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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KBO리포트]전설 이승엽과 올스타전의 추억

조회수 2017. 6. 22. 15: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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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첫 번째 올스타전의 추억과 20년 후 11번째이자 마지막 올스타전을 앞둔 소회와 감정

 사상 최초의 이 뜻깊은 경기에 나선 양 팀 선발 투수는 박철순과 김용남이었습니다. OB 베어스와 해태 타이거즈의 간판 투수들이었습니다. 지금은 팀의 이름이 모두 바뀌고 별명은 그대로 남았지요.

당시 포수는 이만수와 유승안이었고, 김봉연, 신경식, 배대웅, 김인식, 김용희, 이광은, 오대석, 정영기, 장태수, 김우근, 정구왕, 김준환, 윤동균, 이종도, 김우열, 백인천 등의 추억의 이름들이 당시 스타팅 멤버들이었습니다. 바로 1982년에 열린 KBO리그 사상 최초의 올스타전 출전 선수들입니다.

당시 영예의 최초 MVP는 동군의 롯데 소속 김용희로 맵시 승용차를 부상으로 탔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올스타전 MVP 전통이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총 15회 수상이라니. (2위 타이거즈 6회)


 이제 올스타전도 30회를 훌쩍 넘겨 올해가 36회째를 맞게 됩니다.

그 세월 동안 팀도 6개에서 10개로 늘어났고, 1년에 800만 명 이상의 팬들이 직관하는 명실상부 국민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기다면 긴 그 세월 동안에 롯데와 함께 이름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팀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삼성 라이온즈입니다.

삼성 선수 중에 올스타전 MVP를 처음 수상한 것은 투수 김시진으로 1985년 올스타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투수는 정말 올스타전 MVP 차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김시진이 최초였고, 9년 후인 1994년 정명원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 투수 MVP였습니다.) 그렇지만 명문 라이온즈가 올스타전 MVP와는 영 인연이 없습니다. 김시진 이후로 단 한 명의 사자군단 선수도 올스타전의 별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승엽은 2015년 올스타전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올스타전에서는 홈런더비 우승을 차지한 기억도 있습니다.


 그 중에는 무려 10번이나 올스타전에 출전한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타자로 꼽을 수 있는 이승엽(41)입니다. ‘라이온 킹’ 이승엽은 2차 투표까지 마친 가운데 드림올스타 지명 타자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며 11번째이자 마지막 올스타전 출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997년 처음 올스타전에 출전한 이승엽에게 올스타전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MVP를 아슬아슬하게 놓친 첫 번째 올스타전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습니다. 묘하게도 그의 첫 번째 올스타전이 20년 전 대구에서 열린 경기였고, 현재의 투표 추세라면 그의 마지막이자 11번째 올스타전이 될 20년 후의 2017년 올스타전 역시 대구에서 열립니다. 이승엽에게 올스타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첫 번째 올스타에 뽑혔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 사실 나는 프로 선수가 된다는 것이 꿈이었고 올스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TV에서나 보던 올스타전에 내가 나간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었다.


- 첫 번째 올스타전에서 팬 투표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했던 당시 기억이 나나? ▶ 물론이다. 그 때의 감흥은 지금도 생생하다. 정말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이제 이승엽이라는 이름이 조금 알려지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도 대구에서는 사랑을 받았지만 전국의 팬들이 뽑아주셨다는 그 기쁨의 느낌이 생생하다.


- 첫 올스타전 경기에 대한 기억도 여전한지?

▶ 잊을 수가 있겠나. 내가 ‘미스터 올스타’에 뽑힐 뻔한 경기였다. (웃음) 당시 내가 구대성 선배에게 역전 홈런을 쳤다. 1루를 도는데 심판분이 MVP 타겠다는 얘기도 하셨다. 그런데 외야에서 수비 미스 플레이가 나왔고 상대팀 유지현 선배가 역전타를 치면서 나는 감투상으로 밀렸다. 동료들이 ‘자동차 시동을 걸고 액셀러레이터만 밟으면 되는데 그걸 놓쳤다,’며 농담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나서는 올스타전 열 번을 나갔는데 한 번도 (MVP에)뽑히지 못했다. 첫 올스타전 이후 ‘미스터 올스타’와는 영 인연이 없었다. (웃음)


- 그게 벌써 20년 전 대구였는데 참 신기하게도 대구에서 올해 올스타전이 열린다. 팬 투표를 보면 거의 결정적인데.

▶ 야구 생애 마지막 시즌의 올스타전이 대구에서 열린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정말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솔직히 성적만 놓고 보면 다른 후보들에게 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죄송하기도 하다. 그러나 올스타전이라는 것이 성적은 물론이고 지명도와 인기도 등을 모두 합쳐서 선정하는 것이니, 만약 선정이 된다면 겸허하고 감사하게 출전하고 싶다. 저에게 표를 주신 모든 팬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다.


- 작년에는 난치병 어린이를 초대하기도 했는데 혹시 이번에도 생각하는 것이 있나?

▶ 아직은 전혀 없다. 팀 사정이 그런 것을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팀의 성적과 발전만 생각하고 있다.


- 팀 성적이 4월엔 정말 심각하더니 점점 나아지는 분위기다. ▶ 팀이 점점 강해진다는 느낌이라서 요즘 기분은 정말 좋다. (시즌이) 중반전에 돌입하면서 팀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예전 삼성 라이온스의 모습에 점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하고 있다. 험난한 시기이지만 조금 더 힘을 내서 헤쳐 나가고, 팀이 갈수록 강해지도록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주고 싶다.


- 은퇴를 앞둔 마지막 시즌에 성적이 나쁘다는 것이 아쉽겠다.

▶ 솔직히 미칠 것 같다. 상대 팀에서 1,2,3선발을 우리 팀에 맞춰서 우리를 잡겠다는 의도를 보면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그럴수록 꼭 잡아야겠다,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젠가는 꼭 되갚아줄 것이라는 그런 의지와 신념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떠나고 싶다.


- 몸 상태가 안 좋아 한 동안 고생했는데 이젠 괜찮은지.

▶ 몸은 계속 힘들다. 피로도도 쉽게 쌓이고 약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몸, 마음, 실력 이런 것들이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올 시즌 느끼고 있으며, 그래서 여기가 떠나야할 시점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러나 마지막 시즌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예상대로 올스타에 뽑혀 마지막 타석에 서면 어떨 것 같은가?

▶ 짜릿하고 어쩜 울컥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태어난 곳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스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서 40대의 나이에 올스타에 뽑혀 뛸 수 있다는 것은 참 감격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늘 겸손하고 치열한 승부를 펼치면서도 상대팀과 선수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가장 모범적인 선수로 존경받는 이승엽의 마지막 시즌이 중반을 향해 갑니다. 이승엽도 마지막 올스타전, 그것도 고향 대구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대해서는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KBO리그의 전설로 자리한 이승엽이 마지막으로 MVP에 도전할 수 있는 올스타전입니다. 그가 또 한 번의 전설을 써갈지는 알 수 없지만 그와 동시대를 보낸 팬들에게는 남다른 감회의 시즌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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