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칼럼] '독일판 레스터' 리버풀을 입다

조회수 2016. 10. 27.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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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압박과 중앙 밀집형 수비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의 화두는 2009년 창단해서 7년 만에 5부리그부터 분데스리가까지 승격한 RB 라이프치히다. 레드불의 지원으로 분데스리가에서 보기 드문 자금력을 지녔고, 8라운드 현재 무패로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서 2위를 랭크 중이다.

라이프치히는 공격적인 투자와 초반 돌풍 외에도 주목할 점이 많다. 지난해 승격팀 잉골슈타트를 이끌고 11위를 기록한 하젠휘틀 감독이 올 시즌 부임하자마자 보여주는 경기력이 독특하고 흥미롭다.

하젠휘틀의 라이프치히는 클롭이 도르트문트 시절 분데스리가에 뿌리 내린 ‘전방 압박’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여기에 현대축구에선 사라진 줄 알았던 ‘윙 없는 시스템’도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격 시 하프라인 위로 8명을 올리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한다.

분데스리가의 돌풍,  현재의 'RB 라이프치히'에게 가장 적합한 수식이다. © RB라이프치히

# 4-2-2-2 포메이션

라이프치히는 변형 4-4-2 (4-2-2-2)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투톱에 힘이 좋은 폴센(9번)과 스피드가 뛰어난 베르너(11)를 배치하고, 좌우 윙어로 포르스베리(10번)와 카이저(24번)를, 중앙 미드필더는 활동량 좋은 데메(31번)와 지능적이고 패싱력을 갖춘 케이타(8번)를 주로 활용한다.

윙어가 넓게 퍼지지 않는다. 투톱과 중앙 미드필더들 사이에서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다. 좁혀서 간격을 유지하며 ‘육각형’으로 대형을 유지한다. 4-2-2-2 포메이션으로 정리된다.

# 클롭의 리버풀과 닮았다

라이프치히는 전방압박으로 경기를 지배한다. 4-2-2-2 포메이션의 투톱이 상대 센터백들의 빌드업을 압박한다. 대부분 포백을 사용 중인 상대팀들은 2:2 상황에 놓여서 부담을 느낀다. 이들의 압박을 피해서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패스를 투입하더라도, 근처에 좁혀있던 두 명의 윙어가 압박한다. 라이프치히만의 독특한 색채다.


구체적인 압박 스타일은 클롭의 리버풀과 닮았다. 상대 패스 흐름에 따라서 11명이 유기적으로 공간을 유지하며 움직이지만, 모두가 폭발적으로 힘을 쓰는 건 아니다. 포인트는 볼과 가장 가까운 선수가 순차적으로 한 명 씩 달려 나가서 압박한다. 체력을 아끼면서도 전체 간격 유지와 강한 압박은 가능한 ‘효율성’이 있다.

또한 볼을 빼앗긴 순간 주변에 있던 2~3명이 재빠르게 달려드는 ‘역압박’도 닮았다. 라이프치히는 전방에서 볼을 빼앗기면 곧바로 다시 압박한다. 세계적으로 역압박을 잘하기로 손꼽히는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2라운드에서 라인을 내리지 않고 맞수를 놓는 모습도 보였다. 좋은 예로, 최근 8라운드에선 브레멘을 상대로 2선에서 볼을 뺏긴 후 곧바로 역압박으로 뺏어내 측면 크로스에 이어 케이타의 골을 만들었다.

전방압박과 역압박을 위해선 많이 뛰어야 한다. 라이프치히의 현재 경기당 평균 활동량은 117km다. 평균이 100km 초반대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그 결과 도르트문트(18개)를 상대로 25개 가로채기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가장 역압박을 잘하는 팀 중 하나를 상대로 더 많이 뛰어서 더 많이 뺏어내며 승리했다.


# 리버풀과 다른 점 : 윙이 없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4-2-2-2 포메이션을 쓰면서 중원 밀집형 플레이를 한다. 포지션 배열 상 윙이 없다. 플레이 지역을 가능한 넓게 (Make Playing area as big as possible) 펼치는 현대축구의 특성과 정반대다.

윙이 없을 때 장점은 중원을 강화할 수 있다. 도르트문트 전에서 투톱이 센터백들의 빌드업을 막는 동시에 볼 배급의 시작점인 바이글에게 투입되는 패스 길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서 또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인 로데는 전방압박을 피해서 센터백들과 쓰리백을 형성하며 빌드업을 시작하자, 좁혀 있던 윙어 자비처가 로데를 압박했다. 도르트문트는 결국 사이드로 공격을 시작해야 했다.

