가 선수들이 음식을 정말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는 것이다. 다시 운동은 하기 전에는 끼니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었는데, 여기서는 그런 걱정 없이 음식도 맘껏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감독으로서 굉장히 마음이 뿌듯하다.

근데너무 먹는다. 엄청 먹는다.가끔 걱정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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