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손흥민, 갈 길 바쁜 맨시티의 발목을 잡다.

조회수 2017. 1. 22. 08: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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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맨시티 v 토트넘 매치 리뷰

2-2 무승부.

이번 22라운드 최고의 대진답게 양 팀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젊은 토트넘의 힘과 속도에 대응한 노련한 맨시티 그리고 과르디올라와 포체티노의 지략 대결까지. 여러 요소가 오늘의 경기를 흥미롭게 만들었지만 단 한가지, 안드레 마리너 주심은 오늘 경기에 어울리지 않았다.

시즌 9호골을 터뜨린 손흥민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 선발 라인업과 불안요소

최근 토트넘의 흐름은 이보다 좋을수 없었다. 공식전 7연승, 3-4-2-1 포메이션에서 토트넘의 장점은 더욱 잘 나타났다. 반면 맨시티의 최근 흐름은 일정하지 않았다. 리버풀에게 패했고 직전 경기에서 에버튼에게 0-4 로 대패했다. 팀 컨디션의 우세, 그리고 최근 맞대결에서 3연승을 기록 중인 토트넘 쪽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불안요소 역시 토트넘이 더 적었다. 부상 당한 수비의 핵심 얀 베르통언 대신 출전한 케빈 빔머가 유일한 불안요소로 여겨졌다. 반면 맨시티는 최근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브라보 골키퍼와 노쇠한 수비진이 팔팔한 토트넘의 힘과 속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홀딩 미드필더 야야 투레도, 센터백으로 나선 콜라로프와 좌우 풀백 클리시, 사발레타 모두 그 부분 때문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었다.

양 팀의 경기 기록표


# 과르디올라는 자신을 증명했다

경기 시작 전, 분명 맨시티 쪽에 더 많은 불안요소가 있었다. 하지만 경기 내내 흐름을 주도한 것은 맨시티였다. 오늘 경기에서 맨시티는 꾸준함을 유지했다. 분명 토트넘에게 유리한 요소가 더 많았지만 경기를 주도한 것은 맨시티, 대응한 것은 토트넘 이였다.

맨시티는 높은 지점에서 수비를 시작했다. 큰 리스크가 있었지만 토트넘의 힘과 속도를 제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였다. 만약 맨시티가 자신의 진영에서 수비를 시작하는 장면이 많았다면 측면의 주력과 반응속도에서 발생하는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우선, 맨시티 공격 자원들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인상적이였다. 아구에로는 평소보다 훨씬 부지런했고 측면 유닛인 사네와 스털링은 맨시티가 공을 뺏기는 순간 최대한 빠르게 수비 동작을 시작하며 토트넘의 측면 전진을 방해했다. 맨시티 앞 선에서 배치된 선수들이 위에서 활발하게 움직였기에 클리시, 사발레타 그리고 야야 투레 등 불안요소로 예상된 선수들이 힘을 아끼며 편안하게 경기를 진행 할 수 있었다.

양 팀 MF 5명의 히트맵 (왼쪽 맨시티, 오른쪽 토트넘), 맨시티 활동량의 분포가 더 넓다. (whoscored.com)

토트넘의 핵심 유닛, 좌우 윙백 대니 로즈와 카일 워커는 평소 경기력의 절반 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맨시티 윙어들의 적극적인 수비 동작도 원인이였지만 토트넘 미드필더들은 중원을 장악하지 못했다. 측면에 위치한 윙백 혹은 풀백이 공격적으로 전진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중원 장악이다. 로즈, 워커가 평소같이 올라가려면 중앙의 완야마와 다이어가 데브라이너와 실바를 먼저 제압 해야했다.

무엇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트넘의 유일한 약점인 케빈 빔머 포지션을 치밀하게 공략했다. 스리백은 포백에 비해 기초 빌드업이 어렵다. 4-0 대승을 거둔 지난 경기의 상대팀인 알비온은 철저히 자신의 진영에서 수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기술이 좋은 베르통언이 있었기에 그동안 무난하게 기초 빌드업을 진행 할 수 있었다. 베르통언의 부상 때문에 토트넘이 다시 포백으로 오늘 경기를 시작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빔머가 베르통언 자리에 출전했고 이 위치가 맨시티의 공략 지점이 되었다. 앞서 얘기한것처럼 리스크가 있었지만 맨시티는 높은 지점에서 수비를 시작했다. 경기 초반 토트넘은 몇 차례 맨시티의 압박을 풀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허둥대기 시작했다. 전반 30분 이전에만 토트넘은 기초 빌드업 과정에서 세 차례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모든 장면에 빔머가 연관되어 있었다.

