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손흥민 윙백 기용'에 대한 BBC 수석기자의 비판

조회수 2017. 4. 26.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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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왜 저기에서 뛰는 건가? 포체티노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동료 언론인들, 토트넘 팬들 중 누구도 손흥민을 비판하는 사람이 없다."
"이번 시즌 환상적인 손흥민, 포체티노가 공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23일, 웸블리 구장에서 만난 BBC 축구 수석기자 필 맥널티(Phil McNulty). 그는 현장에서 나를 만나자마자 내가 묻기도 전에 스스로 먼저 "어제 손흥민이 왜 윙백으로 뛴 건가, 너무도 아쉬운 판단이었다"라며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리(Lee), 어제 도대체 손흥민이 왜 윙백으로 뛴 거야?"

지난 23, 24일(현지시간).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FA컵 준결승전 현장에 다녀왔다. 첼시 대 토트넘, 아스널 대 맨시티가 펼친 두 차례의 경기에서는 '준결승'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명승부가 펼쳐졌다. 

콘테의 뛰어난 용병술, 압도적이었던 첼시의 교체 자원들(특히 아자르), 그리고 3백을 들고 나와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를 잡으며 또 한 번 FA컵 결승전에 진출한 아르센 벵거 감독, 감독 커리어 사상 첫 '무관'이 사실상 확정된 과르디올라 감독까지. 이번 두 번의 준결승전에는 아주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의 팬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손흥민의 '윙백' 기용이었다.

그리고, 손흥민의 윙백 기용은 결코 한국의 언론 및 팬들 사이에서만의 화두가 아니었다.

토트넘의 경기가 끝난지 하루가 지난 후 다시 찾은 웸블리 현장에서 만난 BBC의 축구 수석기자 필 맥널티는 기자와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인사를 나누면서 "도대체 어제 손흥민이 왜 윙백으로 뛴 거야?"라며 그가 먼저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영국 축구계 최고의 공격수 출신 방송인 앨런 시어러 역시 본인의 칼럼에서 그 문제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주 FA컵 준결승전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물론 영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던 포체티노 감독의 손흥민 윙백 기용에 대해 그 결정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소개하고, 영국 축구를 40년 이상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는 BBC 축구 수석기자와 직접 나눈 대화를 통해 그의 의견과, 손흥민에 대한 영국의 반응을 전하고자 한다. 

잉글랜드 축구계의 레전드인 앨런 시어러가 양팀의 경기 후 '더 선'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 "도대체 손흥민을 왜 윙백으로 기용한 것이냐"고 물으며 "포체티노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손흥민의 왼쪽 윙백 기용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주장한 포체티노 감독.(데일리 익스프레스의 기사 제목 갈무리) 

1. "포체티노의 책임이다" VS "결과론이다" 

토트넘 대 첼시의 FA컵 준결승전 전반전, 손흥민이 시도한 태클 장면에서 첼시에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손흥민이 교체된 후 토트넘이 결국 2-4로 첼시에 패배하자 국내 언론 및 팬들 사이에서는 "포체티노의 전술적인 판단 착오다"라는 비판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미 이 상황에 대해 다양한 언론에서 의견을 내놨지만, 이번 일에 대한 영국 언론과 당사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포체티노의 책임'이다.

첨부 이미지 속 칼럼에서 앨런 시어러가 비판했듯(시어러 이외의 많은 언론에서 지적했듯), 최근 공격적으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었고, 윙백을 해본 경험이 없는 손흥민을 윙백으로 출전시킨 포체티노의 책임이다라는 의견. 

2) '결과론'이다.

포체티노 감독 본인이 주장한 내용. 그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번 상황에서 나온 그에 대한 비판이 '결과론적'이다라는 주장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손흥민 윙백 기용)에 대한 나의 계획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그 경기에서) 모제스가 전방에 침투한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나? 딱 한 번이다. (그 상황에서 나온) 우리의 두 번째 실점은 운이 없었다. 나는 그 상황이 페널티킥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기면 천재가 되지만 지면 재앙을 주는 존재가 된다."

포체티노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던 와중에 뒤이어 포체티노 감독이 스스로 '결과론'이라는 의견을 밝히고 나선 이 화두를 지켜보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연 이 일에 대한 '한국인' 혹은 '한국의 언론인'이 아닌 '영국 현지인들' 또는 '영국 현지 언론인들'의 의견이었다. 

