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의 UFC Express]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 KO의 비결은 박자 쪼개기

조회수 2017. 3. 28. 13: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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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 선수가 컵 스완슨과 역사적인 명승부를 펼친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스완슨 전 이후 최두호는 어떻게 훈련해 오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지 최두호가 소속된 부산 팀매드 양성훈 감독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Q.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많은 격투팬 분들이 최두호 선수의 근황을 궁금해 하신다.

▶ 양성훈 감독 :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컵 스완슨 전 패배를 교훈 삼아 더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Q. UFC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남게 된 컵 스완슨 전 이야기를 양 감독에게 직접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일단 그 경기 이야기부터 좀 해 달라.

▶ 음, 지금 생각해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다.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1라운드는 작전 짠 대로 흘러갔지만 2라운드부터 꼬였다.

일단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 경기에 대해 설명을 드리다 보면 꼭 내가 짠 작전을 두호가 잘 수행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절대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두호는 천재다.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다. 나는 그런 두호를 성장시켜 챔피언을 만들고 싶은 부족한 지도자일 뿐이고, 스완슨 전은 그 과정의 일부였다고 생각한다. 그저 그 때 이야기를 독자들께 편하게 들려드릴 테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스완슨과 싸우기 전에 그의 타격 코치인 브랜든 깁슨이 최두호 전에서 사이드 스탭을 활용할 거라고 한 인터뷰를 봤었다. 난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결국 스완슨은 그러다 원래 스타일로 돌아갈 것으로 봤었다. 스완슨의 게임 중 가장 강한 부분은 움직이다가 갑자기 발을 멈추고 빠르게 돌진해 변칙적인 각도로 때리는 것이고, 이 부분이 최두호에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보았다.

일단 우리는 스완슨의 사이드 스탭 전략에 대해 풋워크로 대항하는 걸로 전략을 짰고, 이는 너무 잘 먹혔다. 스완슨이 전후좌우로 빨리 빠진다고 해서 무리하게 추격하지 않고 두호가 좋아하는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은근한 압박을 주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풋워크가 필수다. 상대와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계속 유지해야 하니까. 그래서 풋워크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 후 스완슨이 발을 멈추고 돌진하는 원래 스타일로 돌아갔을 때의 대처에서 실수가 있었다. 스완슨이 돌진하면 곧바로 짧게 받아치고 붙는 박자 쪼개기를 준비했는데, 그와는 반대로 두호가 뒤로 빠지면서 받아치니 결국 스완슨의 전진이 통하며 두호의 리듬이 깨졌다. 지금 생각해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Q. 지금 얘기한 ‘박자 쪼개기’란 표현이 팬들 사이에서도 많이 화제가 되었고, 김동현 선수도 본인 경기(타렉 사피딘 전)를 앞두고 장난삼아 언급하기도 했었다. 좀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최두호 스완슨 전이 끝난 후 가진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김동현은 박자 쪼개기를 언급하며 양성훈 감독을 놀리기도 했다.

▶ 하도 욕을 많이 먹어 얘기하기가 두렵다.(웃음) 박자 쪼개기는 최두호와 한 식구가 된 후 그 움직임을 살피다가 이름을 붙인 거다. 어찌 보면 두호가 상대를 KO시키는 비밀이라 할 수 있고, 난 거기에 이름을 붙인 것 뿐 이다.

최두호의 KO 비결은 단순히 펀치력이 아니다. 그 비밀은 상대방이 어떤 리듬으로 나오든 그 리듬의 박자를 쪼개 반 박자 빨리 때린다는 것이다. 이게 두호 게임의 정수다. 이 때문에 한 번 빠졌다 받아치는 ‘쓱빡’ 타이밍도 빠르고 그냥 한 번에 걸어 받아치는 타이밍도 빠른 것이다. 선수들마다 특유의 리듬과 박자가 있는데, 최두호는 그걸 굉장히 빨리 파악한 후 상대 움직임의 박자를 쪼개 때려 이긴다. 두호는 본인이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제대로 된 정의는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강점을 파악한 후 박자 쪼개기라 이름을 붙여 확실히 정의를 내려 두호에게 이해를 시킨 후 더욱 강화시키기로 했던 거다. 


격투기에서 KO가 나오는 건

1. 상대가 내 공격을 못 보고 맞았을 때

2.상대 가드가 열려 있는 순간을 잘 포착해 때렸을 때


이 두 가지가 대부분이다. 2번 같은 경우, 실제로 저런 상황을 이끌어 내는 건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일류 선수들이나 타격에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은 저렇게 한다. 코너 맥그리거가 좋은 예이다. 어느 선수라도 본인이 제대로 된 공격을 날리는 순간 완벽한 방어를 갖추는 건 불가능하다. 가드가 성문이라고 하면, 3R 내내 공격을 한 번도 안하고 도망만 다니지 않는 이상 성문이 열리는 순간이 어차피 올 수 밖에 없는데, 성문이 열렸다 싶은 순간 맥그리거의 주먹은 이미 그 안에 들어가 있다. 맥그리거는 박자도 잘 잡지만 거리 컨트롤의 달인이라고 생각한다. 왼손잡이에 팔다리도 길어 조건도 더 유리하다. 최두호는 맥그리거 같은 긴 리치는 없지만, 박자로 잡는 스타일이다.

