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읽어 주는 남자] 코미어 부상이 최두호에게 미치는 영향

조회수 2016. 12. 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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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가 사타구니를 다쳤다. 다음 달 11일(이하 한국 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UFC 206 메인이벤트에 출전하지 못한다.

UFC는 대체 선수로 게가드 무사시를 섭외했다. 무사시는 지난 20일 UFC 파이트 나이트 100에서 유라이아 홀을 부상 없이 이겨 생생한 상태였다. 상대를 가리는 스타일도 아닌 '쿨 가이'라 UFC의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앤서니 존슨이 무사시와 라이트헤비급 잠정 타이틀전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2위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3위 글로버 테세이라, 4위 라이언 베이더, 5위 지미 마누와를 다 이겨 챔피언 코미어만 남겨 뒀는데 굳이 무사시와 맞붙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존슨은 코미어가 다 나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년 타이틀전에서 붙겠다고 했다. 적지 않은 파이트머니와 PPV(페이 퍼 뷰) 보너스를 받더라도, 무사시에게 행여나 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위험 부담을 안기 싫었다.

여기서부터 도미노가 시작됐다.

■ 맥스 할로웨이와 앤서니 페티스

UFC 206은 유료 시청 이벤트다. 북미에서 약 5~6만 원 돈을 내야 메인 카드 다섯 경기를 볼 수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고, UFC PPV 대회는 메인이벤터 놀음이다. 간판선수가 누구냐, 경기가 어떤 의미를 지니냐에 따라 판매량에서 차이가 난다.

UFC는 부랴부랴 코메인이벤트였던 맥스 할로웨이와 앤서니 페티스의 경기를 UFC 206 메인이벤트로 올렸다. 그리고 이 경기에 페더급 잠정 타이틀을 걸었다.

UFC는 올해 UFC 195부터 UFC 205까지 11개 PPV 대회를 열었다. 코너 맥그리거와 네이트 디아즈가 맞붙은 UFC 196과 UFC 202를 제외하곤, 메인이벤트가 모두 타이틀전 또는 잠정 타이틀전이었다.

다음 달 31일 UFC 207 메인이벤트는 아만다 누네스와 론다 로우지의 여성 밴텀급 타이틀전이다. 맥그리거는 타이틀전이 아니더라도 PPV를 엄청나게 팔아치우니 예외.

UFC는 대회의 무게감을 위해서라도 할로웨이와 페티스의 경기에 벨트를 걸어야 했다. 할로웨이와 페티스의 이름값만으로는 불안했던 모양이다.

UFC는 남은 두 PPV 대회를 계획대로 진행하면, 올해 13개 PPV 대회에서 11개 대회의 메인이벤트를 챔피언과 도전자의 대결로 장식한다.

3라운드에서 5라운드로 경기 시간이 바뀌어 전략을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할로웨이와 페티스에게 의미가 훨씬 커졌으니 늘어난 10분은 감내해야 한다. 10연승에 도전하는 할로웨이는 첫 UFC 벨트까지 노린다. 전 라이트급 챔피언 페티스는 '잠정'이 붙긴 해도, UFC 두 체급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

■ 조제 알도

종합격투기에서 은퇴하겠다고 UFC를 압박하던 조제 알도에게 페더급 타이틀이 넘어갔다. 지난해 12월 UFC 194에서 맥그리거에게 13초 만에 KO로 진 뒤 1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알도가 바라던 대로 됐다. 코미어의 부상으로 제법 이르게 맥그리거가 페더급 왕좌에서 내려간 꼴이지만, 맥그리거가 자신과 통합 타이틀전을 펼치지 않으면 벨트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니 기뻐할 일이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개운치 않다. 어쨌거나 그의 제1 과제는 '복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내년 2, 3월에 할로웨이와 페티스의 승자를 맞아 타이틀을 방어하고 맥그리거와 다시 붙기 위해 라이트급으로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

■ 코너 맥그리거

맥그리거는 잠잠하다. 평소 그의 성격을 아는 팬들이라면, 페더급 타이틀 반납이 그의 동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유추가 가능하다.

그런데 맥그리거가 100% 알아서 타이틀을 내놓은 건 아닌 것 같다. 그의 측근 존 카바나 코치는 "UFC의 일 처리 방식이 너무 실망스럽다"면서 강제성이 있었다는 투로 말했다.

