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백3 실험 벵거, 성공이냐 실패냐

조회수 2017. 8. 31. 17: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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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6 데이터를 활용한 아스널 백3전술 분석

아스널의 벵거 감독이 마지막으로 백3를 썼던 것은 무려 20년 전이다. 정확하게는 1997년 5월 11일, 더비를 상대로 3-1 승리 거뒀던 경기가 마지막이었다(ESPN).

당시 포메이션. 그리고 추억의 이름들.

런던을 휩쓸고 있는 첼시발 백3 열풍에 가장 늦게 올라탄 벵거의 실험에는 걱정스런 측면이 분명히 존재했는데;

a. 3백 전술은 20년 전과 변했고 만 67세의 벵거는 전술변화에 회의적인 감독이었다

b. 잘나가는 남의 팀의 전술이 우리팀에게 맞지 않는 옷이 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c. 모든 전술은 그 숙련도가 핵심인데, 지금은 이미 4월 말이다.

실제로 20년 전 아스널 백3의 한 축을 담당했던 마틴 키언도 당시 전술 변화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백3를 사용하려면 이 전술을 완벽히 이해해야 하는데, 이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20년 전 당시, 우리는 경험이 많은 중앙수비수가 여럿 있었음에도 처음에는 굉장히 고전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 훈련장에서 여러가지 상황별로 별도의 전술훈련을 했는데, 그래도 쉽지 않았다.”

 

20년만의 백3 변화, 그 결과는? 3경기 연속 한골차 3연승이다. (v미들즈브러 2-1, v맨시티 2-1, v레스터 1-0) 무엇이 달라졌고 어떤 점이 성공적인가? 아직 완벽하진 않은 벵거의 3백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

 

1. 선수들의 재발견

보로전 윙백으로 체임벌린이 벨레린 대신 투입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체임벌린은 수비형 미드필더 출전에 이어 올시즌에만 두 번째 포지션 변화를 가져갔는데 결과가 모두 좋았다.

윙백으로 출전한 이날도 공격에서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며 팀내 두번째로 높은 평점을 받았고(whoscored), 개인적으로 맨시티전에서 올시즌 베스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가브리엘 역시 더 단단해졌다. 올시즌 20경기에 센터백과 풀백으로 선발출장한 가브리엘의 경기력은 한마디로 애매모호했다. 뮌헨 원정에서 교체투입된 날을 떠올린다면 ‘애매모호’라는 단어가 바뀌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풀백과 센터백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선 가브리엘의 경기력은 더 이상 애매하지 않았다. 아직 26살(90년생). 2년 남은 계약기간이 처음으로 부담에서 기대로 바뀌고 있다.

롭 홀딩에게도 같은 말을 해 줄수 있을 것 같다. 올 시즌 롭 홀딩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수비수는 아니었는데 2명이 아닌 3명의 일원으로 지키는 공간에서 훨씬 편안해 보인다. 특히 자신의 자리를 이탈해서 압박할 때나, 좋지 않은 판단을 내렸을 때의 후속동작에서도 훨씬 수월해진 모습이다.

아스널은 맨시티전에서 31번의 클리어링을 기록했는데 절반에 이르는 14번을 가브리엘과 홀딩이 합작했다.(각 8회,6회) 게다가 홀딩은 아직 만 21살이다.

 

2. 나초 몬레알

카솔라가 있을 땐 좀 더 축구하기 편했던 몬레알

오늘 새벽 레스터 전에서는 3명의 중앙수비 중 한 명으로 몬레알이 선발출전했다. 과거에도 센터백 자원의 줄부상 시 중앙수비를 간간히 겸업했던 몬레알을 백3의 일원으로 기용한 벵거 감독의 노림수는 다음과 같았고 대부분 결과로 연결됐다.

a 레스터의 깊숙이 내려앉은 수비형태에 맞춰 아스널이 중원을 장악함에 따라 아스널 센터백들은 하프라인 위쪽까지 올라와 빌드업에 관여할 때가 많을 것이고 몬레알이 이에 강점을 보일 것.

b 아스널 박스 안 공중볼 경합 과정은 많지 않을 것이고 발생시 몬레알 외 두명의 중앙수비수로 충분히 대응 가능. 이보다 측면(마레즈)쪽으로 오는 패스줄기 차단과 상대 드리블러 저지에 몬레알이 활약할 수 있을 것.

c 왼발잡이가 들어감에 따라 전체 수비라인 밸러스에도 도움.

다만, 대부분은 벵거의 예상대로 잘 처리되었으나 세트피스 수비시에 불안한 모습이 나오는 것은 반복되었으며 존 디펜스를 쓸 때의 결정들이 조금 더 확실해 질 필요가 있었다.


