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英 7부 리그서 뛰는 한 여자 축구선수의 꿈

조회수 2017. 6. 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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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못 하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았어요."
잉글랜드 7부 리그 소속 본머스 레이디스 2군 팀에서 뛰고 있는 22세의 젊은 축구인 박진선.
축구의 꿈 찾아 떠난 잉글랜드에서 학업, 아르바이트, 축구 선수생활을 병행.
한국 여자 축구에 힘이 되고 싶다는 그녀의 꿈과 그를 위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
2016/17시즌 잉글랜드 여자 축구 7부 리그에 소속된 본머스 레이디스 2군 팀에서 뛴 박진선. 
"아, 축구를 못하면 정말 죽을 때 후회를 하겠구나 싶었어요."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1부 리그인 EPL을 기점으로 23부 리그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축구팬들 사이에 '인생 역전'의 주인공들로 유명한 찰리 오스틴, 제이미 바디는 모두 '논리그'(5부 리그 이하) 선수 출신들이다.

우리는 그런 선수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저 아래서부터 정상까지 올라온 선수들의 성공 스토리에 박수를 보내는 것과 동시에, 잉글랜드의 깊고 넓은(각 지역 지역에 퍼져있는) 축구 리그 시스템과 그 안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그 모든 선수들이 프로 축구 선수가 된다거나 '슈퍼 스타'가 되길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몇 부 리그에 소속되어 뛰고 있든지에 관계없이 프로이든 세미 프로이든 아마추어이든 관계없이 축구에 대한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 활약하고 있는 FA WSL을 기점으로 총 10부 리그가 존재하는 잉글랜드 여자축구계의 한 가운데서 뛰고 있는 한국의 젊은 여자 축구 선수가  있다. 7부 리그에 소속된 본머스 레이디스 2군 팀에서 뛰고 있는 박진선(22세)이 그 주인공이다.

축구에 대한 꿈을 안고 잉글랜드로 건너와 학업, 아르바이트, 축구를 병행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는 한국의 젊은 축구인, 박진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기사에 나올 사진을 찍자고 하니 너무 쑥쓰러워서 몇 번이고 얼굴을 가리던 박진선(22). 이 칼럼에 사용된 한 장의 메인 사진이 나올 때까지 그 뒤에는 수많은 이런 NG 컷들이 존재했다.

1. 남자 선수들과 함께 배운 축구, 꿈 찾아 잉글랜드까지

박진선이 처음 시작한 운동은 '태권도'였다. 그녀가 6세 때의 일이다. 그 후로 많은 운동을 하다가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이 축구였다. 그 때부터 '남자' 아이들과 늘 축구를 했다. 

"6살 때부터 태권도장에 다니며 여러가지 운동을 접했고 그 중에 축구가 가장 재미있어서 초등학생 때부터 쉬는 시간 점심 시간에 남자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축구를 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남자 축구동아리에 들어가서 축구를 3년간 하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 학교 체육선생님께서 그 당시 여자축구부가 있던 오산정보고에 테스트를 볼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테스트도 보고 합격했는데 그 후로 부모님께서 반대를 하셔서 축구선수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 일반고에 진학하게 됐고 2학년에 체대입시반에 들어가면서 지도선생님께서 부상위험이 있으니 축구를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 때 "아 축구를 못하면 죽을 때 정말 후회 하겠구나"싶었어요. 그래서 외국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미국)의 대학 팀 프로 팀 그리고 아마추어 팀 등등 백 개가 넘는 팀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처음에 답장이 오는곳은 정말 극소수였어요. 그래서 그 후에 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하고 제 축구에 대한 열정을 쓴 글과 함께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더 많은 곳에서 답장이 왔고, '아 이거 진짜 가능하겠다' 싶어서 그나마 말이 잘 통하는 영국 팀에 더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영국에서 거주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아는 가장 현실적이고 어려운 문제는 '비자' 문제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영국에서 어떤 장기적인 꿈도 펼칠 수 없다. 박진선에게도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당시에도 지금 본머스 레이디스와 같이 아마추어 팀에서 함께하자는 긍정적인 답변이 왔었지만 문제는 비자였습니다. 그래서 비자 문제와 학업 문제 (당시 고3)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중 컬리지 프로그램을 찾았습니다.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남자 프로팀에 클럽의 '파운데이션'이 있고 그 안에 레이디스팀, 컬리지팀, 취미팀 그리고 장애인 팀 등 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스날, 첼시 그리고 토트넘에 연락을 했고 2013년 1월 트라이얼 날짜를 잡아서 (아스날은 기간이 겹쳐서 못봤어요) 첼시와 토트넘 각 1주일 정도씩 테스트를 봤습니다.  테스트를 본 후에 사실 토트넘에서 훨씬 저에게 적극적이었고 여러 조건도 좋았지만, 당시 첼시 레이디스는 1부 리그인 WSL 소속이었고 토트넘은 아마추어 리그 였다는 점 등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첼시 레이디스 U-19팀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2013/14시즌부터 14/15 시즌까지 첼시 레이디스 U 19 컬리지 아카데미 팀에서 뛰었습니다."

첼시 U-19 컬리지 아카데미팀 시절의 박진선. 아래 사진은 팀과 함께 5대 5 축구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을 때의 모습.

2. 학업과 아르바이트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축구의 꿈 

결국 그렇게 축구의 꿈을 찾아 잉글랜드에 박진선은 축구보다 먼저 학업을 신경써야 했고(학생비자로 온 신분인 만큼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 중 하나인 영국 생활을 견디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다.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하는 데에만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녀는 그녀가 처음 영국에 온 꿈인 축구를 놓칠 수 없었다. 

