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윤의 스탯토리]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다음'은 있다

조회수 2016. 10. 27. 0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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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3차전은 역대급 잔루 33개를 남겼다

이제 한국시리즈만 남긴 올 가을 야구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외국인 투수들의 견고한 피칭과 하이라이트급 호수비다. 그 결과가 10경기 평균 5.5점의 득점이다.

타고였던 정규시즌에는 11점이 넘었다. 포스트시즌 들어 0.222에 그치는 타율의 영향이 크다. 정규시즌의 0.290과 딴판이다. 타율이 낮아지는 것은 둘 중 하나의 이유다. 삼진이 늘었거나 타격한 공이 수비를 빠져나가지 못해서다. 정규시즌 타석당 삼진비율은 16.9%였다. 포스트시즌에도 16.6%로 거의 같다. 그렇다면 때린 공이 수비에 걸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플레이 타율은 0.331에서 0.263으로 낮아졌다.

타구 질의 문제일까. 대체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타구는 150kmh 이상의 속도로 맞아나가는 경우다. 정규시즌에는 이런 타구가 37.6%였고 포스트시즌에는 36.6%다. 약간 낮아지긴 했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대신 160kmh 이상의 아주 강한 타구는 17.0%에서 12.9%로 차이나게 줄었다. 이것은 인플레이타율이 낮아지는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잘 맞은 타구라고 항상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높은 확률로 안타가 된다. 정규시즌 150kmh 이상 타구의 55.0%가 안타가 되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는 40.1%에 그쳤다. 160kmh 이상의 타구들도 비슷했다. 정규시즌에는 65.7%가 안타였지만 포시에는 50.0%만 안타다.

썩 잘맞은 타구가 아니라도 운좋게 수비위치를 피하면 안타가 된다. 정규시즌 150kmh 이하의 타구 중 27.5%가 그렇게 안타가 되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24.7%만 그랬다.

만약 정규시즌과 같은 확률이었다면 150kmh 이상의 타구 중 13개가 그리고 150kmh 이하의 타구 중 4.5개가 더 안타가 되었을 수 있다. 그 안타가 결정적 득점기회에 나왔다면 우리가 봤던 경기들의 향방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차이를 만든 것 중 하나는 촘촘한 수비였다. 올 가을에는 유독 하이라이트급 호수비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만큼은 그저 행운과 불운의 결과일 수 밖에 없다. 야구란 본래 그런 게임이다.

얼마나 많은 강한 타구가 나오는지는 투수와 타자의 실력이지만 그 타구가 어디로 날아갈지는 좀 다른 문제다. 둥근 공이 둥근 배트에 맞아나갈 때 단 몇십센티를 더 날아가거나 덜 날아가고 또는 어느 쪽으로 조금 비껴서 날아가는 것 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그라운드의 불규칙 바운드나 바람의 방향 조차 승부를 뒤바꿀 때가 있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우연’은 확실히 있다. 그 영향은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크다. 하지만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레너드 코페트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야구에서 운, 불운을 따치는 것은 금기다. 패자에게는 변명으로 비치고 승자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략) 선수나 감독, 구단 관계자들은 -행운이건 불운이건- 운을 아예 도외시하고 오로지 장차 일어날 일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

이것은 옳은 태도다. 운은 생각 이상으로 야구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예를들어 한시즌 144경기를 치르고나면 결국 실력으로 순위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 행운도 불운도 어느 한쪽 편만 드는 경우는 별로없기 때문이다. 만약 우연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 오히려 실력일 가능성이 더 크다. 한 플레이 한경기의 결과를 바꿀지언정 시즌 전체를 치르면 비슷비슷해진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시즌은 이미 끝났다. 5팀이 시작했던 가을야구에 남은 것은 2팀 뿐이다. 단 한팀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팀은 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패배’로 마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거기에는 크든 작든 자책과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공 하나 승부 하나의 아쉬움이 두고 두고 남을지도 모른다.

플레이오프 4차전 승부를 가른 박민우의 호수비

하지만 그럴 때 ‘만약’을 떠올리는 것보다는 ‘우연’을 떠올리는게 더 낫지 않을까. 행운과 불운 사이에서 사라진 17.5개의 안타는 앞으로 야구를 계속 하는 한 언젠가 돌아올 것이다. 운은 변덕스럽지만 적어도 야구장 안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공평해지는 법이다.

와일드카드전에서 탈락했던 KIA는 김호령의 마지막 수비를 통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얻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넥센은 에이스 밴헤캔의 건재와 젋은 야수들의 성장을 확인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LG는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더 기대할만한 미래를 보았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다음 경기, 다음 시즌은 있다.

- 타구속도 데이터 (잠실 6경기, 애슬릿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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