케빈 빔머의 기초 빌드업 실수
전반전 계속된 토트넘의 1차 빌드업 과정에서의 실수

포체티노 감독 3년 차, 토트넘은 포백이 익숙한 팀이다. 12월 들어 변칙적으로 사용한 스리백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자 3-4-1-2를 메인 포메이션으로 밀고 나갔다. 뭐든지 상황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좋지 않을 때가 문제다. 익숙한 것을 사용할 때, 문제가 발생하면 임기응변을 통해 해결 할 수 있다. 하지만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혼란은 커진다. 최근 스리백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한 이후 토트넘은 큰 고비를 겪지 않았지만 아마 오늘 전반전에 처음으로 진정한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기초 빌드업에 문제가 생기니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전반전 토트넘 수비진에는 문제가 많았다. 라인 컨트롤에도 두 차례 문제점을 노출했다.

지난 20라운드, 토트넘이 첼시에게 2-0 완승을 거둘 때 승부를 가른 요소 역시 익숙함이였다. 첼시 전의 승부처는 윙백 포지션이였다. 치열한 대결이 예상되었지만 결과는 토트넘 윙백들의 완승이였다. 공격 출신인 첼시의 빅터 모제스와 멀티 수비수 마르코스 알론소는 토트넘의 로즈-워커 콤비를 견디지 못했다. 프로 레벨에서 포지션을 변경하여 이전보다 훨씬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도 많지만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메인 포지션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 포체티노, 고집을 버리다

포체티노가 유연해졌다. 포체티노의 토트넘 부임 후 경기를 관찰하며 들은 느낌은 ‘고집’이였다. 물론 포체티노는 대단히 훌륭한 매니저다. 하지만 그동안 교체 타이밍이나 전략 변경 및 수정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확실히 달라졌다. 4-2-3-1 플랜 A밖에 없던 팀이 비록 실패했지만 시즌 초반 4-4-2를 시도했고 수비 유닛에 문제가 발생하자 최근 3-4-2-1 로 변화를 주어 긍정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전반 중반, 케빈 빔머 자리에 문제가 발생하자 에릭 다이어를 미드필더로 전진시키며 4-2-3-1 포메이션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경기 중 감독의 전략 수정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준비한 카드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할 때, 그것을 빠르게 수정하는 것 역시 능력이며 용기다. 일부 감독들은 상황이 부정적인 것을 인지하면서도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을 ‘뚝심‘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포체티노의 전략 수정은 효과가 있었다. 맨시티는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수비를 시작했지만 토트넘은 기초 빌드업은 이전보다 조금은 편안해보였다. 전반전 토트넘의 경기력은 최근 7연승 기간 치른 경기 중 가장 나빴다. 하지만 포체티노의 빠른 수정 덕분에 0-0으로 하프타임을 맞이 할 수 있었다.

토트넘 패스맵 - 한없이 작아진 빔머, 그리고 조용했던 에릭센,케인,알리
맨시티 패스맵 - 사발레타의 전진, 그리고 왼쪽 측면에서 이루어진 콤비네이션

# 골키퍼

경기 전 모든 관심은 맨시티 브라보 쪽에 쏠려있었다. 지난 에버튼 전 유효슈팅 4회, 4실점. 12월 이후 치른 리그 경기에서 슈팅 허용 24회, 그리고 14실점. 이번 시즌 현재까지 57%로 리그 선방률 최하위의 불명예스런 기록까지. 반면 74%로 리그 골키퍼 중 가장 높은 선방률을 기록 중인 토트넘 골키퍼 로리스의 안정감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카메라가 단독 샷을 더 많이 잡은 선수는 로리스였다. 후반 4분 사네, 후반 9분 데브라이너의 연속 골이 터지는 상황에서 로리스는 평소와 같지 않았다. 사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한 골키퍼는 로리스 였다. 선덜랜드의 젊은 골키퍼 픽포드가 반짝했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로리스의 꾸준함을 따라오진 못했다. 하지만 사네의 골 장면에서 자신의 실수를 마음에 담아두었고, 그것이 5분 후 추가적인 실책의 원인이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로리스 스타일의 골키퍼를 매우 좋아한다. 안정성과 꾸준함도 장점이지만 로리스는 실수 대처 능력 또한 우수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경기 중에 실수를 한다. 아무리 치명적인 실수를 했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다시 경기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 당시, 로리스의 판단 실수로 프랑스가 실점한 경기가 있었다. 하지만 로리스는 의연하게 대처했고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로리스의 그런 모습을 기억하기에 오늘 그의 후반전 경기력은 다소 생소했다.