3. 아스널 백3의 완성도는 어느정도인가?

그 전술의 숙련도는 결국 실전에서 가늠해 보아야 한다. 사실 올해 벵거에게 가장 중요한 승리였던 FA컵 맨시티전 승리는 완벽한 경기하고 보기는 어려웠다. 슈팅(9-20)과 점유율(34.5-65.5)은 모두 두배 가까이 넘겨줬으며 조금의 행운으로도 경기 결과가 바뀔 수 있었다.

지난 새벽 레스터전에선 더 좋았다.

적어도 오픈플레이 수비시, 보다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답답한 공격전개에 대해선 차후 기술)

레스터의 공격패턴. 전문분석업체 '팀브웰브' 제공

위 챠트는 레스터의 이날 공격패턴인데 역시나 확실한 색깔이 매력적인 팀이다. (개인적으론 크루이프의 영상보다 레스터의 플레이에서 한국 대표팀이 모방할 수 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레스터의 공격시도 중 ‘전개’단계까지 이어진 것은 5%에 지나지 않았고 전체공격의 92%가 차단당했다(전문 분석업체 ‘팀트웰브’ 자료). 많은 팀들이 당했던 레스터의 역습패턴을 효과적으로 원천봉쇄하였다.

 

4. 로랑 코시엘니

요즘 지쳐있는 코시엘니

아스널 수비의 핵심 코시엘니가 후반전 중반이후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지는, 축구판 용어로 ‘퍼지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적어도 뮌헨전 전후로 징후가 지속됐다.

시즌 초중반의 경기력과 비교했을 때 확연한 차이가 있으며 몸상태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든다. 75분 이후는 경기의 흐름에 따라 중앙수비수도 적극적인 전진으로 지쳐있는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시간대다.

베르통헌, 게리 케이힐, 무스타피와 같은 선수들이 경기 막판 볼을 얼마나 전진시켜 주는지 생각해 보라. 하지만 지난 새벽 코시엘니는 이 시간에 혼자 점프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무릎이 뒤틀리는 부상을 당했다. 체력이 바닥나 집중력이 떨어질 때 나오는 유형의 부상이다.

올시즌 내내 너무나 많은 것을 해준 코시엘니에겐 잔인한 말이지만, 코시엘니가 100%를 해 줘야 아스널도 100%를 낼 수 있다.


5. 아스널 백3는 더 발전할 수 있는가?

최근 3백의 트렌드는 수비적으로 견고해지는 것이 당연히 기본이지만, 나아가서 미드필더-공격지역에서의 수적 우위를 향상시킨다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

아스널도 일단 불안한 수비를 잡는 것이 급선무였지만 결국에는 산체스와 외질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

첼시는 코스타가 오랫동안 부진할때도 페드로와 아자르가 팀을 이끌어 주었다. 맨시티는 아구에로가 없더라도 나머지 2선자원들의 파괴력이 여전히 굉장하다. 하지만 아스널은 다르다. 산체스가 무너지면 끝이다.

파이널 써드(상대 박스근처 공격지역)에서 산체스-외질과 동급의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자원이 전무하다. 올시즌 답답한 패턴으로 결국 승리하지 못한 경기들은 하나같이 산체스의 볼터치가 최상급으로 예리하지 못했고, 팀이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의미에서는 백3의 앞 엘네니의 기용도 고려해 볼 수 있다. 3백을 보호해주는 전문 볼란치를 한 명 두어 양옆 센터백이 더 높은 위치에서 빌드업에 관여할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 산체스와 외질이 최대한 위쪽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자유을 보장해 줄 수 있다.

분명 벵거 감독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훈련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남은 일정에는 토트넘, 맨유, 에버튼, 첼시와 같은 강팀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 중 토트넘-맨유-첼시는 아스널보다 백3를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으로 완성된 팀들이다. 잉글랜드의 백3 전쟁도 이제 소름돋는 종결로 치닫고 있다.

 

이례적으로 포효했던 아센 벵거 감독

크리스탈 팰리스와 웨스트 브롬에게 3골씩을 실점하며 원정 4연패를 기록할 때 벵거 감독에 대한 비판은 하늘을 찔렀다.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독했던 것 같다.

에미레이츠 구장의 하늘에는 경비행기가 ‘WENGER OUT’ 플랜카드를 달고 날았고, 매 홈 경기 이후에는 퇴진요구 팬 행렬이 뒤따랐다. 이때 벵거의 진단은 단순했다. ‘수비가 살아나야 한다’. 바로 그 1차 목적을 달성한 아센 벵거 감독의 모험에 존경심을 표한다.

최고 수준의 전술전을 펼치는 최고의 감독들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느낀다. 시즌이 끝나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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