측면에서 공격을 하고자 할 때는 왼쪽에선 풀백 할스텐버그가 오버래핑에 나선다. 반면 오른쪽은 수비 밸런스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가담하지 않는데, 특이한 점은 최근 오른쪽 측면에서 카이저가 정통윙어처럼 사이드라인 근처에서 돌파하고 크로스를 시도하면, 왼발잡이 오른쪽풀백인 베르나르도가 미드필더 안쪽 지역까지 전진하거나 커버한다.

이들에 대한 뒤 공간 커버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데메와 케이타가 하프라인 위에서 측면과 중앙을 동시에 체크하며 대기하고 있다. 이는 라이프치히가 볼을 뺏겼을 때 하프라인 위부터 압박을 하기엔 유리하지만, 상대가 롱패스나 빠른 전환패스로 빠져나올 경우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1차 저지 없이 바로 센터백과 맞서기 때문에 위험해진다.


또한 윙이 없기에 필연적인 단점도 생긴다. 상대가 볼을 뺏은 후 빠르게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하면, 측면 지역은 텅 빈 상태에서 무너지게 된다. 측면 뒤 공간 노출은 상대팀에게 가장 좋은 공격기회를 안겨준다. 이는 라이프치히에게 치명적인 위험이다. 특히 개막전인 호펜하임 전에서 여러 차례 노출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양쪽 중 한 명은 밸런스를 잡아주며 대처했다.

공격할 때도 단점이 존재한다. 상대의 볼을 빼앗아 라이프치히가 역습을 실행하는 경우, 윙 공격자원이 부족하거나 상대의 뒤 공간을 겨냥하는 움직임을 찾기 힘들었다. 효과적인 카운터 어택이 나오기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지공 상황에서 빌드업의 세밀함이 떨어지는 팀이기 때문에, 역습 기회에서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 레스터처럼 될 수 있나?

라이프치히는 자연스레 레스터시티와 비교되고 있다. 자금력이나 초반 분위기는 레스터 보다 낫다. 8R까지 라이프치히는 5승 3무이고, 지난 시즌 레스터는 4승 3무 1패였다.

경기 스타일은 다르다. 레스터 시티가 미리 수비라인을 내려선 후 투톱의 스피드와 정확한 롱패스를 활용해서 역습축구를 한다면, 라이프치히는 공격 시 빠르게 전방으로 많은 선수를 투입해서 최대한 간결하게 공격을 마무리 한다.

반면 현대축구의 트렌드와 반대로 맞서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레스터 시티는 점유율을 늘리고 전방에서 압박을 시작하는 것과 반대로, 점유율은 포기하고 상대 수비 뒤 공간을 노리는 역습축구를 했다. 라이프치히는 측면의 너비를 강조하는 것과 반대로, 중앙을 우선 두텁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라이프치히는 넘어야 할 산이 훨씬 많다. 우선 하젠휘틀 감독이 팀에 자신이 바라는 색깔을 입히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눈에 띄는 스타일로 팀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과정일 뿐이다.

# 보완점도 많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팀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만큼, 수비는 약점으로 노출된다. 라이프치히의 가장 큰 문제도 포백라인 주변 공간이다.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도 없기에 1차 저지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상대의 역습이나 탈압박이 성공하면 라이프치히 진영에선 곧바로 위기를 내줄 수 있음을 뜻한다.

이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처럼 간결하고 신속하게 빌드업을 해서 슈팅까지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매번 성공할 순 없기에, 미드필드 진영에서 정확한 패스를 통한 볼 점유율 유지도 신경 써야 한다. 레스터 시티도, AT 마드리드도 역습을 컨셉으로 하지만 경기에서 기본적인 볼 소유에는 모두 능한 팀들이다. 하지만 라이프치히는 평균 패스 성공률이 60%대에 머물고 있다.

또한 현재처럼 많은 활동량을 가져간다면, 시즌 중반부터는 팀 전체적인 컨디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젠휘틀 감독이 나름의 방안으로 매 경기 선발라인업을 다르게 하며 17명 정도로 리그에서 로테이션을 사용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이 될 확률이 높다. 또한 부상자도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을 감안하면 결코 두터운 선수층이 아니다.

구단의 24세 이하 영입 정책으로 선발라인업 대다수가 20대 초반의 선수들이다. 더 젊고 활력 넘치게 압박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팀이 흔들리거나 위기가 올 때 잡아줄 선수는 많지 않다. 분데스리가 자체를 풍부하게 경험한 선수도 부족하다. 때문에 겨울 이적시장이 되면 큰 경기에서 중심을 잡아줄 만한 베테랑을 영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영상] 도르트문트 잡아낸 라이프치히 

분석 =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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