"첼시 레이디스 U19 컬리지 아카데미 생활이 끝난후 햄프셔 지역에 위치한 윈체스터 대학교의 스포츠 비즈니스 & 마케팅 과에 진학하게 됐어요.그 후에 새로 뛸 팀을 알아보던 중 사우스햄튼 레이디스 팀에서 2개월 정도의 트라이얼을 받은 후에 2군 팀에 합류해서 3개월 동안 훈련을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공식 경기를 뛰기 전에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팀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그 후에는 한동안 학교가 있는 윈체스터 지역에 위치한 윈체스터 시티 플라이어스 레이디스 1군 팀에서 뛰었습니다. 그러나 팀에 만족하지 못했고 고민하던 끝에 본머스 레이디스에서 2개월 동안 트라이얼을 받은 후에 2군 팀에서 뛰게 됐습니다.  

사실 본머스 레이디스는 제가 있는 곳과 거리가 멀어서 이동하는 데도 한참 시간이 걸리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것보다도 공부와 아르바이트도 병행하면서 축구까지 한다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본머스라는 팀에서 뛴다는 자부심도 조금 있었고 무엇보다도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고 정말 힘든 것 모르고 이번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녀가 본머스 레이디스에 입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2월의 일이었다. 입단 소식을 듣자마자 기자에게 그녀와의 인터뷰를 요청하는 축구팬들도 있었지만, 이제 막 입단한 선수와 인터뷰를 하기보다 그녀가 선수생활을 조금 한 후에 그 경험까지 함께 물어보는 편이 선수를 위한 방법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직접 말하는 본머스에서 보낸 첫 시즌에 대한 회고다.(그녀의 말에서 아직 어린 '소녀'다운 면모도 엿보인다.) 

"첼시에서는 첫 시즌에 미드필더(중앙, 측면 모두)로 많이 뛰었고 두 번째 시즌에는 윙백을 봤었는데 본머스에 오고 공격수로(보통 윙포워드) 출전해서 좋은 동시에 부담이 되는 면도 있었어요.

훈련은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한번은 1군과 2군 팀이 함께 훈련을 했어요. 1군 팀과 함께 훈련하는 날에는 항상 미니게임이던 11 대 11 풀경기를 뛰었는데 골을 자주 넣어서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시즌에 1군 경기는 결국 못 뛰어서 속상했어요).

또 팀에 있으면 가끔 남자 1군 팀 무료티켓도 나오고 1군 선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있는데 하필이면 그럴 때마다 제가 학교 과제기간이라 못 본 것도 너무 속상했어요."

지난 2월 말, 본머스 레디이스 입단 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소식을 전한 박진선.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녀의 소식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그들 중 본 기자에게 박진선과의 인터뷰를 요청한 분들도 있었으나, 인터뷰는 박진선이 본머스에서 경험을 좀 가진 후에 하기로 했다.

3. 잉글랜드 7부 리그에서 뛰는 여자 축구선수 박진선의 꿈

축구에 대한, 어찌보면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잉글랜드에 와서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팀'을 찾은 박진선은 현재 잉글랜드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는 동시에 축구 선수로 뛰고 있다. 그녀는 다음 시즌에도 본머스 레이디스에서 뛸 계획이다. 그녀에게 다음 시즌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현재 본머스 레이디스 2군에서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하고 있지만, 그래도 첫 번째 목표는  더욱 더 열심히 훈련해서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에요. 그리고 어쩌면 이번 시즌이 영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일 수도 있는데 그 전에 1군 경기에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느새 영국 생활 4년차. 4년 동안 그녀가 영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축구하며 배우고 느낀 것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제가 영국에서 느끼는 것은 영국 축구가 최근에 굉장히 많이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리그나 국제대회나). 물론 더욱더 발전해야할 부분들도 있지만 협회측에서 장기간동안 프로젝트를 통하여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제가 직접 축구를 하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느낀 것인데 영국의 경우는 협회에서 여자축구에 대한 장단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큰 프로젝트부터 작은 프로젝트까지 90% 이상 목표치 달성을 했어요. 그런 부분들이 정말 감명깊었고 특히 'This girl can'이라는 캠페인도 있었는데 축구 뿐만이아닌 모든 스포츠에서 여성의 참여율을 높이고 스포츠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을 깨자는 취지의 캠페인이었습니다. 그것도 정말 기억에 남아요."

그녀는 이미 축구 선수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분명한 꿈을 가지고 있다. 잉글랜드 7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의 여자 축구 선수 박진선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꿈이다. 

"우선 축구 뿐만 아니라 학업도 완벽하게 마무리 하고 싶어요.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축구협회, 구단 등에 들어가서 한국의 여자 축구와 여자 스포츠, 유소년/유소녀 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건 제가 중학교 3학년생일 때부터 가진 꿈이었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 더 미래에는 여자축구 그리고 스포츠 유소년/유소녀 선수들을 위한 장학재단과 은퇴선수들을 지원하는 재단을 만들고 싶은 꿈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꼭 더 하고 싶은 말들을 물었다. 

"첼시에서 뛰고 있는 지소연 선수는 한국의 남녀 선수들 중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에요. 혼자서 언젠가 소연 선수와 FA컵 경기에서 만나고 싶다는 꿈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소연 선수 경기를 몇 번 봤는데 정말 아름답게 볼을 잘 차더라고요.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고 존재만으로도 저에게 고맙고 힘이 되는 분입니다.

그리고 제가 잉글랜드에서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항상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부모님께 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여자축구에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 저는 저의 자리에서 열심히 해서 선수들의 뒤에서 제 2의 선수로 여자축구가 더 발전될 수 있도록 이곳에서 열심히 배우고 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여자축구선수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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