최두호를 비롯한 수많은 선수들의 최종 타켓인 코너 맥그리거

아까 얘기한 대로 컵 스완슨은 스탭을 활용하다가도 잘 안 되면 발을 멈추고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게 강한 선수다. 하지만 최두호는 그런 순간적인 변화도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좋고 상대 공격의 박자와 리듬을 잘 읽는다. 그리고는 그 안으로 쪼개서 파고 들어간다. 선수들마다 주먹을 칠 때 다리가 들어가는 폭이 있고 거리도 있고 팔의 각도도 있는데, 기술은 변해도 그런 것들은 변하기 힘들다. 선수들의 시합을 보면 몇 년이 지나도 그런 본질적 부분들은 잘 안 변하는데, 두호는 그런 걸 기막히게 잘 읽는다. 그래서 스완슨의 돌격 순간의 다리 폭, 발가락 위치, 손의 각도, 그 때의 최두호의 위치나 자세 등을 디테일하게 계산해서 카운터를 준비했었다. 다른 선수들은 이렇게 디테일하게 해 봤자 전략 수행이 그만큼 안 되는데 최두호는 그게 가능한 선수다.


스완슨의 돌진 순간 박자 쪼개기를 활용해 준비했던 기술은 받아친 후 슬립 동작과 동시에 클린치로 붙는 것이었다. 뒤로 밀리다 때리면 답이 없기 때문에 스완슨이 돌격준비를 하더라도 절대 뒤로 빠지지 말고 거리를 야금야금 먹으며 앞으로 가는 게 대전제였다. 그러면 불안해서 뭔가 나오게 되어 있다. 스완슨은 그렇게 발을 멈추고 돌격준비를 할 때 나오는 특유의 자세가 있다. 그 자세만 나오면 닥치고 돌격이라는 거다. 스완슨의 돌격 첫 타가 나오는 순간 반 박자 빠르게 받아치고 슬립해서 클린치하는 걸 많이 준비했었다. 돌격 순간 힘이 실린 카운터를 뻗었다가 KO가 안 나오면 스완슨이 더 밀고 들어올 수 있게 되니 카운터 타격의 힘을 빼고 치고 붙는 전술을 준비했던 것이다.

아쉽게도 두호는 뒤로 빠지면서 때리는 리듬을 탔다. 경기 후 얘기해보니 두호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빠지면서 때릴 때 거리와 각이 잘 잡혔다고 생각했었단다. 두호가 잘못한 게 아니다. 두호는 그 순간 빈틈을 본 거고 크게 맞출 수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게 꼬이니 한 방에 보내려고 어깨에 더 힘이 들어가게 되고.... 결국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일류 선수들과의 경험이 쌓이면 훨씬 나아질 것이다.

그날 몇 번 나왔던 발목 받치기 기술도 이 전술을 연습하며 클린치 상황이 왔을 때 만들어 놓았던 기술들 중 하나였다, 힘을 안 들이고 툭 하고 쓰는 기술이니까 체력 소모도 거의 없고 좋다. 절대 욕심 부리지 않고 넘어뜨리면 좋고 아니면 상대를 흔들기만 해도 좋다는 식으로 준비했던 기술들 중 하나였다.


스완슨 전 직후 최두호의 모습


Q. 최두호가 원래 잘 맞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 날 너무 난타전을 벌여 펀치에 겁을 먹는다든지 몸에 데미지가 쌓인 게 아닌가 하는 걱정 어린 목소리도 있었다.

▶ 음, 그런 난타전이 선수 몸에 좋은 건 아니지만 두호는 이번 경기를 통해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 물론 그런 경기에서 진 후 확 꺾이는 선수들도 있지만 두호는 오히려 ‘그래, 실제로 그만큼 맞아도 별거 없구나. 세계적인 선수라 해도 내가 못 따라잡을 레벨은 아니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더 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내가 이러쿵저러쿵 하기 전에 두호 스스로 정리를 많이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나도 많이 배웠고 두호도 많이 배웠다. 두호가 천재라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잘 안다는 것이다. 자기 장단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경기를 통해 아니다 싶을 때엔 확실히 디펜스를 해주고, 다시 거리가 맞춰졌을 때 공격하고, 한 방에 보내려 하지 말고, 즉 말로 하고 글로 쓰면 평범해 보이지만 몸과 마음으로 완벽히 이해해 경기에서 늘 구현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들을 많이 정리했다. 두호와는 이런 격투기 얘기들을 몇 시간씩 하곤 한다. 이해도가 높은 만큼 말이 너무 잘 통한다.


Q. 얼마 전에는 헤난 바라오와의 대결이 잡혔다는 소식도 있었다. 나도 그걸 듣자마자 생방송에서 얘기하기도 했는데, 결국은 실현되지 못했다.

잠깐이나마 세계 격투팬들을 들끓게 했었던 최두호VS바라오 전. UFC 측의 실수로 밝혀졌지만, 어쨌든 생방송 중 괜히 이 오보를 전해 싱숭생숭하게 해드려 죄송했습니다.