과연 그들도 대다수의 한국의 팬들, 한국의 언론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 일에 대해 '손흥민의 잘못이 아닌 포체티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영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미디어인 BBC, 그 BBC에서도 축구 수석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필 맥널티의 말을 통해 그의 생각, 또 '그들의 생각'에 대해 상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BBC 홈페이지에 있는 축구 수석기자(Chief Football Writer) 필 맥널티의 프로필. 그는 1980년대부터 축구를 취재하기 시작해서 2000년부터 BBC 축구 수석기자로 근무하고 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주로 취재하는 가운데, 2002 한일월드컵을 포함해서 수많은 국제대회도 취재한 베테랑 기자다. 

2. "완벽한 활약 보여주던 손흥민, 포체티노의 실수다"   

맥널티가 오히려 먼저 나에게 "손흥민이 도대체 왜 윙백에서 뛴 거냐"며 안타깝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나는 그에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따로 기자석에 잠시 앉아서 어제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제안했고 그 역시 흔쾌히 응했다.  

내가 그에게 물은 질문은 간단했다. 첼시전, 손흥민의 윙백 기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그에게 정확히 "전반적으로 포체티노 감독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며, 그 페널티킥 장면만 제외한다면 괜찮은 시도였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고(포체티노 감독의 의견처럼) 물었다. 내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손흥민의 왼쪽 윙백 기용은 포체티노의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손흥민은 지난 몇 주, 몇 달간 공격수로서 완벽하게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경기가 끝난 후에 앨런 시어러 같은 인물들도 '손흥민의 윙백 기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선수들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뛰게 되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물론 나도 손흥민이 그 상황에서 다이빙 태클을 한 것은 손흥민의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그 페널티킥 선언이 옳은가 아닌가라는 데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손흥민의 그 행동이,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에게 나오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손흥민의 그 상황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 본인도 실수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처음부터 왜 그가 그 포지션에서 뛰었냐는 것이다."

"아마도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활용해서 모제스를 막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벤 데이비스가 부상당한 상황에서 손흥민을 그 자리에 기용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손흥민이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뛰면서 페널티킥까지 내주게 된 상황에 대해 지금도 대단히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 이 경기 전후로 벤 데이비스가 부상당해서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영국 언론을 통해 돌았으나, 25일(오늘) 토트넘 기자회견에서 포체티노 감독이 데이비스는 부상 당한 것이 아니라 휴식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최근에 공격수로 출전한 경기에서 스스로도 많은 골을 넣고, 팀을 위해 골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공격이 대단했는데, 손흥민 역시 그런 팀의 모습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번 시즌에, 정말 많은 상황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왔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손흥민을 윙백으로 쓴 것에 대해서 나는 분명한 그의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3. "아무도 손흥민을 비판하지 않는다, 손흥민 공격적으로 활용해야" 

여기까지 맥널티의 의견을 들은 후, 나는 그에게 '한국 팬들의 반응과 비슷한 것 같다. 본인 뿐 아니라 영국 팬들도 비슷하게 느낀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그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어제 경기 후에 나도 이곳의 토트넘 팬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아무도 손흥민을 비판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의 개인적인 친구들이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손흥민을 그 자리에서 기용한 것 자체를 이상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일부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다이빙 태클을 시도한 것 그 자체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하는 언론인들은 있다. 나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뛰었기 때문에 나온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페널티킥을 내준 상황 자체는 그의 실수일지 몰라도,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 아닌가."

"손흥민은 이미 영국의 토트넘 팬들에게도 대단히 인기가 많은 선수다. 그들 대부분이 손흥민이 겪은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나는 포체티노가 다시 손흥민을 공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 영국에서도 인정 받고 있는 손흥민, 페널티킥 상황 털고 일어나기를 

BBC 축구 수석기자 맥널티의 말에는 손흥민이라는 선수에 대한 존경과 존중이 담겨있었다.

그는 나에게 수차례 손흥민이 이번 시즌 얼마나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지를 강조했고, 영국의 팬들이나 그의 동료들도 한국의 팬들과 마찬가지로 누구도 손흥민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재차 말했다. 한국의 팬들이 아닌, 영국의 현지팬들이 FA컵 준결승이라는 '단판 무대'이자 큰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내준 선수를 비판하기 보다 이해한다는 것에서 손흥민이 영국 무대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모제스의 다이빙에 대한 오심 논란도 있었던 손흥민의 태클 장면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마음이 무거운 것은 다름 아닌 손흥민 본인일 것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번 FA컵 준결승전에서 본인이 사실상 처음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그 페널티킥 상황을 제외하고는 적극적으로 수비에 임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포체티노 감독이 남은 시즌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영국시간으로 오늘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손흥민을 윙백으로 가능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현시점까지 손흥민이 여러가기 굴곡을 거치면서 그래왔듯, 이번의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서도 훌훌 털고 일어나 그가 자신의 진가를 계속해서 보여주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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