카바나 코치는 30일 아일랜드 라디오 레드 FM에서 "어지러운 상황에서 이 일이 결정됐다. 코미어의 부상으로 UFC 206 메인이벤트가 없어지자 UFC는 무턱대고 새 메인이벤트를 만들었다. 할로웨이와 페티스의 경기를 잠정 타이틀전이라고 해야 PPV 판매에 악영향이 없다고 생각했다. (잠정 챔피언이 둘이 될 수 없으니) 알도를 정식 챔피언 자리에 앉혔다. 내가 보기엔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맥그리거는 지난 13일 UFC 205에서 에디 알바레즈를 쓰러뜨리고 페더급에 이어 라이트급 챔피언이 됐다. UFC 최초 두 체급 동시 챔피언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27일 맥그리거는 라이트급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UFC의 발표가 나왔다.

맥그리거는 정확히 2주 동안 벨트 두 개를 품에 안아 봤다.

■ 최두호

최두호는 UFC 206에서 컵 스완슨과 경기한다. 이 경기는 원래 메인 카드 첫 번째 순서였다. 그런데 라샤드 에반스(팀 케네디와 경기)에 이어 코미어가 빠지면서 세 번째 순서로 바뀌었다.

메인 카드 첫 번째와 세 번째는 차이가 크다. 최두호한테는 더 번거롭다.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홍보를 위해 미디어 데이, 기자회견, 공개 훈련 등을 신경 써야 한다. 경기 순서가 뒤로 갈수록 메인이벤트와 코메인이벤트 출전 선수와 함께 홍보 일정에 참여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계약상 '홍보 의무(media obligation)'를 피할 길은 없다.

대회 5일 전부터 감량과 홍보 일정을 동시에 거쳐야 하는 선수들은 죽을 맛이다. 컨디션 조절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최두호는 UFC 유튜브에 공개되는 스케치 영상 '임베디드'에도 출연한다. 카메라가 최두호를 따라 다닌다.

■ 켈빈 가스텔럼

켈빈 가스텔럼은 라샤드 에반스가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스텔럼은 UFC 205에서 도널드 세로니와 싸우기로 했으나 경기 전날 몸무게를 맞추지 못했다. UFC 세 번째 계체 실패로 역대 최고의 카드라는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상습범에게 싸늘했다. "가스텔럼이 웰터급에서 싸울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게다가 UFC 205를 관리 감독한 뉴욕주 체육위원회는 계체 장소에 아예 나타나지 않은 가스텔럼에게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에반스가 UFC 205에 이어 UFC 206에서도 MRI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 출전 허가를 받지 못했다. 2년 만에 복귀전을 기대한 상대 케네디는 망연자실했다.

UFC는 마땅한 대체 선수가 없어 불가피하게 가스텔럼을 불렀다. UFC 206에서 케네디와 미들급 경기를 펼치도록 했다. 뉴욕주 체육위원회가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풀어 줘 출전이 가능해졌다. 대신 2,000달러 벌금을 내도록 했다.

따지고 보면, 가스텔럼은 '스턴건' 김동현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 UFC 205에서 상대를 잃은 도널드 세로니는 UFC 206에서 맷 브라운과 만난다. 그런데 브라운은 UFC 207에서 타렉 사피딘과 경기하기로 돼 있던 상태였다.

사피딘의 맞은편 선수인 브라운이 빠져나가자, UFC는 거너 넬슨의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한 김동현에게 전화했다. 올해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넘어갈 뻔했던 김동현은 "모든 게 사피딘을 만나기 위해 일어난 일이었나 보다"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 다니엘 코미어와 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AKA)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도미노의 시작인 코미어는 왜 다친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그 원인을 소속 팀 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AKA)의 훈련 방식에 둔다. AKA는 워낙 훈련 강도가 높아 선수들이 자주 다치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지난 2월 케인 벨라스케즈, 이달 루크 락홀드에 이어 코미어가 부상으로 UFC 메인이벤트에 구멍을 냈으니 당연히 비난의 화살이 AKA로 향했다. 코미어는 지난 4월 존 존스와 경기를 앞두고도 부상으로 빠진 적이 있다.

코미어가 사타구니를 다쳤다는 소식에 UFC 라이트급 파이터 로스 피어슨은 "AKA 체육관에는 킬러들로 가득하다. 스파링 강도가 너무 세다고 생각한다. 훈련 일정을 짜 주는 코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치가 말한다.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블러디엘보의 집계에 따르면, AKA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11명의 소속 프로 선수들이 141경기를 앞두고 훈련하다가 26번 다쳤다.(타 캠프에서 훈련한 횟수 포함) AKA 선수들 부상 확률이 18.43%나 됐다. 5번 가운데 1번 부상에 시달린다는 말이다.

코미어는 진화에 나섰다. "코치들의 잘못이 아니다. 하비에르 멘데스나 밥 쿡이 스파링을 하지 말라고 하면 난 알겠다고 하고서 뒤돌아서서 스파링 할 때가 있다. 우리는 대학교 선수들이 아니다. 다치는 건 코치가 아니라 선수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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