▶ 사실 그 후에도 UFC 측에서 오퍼는 계속 오고 있다. 그냥 오퍼도 아니고 메인 이벤터로 오퍼가 계속 온다. 좋은 기회들이고 지금 억지로 나가자면 나갈 수도 있지만 때가 아니라고 본다.

이유는 왼쪽 어깨 때문이다. 두호는 왼쪽 어깨가 좋지 않다. 스완슨 전에서도 그 정신없이 힘든 와중에서도 왼손을 뻗을 때마다 어깨가 아프고 뭔가 안 좋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한다. 평소에도 어깨 때문에 왼손에 힘도 안 실리고 주먹 각도도 안 나온다고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지금 어깨 강화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수술을 받은 건 아니지만 재활 훈련과 필라테스, 어깨 집중 근력훈련 등을 병행하고 있다. 왼쪽 어깨를 회복하는 게 현재 가장 큰 과제다.

그와 동시에 기술적인 부분도 다양하게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최두호는 전적은 좋지만 스타일은 오른손 펀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단조로운 형태다. 앞으로 상대할 선수들은 모두 일류급인데다 코치들도 세계 최고 수준의 지도자들이다. 당연히 두호를 다 분석해서 나올 거니 기존의 패턴들은 안 먹힐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기존 패턴을 더 강화시켜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만드는 동시에, 다른 패턴들도 분명 추가해야 한다. 상대를 끌어내서 때리는 것, 상황을 만들어서 때리는 것 등 다양한 리듬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일단 왼쪽 어깨 강화와 함께 왼손 펀치도 끌어올리고 있다. 오른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특기인 오른손을 더 무섭게 만들기 위해서 왼손의 강화는 필수라 생각한다.

(이후 양성훈 감독은 디테일하게 펀치 강화부분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 부분은 실제로 최두호 선수의 전력 노출이 될 것 같아 뺐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즐겁게 펀치 훈련을 하고 있는 최두호


Q. 발차기는 어떤가?

▶ 당연히 킥도 활용해 보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고민이 많다. 두호는 기본적으로 복싱에 가까운 자세를 취한다. 그래서 킥을 차면 자세가 흐트러진다. 자세가 흐트러지며 주특기인 펀치 뿐 만 아니라 박자 쪼개기 등 특유의 거리와 타이밍 잡는 게 같이 무너지더라. 코너 맥그리거를 보면 기본적으로 펀치와 킥 모두가 자유자재로 나올 수 있는 자세를 잡는데, 두호는 그와 달리 복싱 쪽에 더 가까운 자세다. 그래서 킥은 원래 두호가 가장 잘 하는 리듬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 중이다.


Q. 레슬링이나 그라운드는 어떤가?

▶ 사실 두호의 레슬링이나 주짓수 기술은 다 좋다. KO승이 많아 실제 시합에서 그런 경험이 적은 게 약점이긴 한데, 크게 걱정은 안 한다. 다만 레슬링 태클을 섞지는 않을 것이다.

아까 얘기한대로 두호와는 이런 얘기를 몇 시간씩 하며 즐겁게 훈련한다. 두호는 이처럼 디테일하게 서로 이해해가며 끌어 올리는 게 맞는 선수다. 누구나 다 그런 식으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정찬성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여러 차례 함께 훈련해 봤고 오랫동안 봐 온 정찬성은 진정한 프리스타일 파이터다. 지도자로서 내가 정찬성을 지도한다면 최두호에게 하는 식으로 하면 절대 안 된다. 정찬성에게 “다리 폭은 이만큼 벌리고 뒷손으로 셋업을 해서 이쪽 각을 먹어 때리자.‘ 이렇게 디테일하게 설명하며 무언가를 계속 강조하면 역효과가 날 거다. 정찬성은 여러 가지 패를 갖고 있는 프리스타일 선수로 그 순간순간의 리듬에 꽂힌 대로 싸워나간다. 오히려 자유롭게 놔 주고 정찬성 자신이 생각한대로 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최선이라 본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른 게 이 스포츠의 매력 중 하나다.

양성훈 감독이 극찬하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

Q. 알겠다. 마지막으로 업그레이드된 최두호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 왼쪽 어깨를 치료한 후 올 여름에 경기하고 싶다고 이미 UFC에 얘기한 상태다.

(여기서 양성훈 감독은 헤난 바라오 전이 왜 열리지 않을 것 같은지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UFC 측에서 공식적인 보도 자료 등을 낸 게 아니기에 이 부분은 뺍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최두호 선수가 바라오를 피한 건 절대 아니고, 바라오 측도 피했다기보다는 사정이 좀 있더라고요. 추후에 소식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최두호는 천재다. 사실 그 선배인 김동현도 다른 스타일로 천재고, 부족한 건 지도자인 나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두호가 나보다 더 훌륭한 코치에게 가서 더 좋은 시설에서 훈련했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정도로 두호는 뛰어난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주고 따라주는 만큼 두호를 도와 여름에 멋진 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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