항상 꾸준했던 로리스는 이번 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후반전에만 총 4골이 터졌지만 로리스에 비해 브라보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브라보는 오늘 특별할 것이 없었다. 토트넘은 오늘 총 두 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고 두 골을 넣었다. 지난 에버튼 전의 기록까지 이어서 말하자면 브라보는 최근 180분간 총 여섯 번의 유효 슈팅을 맞이했고 골키퍼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하게 여섯 골을 실점했다.

# 변수는 판정?

후반전 킥오프를 앞두고 남은 45분의 가장 큰 변수는 ‘맨시티의 지속성’이 될거라고 말했다. 맨시티는 전반전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 덕분에 경기 내용에서 앞섰지만 결국 득점하진 못했다. 사실 시즌 초반 맨시티가 6연승을 달리던 시기에도 문제는 전반과 후반의 퍼포먼스 차이였다. 전반전에는 업그레이드된 바르셀로나 같았다가 후반전 어느 시점부터는 펠레그리니 감독 시절 가장 좋지 않았을 때의 경기력이 떠오르기도 했다.

관건은 체력이였다. 필드 플레이어 중 5명이 30대 이상, 전반전 평소보다 높은 위치에서 많이 뛰며 스프린트 횟수도 많았기에 후반전 갑자기 에너지 레벨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었다. 사실 후반 13분 델레 알리의 만회골이 빠르게 터질 때만 해도 토트넘이 흐름을 갖고 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여러 변수로 인해 스스로 경기의 리듬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우선 후반 20분,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부상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토트넘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빔머를 빼고 손흥민을 투입하여 센터백 조합을 알더베이럴트-다이어로 조정했지만 알더베이럴트의 부상으로 완야마가 센터백으로 내려왔다. 교체 투입된 해리 윙크스가 중원에 가세했고 후반 34분 무사 시소코가 들어오자 에릭센이 3선으로 내려왔다. 후반전 포체티노 감독은 몇 가지 추가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감독 의도가 아닌 알더베이럴트의 부상에 따른 교체는 토트넘이 가장 불타올라야 할 때, 오히려 토트넘 스스로 숨을 고르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토트넘이 스스로의 리듬을 찾지 못한 덕분에 맨시티는 어느 정도 경기의 지속성을 유지 할 수 있었다. 2-1로 추격 당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경기를 주도했고 토트넘은 계속해서 대응을 해야 했다. 어수선한 토트넘의 분위기 때문에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손흥민도 후반 32분 동점골을 터뜨리기 전 까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점에 귀중한 골(시즌 9호골)을 터뜨리며 이번 시즌 맨시티를 상대로 좋은 기억을 이어나갔다.

이 장면에서 페널티킥은 선언되지 않았다.

하지만 손흥민의 동점골이 터지기 불과 몇 분 전, 오늘 경기의 가장 큰 변수가 발생했다. 스털링이 로리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마주한 상황에서 뒤따르던 대니 로즈가 팔로 스털링을 밀었지만 마리너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페널티킥은 물론,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한 상황이였기에 추가로 퇴장까지 발생 할 수 있는 장면이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요소가 더 있었다. 후반 37분, 새롭게 맨시티 유니폼을 입게 된 브라질의 신성 가브리엘 헤수스가 데뷔전을 치렀다. 교체 투입 직후, 첫 번째 터치에서 도움을, 두 번째 터치에서 골을 기록할 뻔했고, 세 번째 터치에서 골망을 흔들며 셀레브레이션까지 펼쳤지만 오프사이드로 선언되며 과르디올라 감독을 주저앉게 했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헤수스는 분명 강렬했다.

헤수스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되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 전 많은 사람들이 토트넘의 우세를 점쳤지만 결과가 더 아쉬운 쪽은 맨시티 일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전술적으로 토트넘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했고 사발레타 같은 맨시티의 베테랑 선수들은 각성한 듯 마치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뽐냈다. 토트넘 역시 원정에서 두 골을 따라가며 소중한 승점을 따냈고 여러 상황으로 인해 조금은 어수선했지만 포체티노의 전술적 유연함도 엿볼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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